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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집권당의 분열과 몽골 정치의 혼란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2018/12/24

인민당의 당내 권력 투쟁

 

최근 들어 집권 인민당의 권력투쟁으로 몽골 정치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른바 중소기업발전재단 사건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동 재단은 중소기업진흥을 위하여 기업인들에게 시중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었는데, 그 대출금의 상당 부분이 현직 국회의원, 장차관과 정부의 각급 기관장들의 회사나 친인척 회사로 흘러들어 갔다고 한다. 이 사건의 책임소재를 두고 인민당 내 양대 계파의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한 달 이상 국회의 개점휴업과 정부 부처의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 불안은 일견 새로워 보이지만, 1990년대 초기 체제를 바꾼 이후 30년 가까이 반복되어온 현상이다.

 

여당과 야당의 금도를 넘어선 대립은 물론, 집권당 내부의 권력투쟁도 역대 정부가 벗어나지 못한 고질병 중 고질병이다. 현재의 집권 여당인 인민당은 몽골 정치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만큼 2016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총 76석 가운데 65석을 석권했으니 몽골 언론의 표현대로 인민당은 몽골 의회 역사에서 명실상부한 “귀족의 자리”에 앉았다. 분석가들은 인민당의 압승을 인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전임 정부를 책임진 민주당의 실정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집권 기간(2012-2016)에 민주당은 경제정책에 실패하고, 국채를 발행하여 들어온 자금을 잘못 집행하거나 낭비하거나 개인이 착복하고, 계파 갈등으로 자신들이 구성한 정부를 해산시켜 정치 불안과 국가 경제를 추락시켰다. 2016년 총선은 당연히 민주당 심판의 장이 되었고 인민당은 어찌보면 쉽게 정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지 겨우 1년 만에 집권당 내 권력투쟁이 전개되어 자기들 손으로 만든 정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런데 두 번째 내각이 출범하고 그 평가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11월 말에 인민당 의원 27명이 총리 해임 안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본 건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 되었지만, 이 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인민당이 정부를 책임지는 공익 단체인지 개인 이권을 추구하는 사익 집단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인민당의 행태는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또 한 번 실망시켰다.

 

매관매직과 부정대출 사건

 

인민당의 권력투쟁과 계파 갈등 및 그에 부수하는 부패는 2016년 선거 전부터 시작되었다. 사후에 밝혀진 것이기는 하지만, 인민당의 한 계파 수장인 엥흐볼드(M. Enkhbolkd) 국회의장과 일부 정치인들이 집권 후 600만 투그릭(MNT)의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모의한 녹음파일이 공개되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파일에는 장관과 차관 임명 대가로 받을 금액 등 국가 기관장의 임명 가격이 시장의 물가처럼 매겨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몽골 공직사회의 관행으로서 현재 공직자들의 무능과 부패 및 도덕적 해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9일에 일어난 정부 청사 내의 인명 사고가 이를 실증한다. 도로교통발전부의  고위 관리들이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다 인명을 살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권 인민당은 어떻게든 본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들고, 부처 장관의 해임과 살인자 구속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최근 정치를 오염시키고 사회정의를 무너뜨린 중소기업진흥재단 부정 대출이라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국회의원 14명(대부분 인민당), 장관 2명과 기타 정보기관, 검찰, 감찰기관의 고위 공직자들과 그들의 친인척 회사들이 재단에서 저리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몽골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중소 기업가에게 가야 할 돈이 고위 공직자와 그들 친인척  회사로 갔고, 그 돈이 다시 제2금융권을 통하여 일반에 고리로 대출되었으니 국민들의 공직자에게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가 될지 짐작할만하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서민들을 좌절시킨 이번 대출 부정 사태는 최근 총리가 내세운 부패를 “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며칠이 지나도록 인민당 지도부와 집권당 정치인들은 대출 수혜자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허둥대면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인민당 대표인 후렐수흐(U. Khürelsükh) 총리, 2인자인 잔당사탸르(G. Zandanshatar) 내각 사무처장관 등은 관련자들을 반부패청에서 조사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 본 사건이 잘못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조차 망설였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 상투적으로 나타나는 자성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집권당은 권력투쟁을 선택했다. 인민당은 2017년 9월 7일 에르덴바트(J. Erdenebat) 총리 내각 해산 후 당시 내각 해산에 찬성한 의원(33명)과 반대한 의원(32명)으로 나뉘어 국정에 문제가 될 만큼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그때부터 몽골 언론은 이들을 33대 32로 표현해왔는데, 그중 32그룹 일부 의원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총리 해임안을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부정으로 저리 대출을 받은 국회의원과 장관은 대부분 33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32그룹 의원들은 이들에게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지만, 33그룹의 수장인 총리와 내각 사무처장이 손을 놓고 있자 총리 해임안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그 후 현재까지 대출 부정 사건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 두 계파의 싸움만 더욱 거세졌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이 “중소기업진흥재단” 그룹과 “600만 투그릭” 그룹이다. 전자는 33그룹 의원들로 후렐수흐 총리 지지자들이고, 후자는 600만 투그릭 기획자들로 엥흐볼드 의장 지지자들이다. 1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총리 해임안은 야당의 비협조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소기업재단 그룹의 일부 의원들과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고, 여기에 여야 의원 40명이 지지하면서 한 달 이상 국회가 공전되고 정치가 마비되어 국가와 사회의 현안 처리가 연기되고 있다.

 

당장 월동 준비에 중요한 부서인 식량농목축경공업부 장관과 도로교통발전부 장관이 부정 대출 연루로 물러나 공석이고, 교육문화과학체육부 장관은 총리 해임안에 서명한 죄로 해임되어 역시 공석이다. 그런데 도로교통 발전부 장관은 금년에만 해도 두 번이나 장관이 물러 났으며, 교육문화과학체육부 장관은 3년이 채 안된 기간에 4명의 장관이 바뀌었으니 당해 부처의 사정을 미뤄 짐작할만하다. 결국 인민당의 계파 갈등이 정치를 불안 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심각한 것은 이전 민주당 정권에서도 계파 간 권력투쟁이 이보다 심하게 진행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 상황은 외부의 비우호적 경제여건과 어우러져 2014년과 2015년의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민당 내 계파 갈등과 정치 불안은 몽골 정치의 고질병인 셈인데, 그 이유를 좀 더 깊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권력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통상 몽골의 통치 형태를 이원집정제라고 하지만, 의회가 대통령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면 몽골은 의원내각제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몽골의 의원내각제는 확실히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 예컨대 대통령은 국회가 비준한 법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안을 상정할 수 있고, 총리 후보자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그 밖에도 대통령은 대법원장, 검찰총장 임명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총리가 당이 다를 경우 또는 같은 당이라도 계파가 다를 경우 정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민주화 이후 이런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이유일뿐 반복되는 정치 불안을 이것만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인민당의 계파 갈등은 야당인 민주당에 비하면 대단히 양호한 편이다. 현재로서는 후렐수흐 총리 지지파 (33그룹/중소기업진흥재단 그룹)와 엥흐볼드 국회의장 지지파(32그룹/600만 투그릭 그룹) 두 파에 불과하다. 그러나 2012-2016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5개 정도의 계파로 나뉘어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였고, 그 때문에 정권을 내주었다. 민주당의 분열상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11월 30일 총리 해임안이 부결된 것은 3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을 거부하고 해임 반대쪽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9명의 의원조차 단합하지 못하는 분열 정당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몽골 정치 분열의 원인

 

몽골 정치에 나타나는 이러한 분열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1990년대 초기 체제 전환 이후의 짧은 민주화 경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70년에 걸친 사회주의 체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파 간 권력투쟁을 유목사회에서 벌어진 분절적 대항(Segmentary Opposition)에서 찾으려는 견해이다. 즉 유목사회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 집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였고, 그러한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몽골인들이 스스로를 단합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몽골인의 특성이라고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 역시 음미해볼 만한 말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의 정치 분열에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부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결과물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은 1차적으로 민주화 이후 번갈아 집권해온 인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일어나고, 그다음으로 각 정당 내부의 계파 갈등으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정당과 정파를 초월하여 대립과 투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후자가 몽골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는 일종의 올리가르히(Oligarch)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전형적 사례가 마낭(MANAN)이라 불리는 인민당(MAN)과 민주당(AN) 주요 지도자들을 아우르는 이권 그룹이다. 이들은 정당을 달리하면서도 이해관계로 뭉쳐 있다. 그 한 사례가 민주당 출신의 엘벡도르지(Ts. Elbegdorj) 전 대통령과 인민당 소속의 엥흐볼드 현 국회의장과 그들 주위의 정재계 인사들이다. 현재 진행 중인 후렐수흐 총리 지지파와 엥흐볼드 국회의장 지지파의 대립이 겉으로 보기에는 인민당 내 권력투쟁으로만 보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후렐수흐 뒤에 민주당 출신의 바트톨가(Kh. Battulga) 현 대통령이 있고, 엥흐볼드 뒤에 민주당 출신의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 혼란은 여야를 아우르는 기존의 올리가르히인 엘벡도르지-엥흐볼드파와 새로운 올리가르히인 바트톨가-후렐수흐파의 대립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헌법재판소, 반부패청을 장악하고 있는 엘벡도르지-엥흐볼드파에 대한 바트톨가-후렐수흐파의 도전이 현재의 권력투쟁의 핵심이고, 그런 만큼 상대방 수장에 대한 해임 안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극한투쟁으로 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몽골 정치 전망

 

그렇다면 이 싸움은 향후 어떻게 전개되고, 몽골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인민당 내 양대 계파 대표자들이 만나 화해를 시도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또한 인민 당원과 일반 지지자들이 현재의 사태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을 후렐수흐 총리 겸 당 대표에게 강력하게 요청하는 등 외부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양자가 이해의 절충점을 찾아 극적인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두 계파 수장의 정치적 부담이 지워지기는 어렵다. 엥흐볼드 의장은 구세력과 부패세력의 상징인데다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600만 투그릭 사건의 기획자다. 후렐수흐 총리 또한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종소기업진흥재단 관련자들과 한 배를 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친동생까지 대출자 명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정치 및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양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의 불안한 상황이 좀 더 지속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럴경우 여론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계파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야당으로부터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엥흐볼드 의장은 어떤 식으로든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후렐수흐 총리가 가장 우수한 정치인, 엥흐볼드 의장이 가장 나쁜 정치인으로 공표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엥흐볼드 의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엥흐볼드 의장이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가장 큰 정치 경제 권력의 수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만일 그가 물어나면 국회의장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부패 청장 등 핵심 권력 기관장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올리가르히가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되돌아보면 민주 총선이 실시된 1992년 이후 지난 26년 동안 몽골에서는 모두 14번의 내각이 교체되었다. 하나의 내각이 꾸려져 평균 2년이 지속되지 못했다는 뜻인데, 그런 만큼 정치가 불안했다. 정치 불안이 그동안 몽골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끊임없이 지적되어왔다. 내각 및 장관과 담당자의 잦은 교체, 그에 따른 잦은 법령 및 시행령 변경은 외국인 투자를 감소시킨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현재의 불안한 정치 상황은 많은 국정 현안들을 지체시킴은 물론이고, 근래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몽골 경제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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