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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새 내각 구성의 의미와 전망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5/11

지난달 실시된 알제리 대통령 선거(04.17)에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후의 알제리 정국은 그리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카빌리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항의 시위, 사하라 일대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지속되는 테러(5월 5일 하루에만 9명의 테러범 사살, 이후 소규모의 테러가 곳곳에서 발생), 음자브 지역의 불안정 등 대통령의 4선 당선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각료가 임명되었고, 알제리인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나타난 각료 인선에 대한 실망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부테플리카 통치 기간 15년 동안 13번의 개각이 있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 정책의 비연속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개각이 1999년 첫 번째 개각 수준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친정 체제 강화만을 위한 포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Tout sur l'Algerie 05.06). 정부와 집권당(FLN) 입장에서는 이번 개각이 새 헌법 수정 이전의 임시 각료 임명이라고 논평을 냈지만(El Watan 05.06), 야권을 위시한 국민들의 불만을 쉽게 누그러트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새 내각 구성은 총리 임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거동이 불편한 대통령을 대신하여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선거 유세를 전담해왔던 압델말렉 셀랄이 4월 29일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는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경제 상황을 가장 먼저 개선하고, 이를 통해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국부를 창출하겠다고 취임 일성에서 밝혔다(El Moudjahid 04.29). 이어 5월 5일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테크노크라트(기술직 관료) 위주의 인사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지만, 중요 부서 장관들은 유임되었다. 알제리 정부의 빅 4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장관, 내무부장관, 에너지부장관, 국방부차관(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이 겸임하고 있다)이 그대로 유임된 것이 그 사례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4선을 책임진 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권 정당 FLN과의 관계를 중시한 인사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FLN과의 관계 강화를 지속적으로 새 내각에 반영하고자 했다. 법무부장관, 의회관계부, 청소년부 장관이 FLN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발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1999년 당시 총리에 임명됐던 아흐메드 우야히야(Ahmed Ouyahia)의 측근들도 대거 중용되었다. 보훈부, 광물산업부 장관이 그에 해당되는데 4선 당선에 대한 보은 인사로 꼽힌다. 측근은 물론 우아히야 전 총리 자신이 대통령실의 실장을 맡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 통상부 장관 아마라 벤유네스의 경우 연정 파트너인 MSP당 소속이다. 연정 파트너에 대한 배려라고 하지만 3년 사이에 3번의 부서를 바꾸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어, 전문성이나 연정과도 너무도 먼 사적인 관계를 배려한 인사라고 지적된다. 대부분의 연정 파트너였던 정당이 이번 인선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이유이다 (Liberte 05. 08).

 

그 와중에 몇몇 특이한 인사가 눈에 띈다. 문화부장관을 역임했고, 알제리 페미니즘의 상징 인물인 칼리다 투미(Khalida Toumi)가 영화제작자이자 알제대학교 교수인 나디아 라비디로 교체되었다. 재무부장관인 카림 주디 또한 모하메드 젤라브로 교체되었다. 가장 젊은 장관으로는 35살의 나이로 관광수공예부 장관을 맡은 아이샤 타가부이다. 7명이 여성 장관으로 비교적 여성들을 많이 배려했다고는 하지만, 야당과는 더 적대적인 내각을 구성했다는 평이다. 다음은 새로 임명된 알제리 각료이다.


34명의 장관급 각료 중 30명은 부처 장관이고, 3명은 담당 장관, 1명은 총무장관이다. 이전의 에너지 광물부를 에너지와 산업광물부로 개편하였고, 청소년체육부 또한 체육부와 청소년부로 분리하였다.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중소기업투자부(혹은 산업개발유치부)는 결국 이번 개각에서 폐지되어, 실질적인 무역투자 유치와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번 내각 구성은 대통령 자신의 공약과는 무관한 인사임을 내보이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후보 기간 중 안정적인 주거대책, 수입을 규제하여 무역수지 개선, 관료주의 시스템의 종식, 부패와의 전면전, 젊은이를 위한 실업 해소 정책, 테러로부터 사하라 일대의 안전 보장, 보건 위생, 합의를 통한 헌법 개정, 외국 거주 알제리인의 국내 투자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새 내각 인선은 이와는 거리가 먼 측근들을 전면에 재배치시키거나, 오로지 새 헌법 개정을 겨냥한 인선에 지나지 않는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국민들이 합의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우야히야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워 주도해가고 있다(El Watan 05.09).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시켜 9월이나 10월경 국민투표에서 헌법 개정을 하겠다는 심산인데, 이미 1996년과 2008년에 했던 것처럼 임기 연장의 수단으로 헌법 수정을 노린 것이고, 결국 영구집권 목적의 헌법 수정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야당들이 대거 이 자문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한 이유도 바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영구 집권 의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이 영구 집권 계획에 변수가 될 전망이지만, 신임 내각 구성과 헌법 수정을 위한 자문회 구성 과정은 분명 영구집권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다고 정치학자 라쉬드 그림(Rachid Grim) 박사는 필자와의 e-mail 서신에서 밝히고 있다:“대통령은 끊임없이 대리인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통치하려고 할 것이며, 그의 지배 기간은 총리와 같은 대리인을 내세워 그다지 지켜지지도 않을 약속을 해가며 지속될 것이다. 셀랄의 총리 지명이나 우야히야, 벨카뎀과 같은 전임 총리를 복귀시켜 대리 임무를 수행토록 하려는 계획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심지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배세력의 재활용, 심지어 자신의 동생(대통령은 결혼하지 않았기에 동생이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분류된다) 사이드 부테플리카를 후계자로까지 지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El Watan 04.30).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4선은 알제리인이 국가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선택한 결과라고 하지만, 결국 체제의 영속화로 귀결될 수 있는 공산이 크다. 독립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경우 상당 부분 현 체제에 공감하지만, 문제는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소수부족인 베르베르인의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는 한 현 시국은 물론 부테플리카 대통령 이후의 알제리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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