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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한국-몽골 항공회담 타결과 몽골 관광업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9/02/15

우수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몽골
세계관광기구(UNWTO)는 몽골을 2019년 떠오르는 여행지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 기구는 몽골을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이자 최근 2년 동안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나라로 보고했는데, 포보스(Forbes) 또한 2019년도 세계 10대 우수 여행지로 몽골을 선정했으며, Insider도 몽골을 13개 허니문 여행지의 하나로 추천했다.


이러한 평가가 얼마나 타당성을 갖는가는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몽골이 뛰어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몽골의 대자연 자체가 우수한 관광자원이다. 북쪽의 침엽수 지대에 있는 바다 같은 호수 훕스굴, 남쪽의 광대한 고비사막, 서쪽의 알타이산맥과 일망무제의 동부 대초원은 보는 이의 눈을 압도한다. 최근 무분별한 자원 개발로 인해 심각한 환경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몽골의 대초원과 사막과 호수와 산들은 여전히 떼 묻지 않은 청정 관광자원이다. 그리고 매년 이러한 거친 대자연을 찾아 외국 관광객들이 몽골을 찾아온다.


몽골의 전통생업인 유목 역시 특급 관광자원이다. 유목은 계절의 변화와 물과 풀의 형편에 따라 정기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목축의 한 형태다. 유목민은 최소한 1년에 네 차례 거처를 옮긴다. 이동 횟수는 이보다 많아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계절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소, 말, 양, 염소, 낙타 등 이른바 5종 가축을 이끌고 처자식을 데리고 생활 도구를 챙기고 천막을 해체하여 이사를 떠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유목은 낡은 생산양식이라는 이유로 폐기되어야 할 운명을 맞이했다. 각국 정부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내세워 목초지를 개간하고 그곳에 유목민을 강제로 정착시켜 농사를 짓게 했다. 이렇게 해서 몽골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유목과 유목민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사계절 이동하는 고전적 형태의 유목이 행해지는 곳은 이 세상에서 몽골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유목과 유목민의 일상생활은 그 자체가 빼어난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유목민의 생활 탐방이 새로운 관광테마로 떠오르고, 세계의 여러 관광 전문가들이 유목민의 일상생활을 우수한 관광 상품으로 추천하고 있다.


몽골은 또 세계적 문화유산의 저장고다. 몽골 땅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70만 년 전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 선비(2-4세기), 유연(4-6세기), 돌궐(6-8세기), 회골(8-9세기), 거란(10-12세기), 몽골(13-14세기) 등 북방 유목민들이 번갈아 가면서 몽골 땅에 나라를 세우고 흥망을 거듭했다. 현재 몽골에는 이들 선사인과 그들 후손이 남긴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다. 과장하면 몽골은 국토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역사유적과 유물이 풍부하다. 그리고 이들은 흉노와 돌궐과 몽골제국의 위상이 말해주듯 모두가 세계 수준의 문화유산이다. 이 말이 조금도 과정이 아님은 매년 10여 개 국가의 고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이 몽골 각지에서 각 시대의 유적 조사와 아울러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여기에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칭기스칸 관련 유적지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1급 관광자원이다.


관광자원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관광업
유수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몽골의 관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그동안 몽골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수치를 확인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표-1에서 보듯 특급 관광자원과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치고 몽골을 찾는 외국 관광객 수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물론 2000년대 초기, 즉 2002년(228,719), 2003년(201,153), 2004년(300,538), 2005(338,768)와 비교하면, 2010년대에 들어와 외국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정점을 찍은 외국 관광객은 그 후 계속 감소하여 2016년에야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그 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몽골의 경기 침체기 및 회복기와 일치한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도 보유 관광자원에 비해 몽골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몽골정부는 2005년도에 10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는데, 14년이 흐른 지금도 몽골을 찾는 외국인은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이는 몽골의 관광 경쟁력 지수와 일치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년마다 관광 경쟁력 지수(Travel & Tourism Competitiveness Index)를 발표하는데, 2016-2017년도 몽골의 관광 경쟁력 지수는 조사대상 136개국 중 102위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몽골 전문가들은 “외국 관광객이 몽골에 오지 않는 10가지 이유”, “몽골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등 관광객이 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광활한 대지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관광명소를 연결하는 교통망과 특정지역에서 편리하게 머물 수 있는 숙박과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의 미비다. 현재 몽골 인구는 300만 명이 조금 넘지만 국토는 156만㎢가 넘는다. 땅은 넓고 인구가 적은데, 그나마 울란바타르 등 수도권과 각 아이막(Aimag, 道) 중심지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수백 ㎢씩 떨어진 경관이 빼어난 명소와 세계적 유적을 연결하는 교통망과 통신망 및 관광시설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몽골에 외국 관광객이 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긴 겨울과 추운 기후조건 때문에 1년에 절반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몽골 관광업계와 정부에서는 겨울상품 계발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이템 부족과 투자유치 실패가 겹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몽골을 외국과 연결하는 항공운임이 과다하다는 것도 관광객 유치에 커다란 장애물로 지적된다. 현재 몽골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은 국영기업인 MIAT사(社)가 전담하고 있는데, 모든 노선이 통상적인 항공료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 1990년대부터 지적되어왔다. 이러한 요인 외에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서비스, 관광정책 실패, 전문 인력 부족, 생각보다 높은 현지 물가도 외국 관광객 유치에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둘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과도하게 높은 항공요금이야말로 외국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예컨대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인천-울란바타르 구간은 왕복 40만 원대 전후가 적정 가격이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100만 원을 상회할 때도 있다. 인천-울란바타르 뿐 아니라 울란바타르-베이징 등 기타 지역으로 가는 항공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와 유사하다. 몽골 국내 연구자들과 외국의 몽골학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몽골을 오가는 항공료를 국제수준에 맞춰 현실화할 경우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충고했으나, 이 문제가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MIAT와 외국의 특정 항공사의 독점체제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독점체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항공료 인하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자원 개발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 무분별한 자원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가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관광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검토되기 시작했다. 유목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외자를 유치하여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단지 조성을 지원하는 것이 2016-2020년도 몽골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들어간 것도 그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MIAT의 민영화, 항공자유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수요가 많은 인천-울란바타르와 울란바타르-베이징 등 핵심 노선의 항공료 현실화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몽골 항공 회담 및 향후 전망
이 과정에서 한국(국토교통부)과 몽골(도로교통발전부) 간 한국-몽골 항공 회담(2019. 1. 16-17)이 열려 인천-울란바타르 노선의 운수권을 약 70% 늘리고, KAL 외에 제2의 국적항공사가 취항할 수 있게 하여 기존의 독점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인천-울란바타르 노선은 양국이 1991년에 항공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 각각 1개 항공사만이 운항 가능한 소위 독점노선으로 유지되어왔음은 위에서 언급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3년부터는 수차례 항공회담을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입장 차이로 교착상태(12회 중 8회 결렬)가 지속되어 운항횟수(KAL과 MIAT 각각 주 6회로 고정)를 늘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당 노선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해마다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만성적인 항공권 부족이 발생하는 등 양국 국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어왔다.


아래 표-2에서 보듯 한국을 방문하는 몽골인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표-3)도 상당히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몽골 간 항공수요는 2018년 기준 약 33만 명으로 연평균 약 11%의 매우 가파른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항공회담은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른 양국 정부의 오랜 논의와 협상의 결과다. 지금까지는 해당 노선에서 KAL이 단독으로 최대 주 6회까지 운항할 수 있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 측은 주 2,500석 범위 내에서 각국 2개 항공사가 최대 주 9회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되었다. 증대된 운수권은 2월 중 배분될 계획이며, 금년 3월 31일부터 시작되는 하계 시즌부터 KAL뿐 아니라 제2의 국적항공사가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복수 항공사 취항에 따라 하루에 운항되는 항공편 횟수도 현재의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어난다. 인천-울란바타르 노선 외에도 부산-울란바타르 노선의 운수권 역시 주 1회(현재 주 2회→주 3회로 증가)가 증대되었으며, 기존에 존재하던 1회당 좌석 수도 162석에서 195석으로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더해 인천-울란바타르 간 화물 운수권도 주 5회 설정했으며, 국민들이 다양한 코드쉐어 항공편을 통해 몽골 각지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한국, 몽골뿐 아니라 제3국의 항공사도 코드쉐어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교류의 역사, 향후 한국과 몽골 관계 및 경제협력 확대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그동안 억제되었던 항공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양국의 인적교류가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또한 1국(國) 1사(社)의 독점체제가 타파되어 항공 요금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가격 하락이 어느 정도 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항공요금이 통상 요금에 비해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큰 폭의 하락도 기대해볼 만하다. 가격이 인하되면 당연히 양국 간 출입국자 수가 많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몽골로 가는 관광객이 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초원과 유목생활을 주제로 하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나 하계 연수지로서 적지 않은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적은 인구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몽골인의 한국 방문도 증가할 것이고, 그중에는 치료 등의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와 관련하여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먼저 늘어난 항공기 숫자만큼 한국을 경유하는 몽골행 외국 여행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들이 KAL 또는 MIAT를 타고 몽골에 들어가고, 또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경유하여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갔다. 따라서 이번 증편된 운수권을 충분히 활용하여 인천을 몽골에 들어가고 몽골에서 나오는 거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몽골의 대외창구로서 인천-울란바타르 노선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전망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국기업의 몽골 관광업계 진출이다. 이 경우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한국 여행사 또는 호텔 등 숙박업의 몽골 현지 진출이다. 현지 몽골 여행사들의 낡은 영업기법과 부실한 서비스 상황으로 보면 분명히 한국회사가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이미 이 분야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몽골정부 또는 관광청 등과의 협조 하에 한국기업의 투자로 거점 별 관광단지를 직접 조성하는 방안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몽골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관광지와 유적지가 넓은 국토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거점 별 관광단지 조성이다. 몽골의 관광업에 진출할 경우 고객을 현재처럼 한국인 여행객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몽골인과 외국인 여행객에 맞춰야 한다.


후자의 경우 유럽과 동양인에 대한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점에 유념하여 중국인을 겨냥한 사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즉 근년 몽골-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몽골-중국-러시아 3국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대한 차의 길’(Great Tea Road) 등 관광 상품이 출시되면서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며, 실제로 몽골을 찾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상품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고, 전망 또한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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