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체포가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미치는 영향

키르기스스탄 Rovshan Ibrahimov Hankuk University for Foreign Studies Associate Professor 2019/11/29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체포
키르기스스탄 사법당국은 2019년 8월 8일 알마즈벡 아탐바예프(Almazbek Atambayev, 2011-2017 재임)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체포 및 구금했다. 이번 체포 작전이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였다. 아탐바예프 및 그 지지자가 고이-타슈(Koy-Tash) 마을에 위치한 아탐바예프 자택을 둘러싸고 방어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도에 자택이 포위당하자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투항하고 체포되었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체포를 위한 준비는 철저히 이루어졌다. 체포 전인 6월 27일,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알마즈벡 아탐바예프가 전 국가원수로서 보유하고 있던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면책특권이 없어진 후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조사를 위한 소환 요청을 받았으나 불응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보다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이 키르기스스탄 역사상 임기를 끝마치고 퇴임한 최초의 대통령임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임자인 아스카르 아카예프(Askar Akayev, 1991~2005 재임)와 쿠르만베크 바키예프(Kurmanbek Bakiev, 2005-2010 재임)는 혁명의 결과로 축출되었다. 과도기인 2010~2011년에는 로자 오툰바예바(Roza Otunbayeva)가 키르기스스탄을 이끌었다. 한편, 키르기스스탄은 이미 전임 대통령을 범법자로 규탄한 전력이 있다. 아스카르 아카예프와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임기 종료 이전 권력을 잃은 것도 그 이유였다. 이들의 불법 활동에 대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이들 전임 대통령이 발빠르게  해외로 도피한 관계로 실제 유죄판결이 내려지진 않았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동시에, 이러한 종류의 위기가 나타나는 주된 원인은 제도의 취약성과 내부 안정성⸱치안 유지 수단의 부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성은 경제 등 키르기스스탄의 다른 활동 분야까지도 마비시킨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체포 혐의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국법을 어긴 혐의로 체포되었다. 특히 비슈케크 열병합발전소(Bishkek Thermal Power Station) 현대화 사업 관련 부패혐의, 불법 토지변경, 위조 의료기록을 활용한 범죄조직 두목 아지즈 바투카에프(Aziz Batukaev) 불법 석방, 권력 찬탈 등 여러 가지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며 이 모든 것이 소론바이 제엔베코프(Sooronbai Jeenbekov, 재임기간 2017~) 현 대통령의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제엔베코프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천거한 사람이 아탐바예프 자신이라는 점이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여당인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 당수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미 2018년 봄부터 키르기스스탄 전⸱현직 대통령 사이 심각한 불화가 있음이 드러났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 측근 또한 함께 조사 대상이 되었다. 측근 중 다수가 아탐바예프가 기소되기 전 조사를 받았다. 해당 측근으로는 사파르 이사코브(Sapar Isakov) 전 총리와 잔토로 사티발디예프(Zhantoro Satybaldiev) 전 총리가 있다(두 사람 모두 구금상태이다). 아이다 살리아노바(Aida Salyanova) 전 검찰총장, 디나라 사긴비야(Dinara Saginbaeva) 전 보건부 장관, 샤밀 아타하노프(Shamil Atakhanov) 전 부총리 등도 조사를 받았다. 아스카르벡 샤디예프(Askarbek Shadiev) 전 제1부총리는 궐석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샤디예프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뉴욕으로 망명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키르기스스탄에서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대통령 재임 중 발발한 시위가 혁명으로 이어져 국민이 원치 않는 권력을 끌어내렸다. 두 차례의 혁명 모두에서 대규모 가두시위가 있었다. 무력진압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시위대가 승리하여 아카예프 전 대통령과 바키예프 전 대통령 모두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현재 각각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살고 있다. 이들 대통령이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올 경우 형사재판에 회부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 모두 이들 전 대통령의 키르기스스탄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또한 전임자와 같이 정치적 망명을 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체포 며칠 전 면책특권 박탈 상태에서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칸트(Kant)시에 위치한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러한 접견은 푸틴 대통령이 오명을 입은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지지의 뜻으로 풀이되었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남아 키르기스스탄 당국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었으나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후 일어난 일을 보면 알 수 있듯, 러시아 방문과 푸틴 대통령 접견은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에 대한 키르기스스탄의 태도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그대로 체포되어 여전히 구금 상태에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키르기스스탄은 구소련 국가 중 가장 가난한 축에 속한다. 경제의 상당 부분이 금 수출 및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난 자국민의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거시경제지표 개선을 위해 외국인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2005년과 2010년에 있었던 혁명 이후 전 대통령 지지층은 국외로 떠났다. 아카예프와 바키예프 모두가 시위 무력진압을 시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두 차례의 혁명 시기에 키르기스스탄 경제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시위 기간 동안 약탈이 만연했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았다. 외국인자본을 갖춘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 및 사업가 다수는 키르기스스탄 내 경제활동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 상황은 정치적 불안정성 또한 키르기스스탄 경제 및 비즈니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차례의 대규모 시위 모두에서 키르기스스탄 경제의 바탕이 되어 온 중소기업을 주로 겨냥하여 대량 파괴행위 및 재산 약탈행위가 발생했다. 2005년의 의회선거 결과 조작으로 인해 촉발된 튤립혁명(Tulip Revolution, 시위자들이 항의의 상징으로 시위 중 튤립을 들어 이 이름이 붙었다) 당시 많은 상가와 시장이 조직적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아스카르 아카예프 일가(묘한 것은, 튤립혁명의 지도자 중에는 2대 대통령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3대 대통령 로자 오툰바예바, 4대 대통령 알마즈벡 아탐바예프가 있었다) 혹은 터키 및 중국 기업인 소유의 상가가 주된 목표물이 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키르기스스탄 내 주요 해외 투자자가 바로 터키 및 중국 기업인이었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는 실크웨이(Silk Way) 쇼핑 센터 전체가 약탈당했고, 중국 쇼핑센터 궈잉(Guo Ying)은 방화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토지 불법 압수 등을 통해 재산의 재분배가 시작되었다.

 

2010년 4월, 또 한 차례의 소요 및 시위 사태가 있었다. 이번에는 튤립혁명을 계기로 집권한 바키예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부패 혐의가 불거진 바키예프에 대한 저항의 뜻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량 파괴행위 및 조직적 약탈이 또 한 번 반복되고 재산의 재분배가 다시 일어났다. 많은 투자자가 키르기스스탄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마치 그 모습이 2005년의 데자뷰처럼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0년 정치적 위기동안 외자(外資) 유입량은 무려 25% 감소하며 눈에 띄는 하락세를 그렸다.

 

키르기스스탄 주요 투자국이 캐나다와 중국임을 짚을 필요가 있다. 양국의 투자자는 대형 프로젝트 투자를 선호한다. 일례로 캐나다 금광 개발업체인 센테라 골드(Centerra Gold Inc.)는 1992년부터 키르기스스탄 최대 금광인 쿰토르(Kumtor)의 주요 투자사였다. 중국의 경우, 대부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투자가 진행된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인프라 프로젝트 다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광업 부문을 위시로 하여 산업 생산기지 구축 계획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자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주요 원인은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이는 외국인투자 보호 관련 법제가 조악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센테라 골드는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있어 유일한 거대 투자자인데, 그런 센테라 골드마저도 정권 교체와 관련하여 문제를 겪는다. 센테라 골드와의 합의 내용 수정에 관한 문제가 몇 차례나 제기되었다. 1997년 본격적 시작 이후 이 산업부문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센테라 골드의 작업을 중단하고, 진입로를 막고, 전기를 끊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수백 개의 점검 및 의회 위원회가 기업 활동에 대한 감사를 시행했다.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수 차례에 걸쳐 협력 조건을 재검토하려 시도했다. 센테라 골드의 국가 GDP 기여율이 7.4%이고(키르기스스탄에 있어, 특히 예산에 있어서 상당량이라 할 수 있다), 외화 수입의 55%가 금 수출로 인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센테라 골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고 자본손실의 리스크가 있는 바, 센테라 골드는 정부를 대표하는 새로운 인물과 합의점을 찾고 키르기스스탄 내 활동을 이어 나가는 쪽을 더욱 선호한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대단히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2019년 8월, 솔톤 사리 금광(Solton-Sary gold ore deposit)에서 사업하는 중국 기업과 지역 주민간 갈등이 있었다. 금광 주변 지역의 마을 주민이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금광에서 장비를 철수하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주민과 기업 근로자 간 협상이 있었으나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국 주민과 근로자 간 빚어진 충돌로 인해 중국인 근로자가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의 투자 방해 사례가 비단 이 한 건만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은 장기적 여파를 가져왔다. 이식 쿨(Issyk-Kul) 지역에 있는 타쉬 불락 우라늄 광산(Tash-Bulak uranium deposit)에 대하여, 지역 주민이 광산 개발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우라늄 채굴 및 우라늄 광산 개발을 완전히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또한 대통령 당선 전에는 거물 기업인이었다. 체포 이후 아탐바예프 소유기업 120개와 더불어 아탐바예프와 그의 아내 소유의 은행 계좌 25개가 압류되었다. 이 경우 아탐바예프의 사안도 문제지만, 키르기스스탄은 또 한 명의 중요 투자자를 잃을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투자를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018년,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2017년에 비해 7.6% 감소한 5억 7,000만 달러였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국내 외국인직접투자 유입량은 전년동기대비 48.9% 증가하여 1억 7,67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자본의 유출량 또한 1억 6,980만 달러에 달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투자 증가의 주된 원인은 중국이었다. 중국의 투자는 7.4배 증가했으며, 전체 투자량의 69.8%를 차지했다(2018년 전체 투자량에서 중국 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43.1%였다).

 

키르기스스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에 더해, 정치적 불안정성과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들이 외국인직접투자 증가를 가로막는 요인 및 유출을 촉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