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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팔 평화협상, 그 배후에는 강력한 이스라엘 경제가 뒷받침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4/04/17

좌초위기의 이-팔 평화협상


2013년 7월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의 중재로 불이 지펴진 이-팔 평화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사실상 사문화 되고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이 포함된 2003년 중동 평화 로드맵이 실현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된 이-팔 평화협상은 시들해진 중동평화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 협상이 다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협상 종료시한의 연장을 요구했고, 팔레스타인이 이를 거부하자 이스라엘이 마지막 장기수 26명에 대한 석방을 보류했다. 장기수에 대한 석방이 보류되자 팔레스타인도 4월 1일 유엔기구·협약에 곧바로 가입신청을 했고 이스라엘은 장기수 석방을 아예 취소해버렸다. 물론 케리 장관이 즉각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수반과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의 재개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2013년 7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장기수 104명을 풀어주기로 약속했고, 팔레스타인 측은 협상기간에 국제기구에 가입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2013년 11월 유엔에서 옵서버 자격을 얻었고,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 또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매달 1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약속하고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돕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장기수 26명에 대한 제4차 석방을 취소하자, 아랍연맹은 지난 4월 9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동평화협상을 계속 중재해달라고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주선으로 금년 4월 29일 시한이 종료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행해진 조치다. 물론 케리 장관은 협상이 결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하지만 현 상황에서 협상재개는 어려울 것 같다.

 

약속파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은 13개 국제조약 가입신청서를 유엔에 제출하였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금 이체액을 대폭 삭감하는 경제제재조치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대신하여 징수하거나 송금하는 금액에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기업들에게 진 빚을 공제하기로 했다. 이 액수는 매달 약1억 달러 정도로 자치정부 수입의 2/3정도를 차지하는 큰 액수다. 이밖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연안의 가스전 개발에 팔레스타인의 참여를 중단하고 자치정부의 이스라엘내의 예금도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양이와 쥐는 먹이를 함께 먹고 있을 때는 싸우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회담은 허울뿐인‘평화’와 실속 없는‘회담’으로 귀결된다. 그동안 행해진 수차례의 평화회담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탈무드에“고양이와 쥐는 먹이를 함께 먹고 있을 때는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서로 대립되는 사이라 할지라도 함께 이익을 추구할 때는 서로 서로 돕는다는 의미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중동의 평화문제는 계속 회담으로 이어져 왔고 그 과정에 불안한 평화공존도 계속돼 왔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과 가자지구에서의 무력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커다란 손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평화’는 계속‘회담’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존한다. 일종의 유대인의 지혜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1973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흡수합병 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주장하며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물론 동예루살렘을 독립국의 수도로 생각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이 지역의 정착촌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평화회담의 주요 의제로 되고 있다. 

 

아랍인들이 주로 거주하며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라모트 지역에 주택 300채, 길로 지역에 주택에 797채를 짓겠다는 이스라엘의 건설계획이 2013년 5월 발표되자 팔레스타인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10년 서안지구의 정착촌 건설 동결시한이 만료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중동평화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2014/03/04), 이스라엘 중앙통계청은 2013년 서안지구에 건설하기 시작한 정착촌 주택이 2천534채로 이는 2012년 건설에 착수한 정착촌 주택 1천133채보다 1천401채 많은 수치라 한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네타냐후 정부가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동평화협상에 임하라고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네탸나후 총리는 정착촌 건설을 강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정착한 이스라엘인은 약5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월 12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 가자지구 29곳 공습을 시작으로 2012년 11월 8일간의 교전 이후 맺은 휴전협정 이래 1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교전이 발생하였다. 이스라엘 남부와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가자지구는 요르단 강 서안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속하는 곳으로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점령했다가 2005년 철수한 지역이다. 그 후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곳을 장악하자 200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에 다시 나섰으며 현재까지 무력충돌이 계속 되고 있다. 

 

허울뿐인‘평화’와 실속 없는‘회담’


중동평화회담의 전개과정을 보더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회담은 허울뿐인‘평화’와 실속 없는‘회담’으로 점철돼 있다.

 

1979년 3월 아랍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카터 대통령의 주선 하에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에‘캠프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이 성사되었다. 이 협정으로 이스라엘은 국가의 권리를 인정받고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시나이반도 서부지역을 반환함으로써 이집트와 밀월관계를 갖게 되었다.

 

1993년‘오슬로 협정’도 팔레스타인 자치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와 이스라엘과 PLO의 상호 인준이 주요 골자였다. 물론 그 내용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와 선거, 과도기협정, 예루살렘과 점령지의 최종 지위협상, 유대인정착촌, 난민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1995년 11월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이스라엘 극우파에 의해 암살되고, 1996년 하마스의 자살폭탄 테러 등이 발생하여 난항을 겪어 오다가 1996년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로 당선되면서 협정 자체가 사문화되었다.

 

이런 와중에 2005년 미국과 유엔,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이른바 "쿼텟"이 준비한 중동평화계획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는데, 이를‘중동평화 로드맵’이라 한다. 이는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한 단계적 이행안으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을 목표를 3단계로 나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단계적으로 이행해야할 평화실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중동평화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과거 50년간 지속된 중동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지중해에 이르는‘대(大) 이스라엘’을 건설하겠다는 리쿠드당의 극우 강경세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계속 밀어붙였다.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에 대한 국제회담에서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2008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평화협상도 전면 중지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 이-팔 협상인데, 지금까지 협상의 결과가 말해주듯,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의 근본문제, 즉 국가건설에 대한 양측의 꿈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협상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작은 국토에 인구가 적은“이스라엘이 그토록 강하게 팔레스타인, 더 나아가 아랍권 전체에 대해 강하게 버티며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이르게 된다.

 

강력한 이스라엘 경제가 뒷받침


이스라엘은 고조된 글로벌 위기와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과거 5년 동안 GDP 성장은 2010년 가입한 OECD 평균 0.7% 보다 높은, 평균 4% 성장하였다(<표> 참조). 전체적인 생활수준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1인당 실질 GDP와 함께 점점 개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 경제의 탄성은 대규모 외환보유고, 다양한 하이테크 수출부문, 경제적 차입자본의 부담이 없다는 긍정적 지표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경제적 기반에 기인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2012년 187개국 유엔인간개발지수 가운데‘매우 높은 개발’의 범주인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산업 부문은 하이테크 제품, 금속제품, 전기 및 바이오 설비, 농산품, 음식물가공업, 화학 및 운송설비 등이며, 특히 다이아몬드 산업은 세계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다. 강력한 벤처 캐피탈 산업에 의해 지원을 받는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높은 집중은‘실리콘 와디’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 크기의 면적에 인구 약 80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 그 작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200명의 수상자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이스라엘 경제의 저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스라엘이 오늘날처럼 부유하게 된 배경에는 그들의‘문화’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적 의미에서 이스라엘 경제의 저력은 정부가 경제적 재해의 경험을 깨닫고, 숙련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벤처 자본가들의 투자와 좋은 중앙은행제도를 채택한데 있다. 단 몇 십 년 만에 이스라엘은“반(半)사회주의 침체상태를 하이테크의 강대국으로 변모”시켰다. 이스라엘은 보다 많은 하이테크 벤처기업을 탄생시켜 그것이 세계의 다른 나라보다 많은 벤처자본의 활용을 가능케 해주었다. 이러한 이스라엘 경제는 금융위기 동안에도 큰 힘이 되었다.

 

이처럼 글로벌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의 강력한 경제적 기반은 그들의 생존문제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이며 생존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강력한 경제력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 특히 IT분야에 특화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반세기에 걸친 투쟁과정에서도 굳건히 생존하고 국제사회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의 배후에는 그만큼 이스라엘 경제가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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