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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키르기스스탄, 외국 대리인법 제정...시민 자유 축소 우려

키르기스스탄 EMERiCs - - 2024/04/12

☐ 키르기스스탄, 외국 대리인법 제정      

◦ 키르기스스탄 정부, 외국 대리인법 최종 제정 및 발효    
- 2024년 4월 2일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외국 자금을 지원받는 자국 비정부기구(NGO)를 ‘외국 대리인(foreign representatives)’으로 지정, 규제하는 이른바 ‘외국 대리인법’에 서명하였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본 법안이 자국 NGO가 해외 조직 또는 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갈취하거나 횡령하는 행위를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한 본 법안이 NGO를 박해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외국 대리인법’은 자파로프 대통령의 서명 이후 정식 발효되었다.
- ‘외국 대리인법’은 지난 2016년에도 도입이 시도되었으나 무산된 바 있으며, 2023년 10월 친정부 성향 야당 소속 나디라 나르마토바(Nadira Narmatova) 의원의 대표 발의로 키르기스스탄 의회(Jogorku Kenesh)에 다시 제출되었다. 이후 본 법안은 총 3차례의 독회(심의)를 거쳐 2024년 3월 14일 의회에서 최종 표결, 재석 의원 80명 중 66명(82.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본 법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질의 및 토론이 일절 허락되지 않은 채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독회로부터 표결과 통과에 이르는 과정이 단 7분 만에 완료되었다. 또한 본 법안의 독회와 표결 일정이 사전에 공개된 의회 일정과 맞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부와 의회 측이 ‘외국 대리인법’을 비밀리에 통과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키르기스스탄의 ‘외국 대리인법’은 정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NGO의 행정, 회계, 납세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 행사에 정부 대리인을 파견할 권한을 규정하는 등 해당 NGO의 활동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감시와 개입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 독회에서 ‘외국 대리인’ NGO에 대한 처벌 조항이 완화된 대신 외국 NGO의 키르기스스탄 정부 등록 의무가 추가되는 등, ‘외국 대리인법’이 지난 2012년 제정된 러시아의 ‘외국지원단체법(Foreign Agents Law)’과 유사하다는 국내외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이에 본 법안이 오히려 1938년 미국이 도입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Foreign Agent Restriction Act)’과 유사하다고 대응하였다.

◦ 서방 국가들과 국제기구, 외국 대리인법 제정에 우려 표명              
- 여러 국제기구는 일제히 키르기스스탄의 ‘외국 대리인법’ 제정이 반정부 야권과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하였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주의 제도 및 인권사무소(ODIHR) 마테오 메카치(Matteo Mecacci) 디렉터는 본 법안이 키르기스스탄의 시민사회, 인권 활동가, 그리고 언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였다. 또한 동년 2월, 국제 사면 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본 법안의 모호한 언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시민사회에 과도한 공권력을 투사할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 서방 국가들 또한 ‘외국 대리인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2024년 2월, 키르기스스탄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와 몇몇 유럽 국가 대사관은 공동 성명을 내어 ‘외국 대리인법’이 국제 규범에 반하며 불과 660만의 인구의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외국의 지원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비슷한 시기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 역시 자파로프 대통령에 보낸 서한을 통해 ‘외국 대리인법’이 정부의 시민사회에 대한 예방적인(preventive) 개입을 가능하게 해 키르기스스탄의 가장 큰 민주주의 자산인 활기찬 시민사회 활동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 한편,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미디어 시장의 협소함과 재정적 어려움으로 현재 키르기스스탄 주요 국내 언론 대다수가 외국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외국 대리인법’의 제정이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독립적 언론 환경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 키르기스스탄, 시민 자유 축소 및 급격한 권위주의화 우려                

◦ 키르기스스탄 야권과 시민사회, 외국 대리인법으로 인한 시민 자유 축소 우려      
- 키르기스스탄 시민사회는 ‘외국 대리인법’이 자국 시민사회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시민 자유를 축소시킬 것을 우려하여 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2024년 4월 자파로프 대통령의 본 법안 서명을 앞두고 100여 곳이 넘는 키르기스스탄 NGO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본 법안이 교육, 인권, 반부패 등 여러 분야와 함께 해외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공중보건 분야 NGO의 활동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키르기스스탄 NGO는 연대 시위를 조직, 본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2023년 10월 이후 지속적인 제정 반대 운동을 전개하였다.
- 반정부 성향 무소속 다스탄 베케셰프(Dastan Bekeshev) 의원은 2024년 1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NGO의 정치 관여 금지를 명시한 ‘외국 대리인법’이 정부가 시민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족주의 우파 성향 ‘통합 키르기스스탄(Butun Kyrgyzstan)’ 소속 굴랴 코조쿨로바(Gulya Kozhokulova) 의원 역시 키르기스스탄 국세청, 중앙은행, 법무부 등이 이미 자국 NGO의 활동을 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본 법안의 제안과 심의는 사디로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시민사회를 통제할 추가적 제도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 키르기스스탄 내 대기질 감시 시민단체를 이끄는 마리야 콜레스니코바(Mariya Kolesnikova)는 독일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와 인터뷰에서 ‘외국 대리인법’을 근거로 정부는 환경운동 단체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정치활동’으로 규제하고, 향후 더 엄격한 규제와 처벌을 시행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법률상담 관련 시민단체를 이끄는 촐폰 자쿠포바(Cholpon Zhakupova) 역시 NGO의 ‘정치활동’에 대한 본 법안의 지나치게 넓은 정의가 정부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였다. 

◦ 키르기스스탄, 최근 권위주의화 경향 지속         
-  키르기스스탄은 독립 언론과 시민사회의 존재로 중앙아시아 지역 내 이웃 국가들에 비해 뚜렷한 민주주의 경향을 보여 왔고, 2005년과 2010년 두 번의 시민 혁명을 통해 권위주의 경향을 보이던 대통령을 축출하며 지역 내 ‘민주주의의 섬(island of democracy)’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2021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집권한 자파로프 행정부는 대통령제 개헌과 의회 규모 축소 등을 통해 행정부의 권력을 극대화하고 키르기스스탄의 권위주의화를 이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 2024년 3월 8일 국제 시민 권익 감시 단체인 ‘시비쿠스(CIVICUS)’는 연례 보고서에서 급격한 시민 자유 감소를 이유로 키르기스스탄을 감시 목록(watch list)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키르기스스탄에서 NGO의 활동을 제약하는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법’과 정부의 언론과 온라인 매체 통제를 강화하는 두 법안의 도입을 그 이유로 제시하며, 그 시민 자유가 ‘억압되고(repressed)’ 있다고 평가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이 새롭게 추가된 감시 목록에는 팔레스타인, 세네갈, 베네수엘라, 파키스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2023년 언론 자유 지수(Press Freedom Index)에서도 키르기스스탄은 2022년에 비해 50단계 하락한 122위로 대표적인 지역 내 권위주의 국가 카자흐스탄(134위), 우즈베키스탄(137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Kyrgyz President Signs 'Foreign Representatives' Bill Into Law, Amid Criticism, 2024. 04. 02. 
BNE Intellinews, Kyrgyzstan votes through Russian-style “foreign agents” law in seven minutes flat, 2024. 03. 15. 
Deutsche Welle, Аналог закона "об иноагентах" принят в КР. Чем он грозит НКО, 2024. 03. 14. 
24.kg, CIVICUS Monitor: Kyrgyzstan is experiencing rapid decline in civic freedoms, 2024. 03. 06.
The Diplomat, Controversial Kyrgyz ‘Foreign Representatives’ Bill on Cusp of Becoming Law, 2024. 02. 08. 
Азаттык үналгысы, Чет элдик тыңчы деген макам берилет”. Талаштуу мыйзам экинчи окуудан өттү, 2024. 01. 23. 
Reporters without Borders, 2023 Press Freedom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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