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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몽골의 캐피탈뱅크 퇴출이 주는 교훈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2019/05/20

캐피탈뱅크 퇴출


2019년 4월 8일 중앙은행인 몽골은행 바트사이항(N. Batsaikhan) 조사국장은 캐피탈뱅크(Capital bank)를 금융권에서 퇴출시키고 당해 은행의 권한을 인수할 위원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강제 퇴출의 직접적인 이유를 불량채권이 전체 대출의 80%를 점하여 더 이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뱅크는 1990년 3월에 설립된 몽골 최초의 시중은행으로 금융시장에서 그 나름의 위치를 점하고 영업해 왔다. 2019년 4월 8일 현재 수도 울란바타르와 21개 아이막에 70여 개의 지점이 있다. 자산 규모는 전체 금융권 자신의 1.1% 정도로 소규모 은행이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파산 치고는 그것이 미치는 사회 및 경제적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자들도 대체로 그렇게 진단한다.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결코 틀린 진단은 아니다. 또한 이전의 은행 파산과 달리 이번에는 공적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 국민들의 세금 손실도 없을 전망이다. 몇 해 전(2013년 6월 13일)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되어 은행권 부실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는 몽골은행 발표 당일 관련법에 따라 캐피탈뱅크  예금자들에게 ‘Khaan bank’를 통하여 우선 2,000만 투그릭(tugrik)까지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번 캐피탈뱅크의 예금자들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본 제도의 첫 수혜자가 될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피탈뱅크의 예금자의 99%가 2,000만 투그릭 이하라고 한다. 2,000만 투그릭 이상의 예금자들도 대출 담보물과 자산 매각을 통하여 원금을 되돌려 받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탈뱅크의 이사를 역임한 경제학자 고후(Sh. Gookhüü) 또한 예금자들에게 지불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관측이 맞는다면 이번 사태로 예금자들의 손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캐피탈뱅크의 퇴출이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일회성 사건도 결코 아니다. 이번 사태는 몽골 은행 제도의 문제와 정경유착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금자에 대한 원리금 지불 여부와 상관없이 실업문제, 금융권에 대한 불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사회 안정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몽골 은행권의 불량채권 문제


가장 큰 문제는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은행 파산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몽골에는 37개의 시중은행이 설립되어 현재 13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20여 개의 은행이 파산하거나 다른 은행으로 합병되었다. 몽골처럼 1990년대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30년이 채 안 된 기간에 20여 개의 은행이 파산 또는 합병되었다는 것은 적은 수치는 아니다. 물론 파산이나 합병의 이유는 은행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액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은행의 고유 업무라고 한하면, 불량채권이야말로 은행 부실의 1차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상기했듯이 캐피탈뱅크 퇴출의 직접적인 이유도 80%에 달한 불량채권 때문이다. 문제는 몽골 시중은행의 대출 중 불량채권 비율이 통상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데 있다. <표 1> 그래프에서 보듯이 최근 10년 동안 은행권의 불량채권 비율은 2011~2014년을 제외하고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2007~2008) 직후인 2009년에는 불량채권 비율이 무려 17.5%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그 해에 ‘Zoos bank’가 파산하고, 불량채권 비율이 7.5%인 2008년에는 ‘Anod bank’라는 또 다른 시중은행이 파산했다. 두 은행이 파산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불량채권 때문이다.


<표 1> 그래프에서 보듯 몽골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2011~2014)에 통상 범위를 넘나들던 불량채권 비율이 2015년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하여 2018년에는 10.4%까지 올라갔다. IMF의 지원으로 근년 몽골 경제성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채권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0.4%(1월), 10.7%(2월), 10.8%(3월)로 소폭이지만 2019년에도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세한 통계자료가 나와 있는 2019년 2월을 살펴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월 말 현재 전체 대출 가운데 불량채권 비율이 10.7%, 기한을 넘긴 이른바 롤오버(Roll-over) 비율이 5.4%이다. 바꿔 말하면 은행권 대출의 16.1%가 상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같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불량채권의 85%가 각종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다. 구체적으로 광산 부문 26%, 교육 부문 21%, 건설 부문 14%, 부동산 및 교역 부문이 각각 8%를 점하고 있다. 광산 등 몽골의 주력 산업과 그동안 경기를 견인했던 건설과 부동산 부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몇 년 동안 7~8%대에 머물던 불량채권 비율이 2018년 이후 10%를 상회하고, 그 대부분이 광업 등 몽골의 주력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금융권에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량채권은 금융시장에서 암과 같은 것이다. 암이 퍼질수록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고 약해지는 것처럼 불량채권 비율이 높아질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대되기 마련이다. 이번 캐피탈뱅크의 전체 대출액의 80%가 부실화되어 파산에 이른 것이 이를 말해주는 구체적 사례다. 불량채권은 당연히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시 및 거시경제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IMF 역시 이점을 인식하고 구제금융 직후부터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개혁을 요구했다. 몽골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캐피탈뱅크는 IMF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하여 퇴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1%에 육박하는 불량채권 비율이 내려가지 않으면 또 다른 시중은행이 파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캐피탈뱅크 사태를 좀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할 이유다.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


캐피탈뱅크 파산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몽골은행 발표와는 별개로 이것이 순수 경제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면 불량채권의 비율이 높아 지불 능력이 없는 은행을 선제적으로 퇴출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후렐바타르(Ch. Khürelbaatar) 재무장관은 캐피탈뱅크 퇴출 발표 다음 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당해 은행은 2015년에 이미 지불 능력을 상실하고 은행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4) 정부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2015년 부실이 확인된 이후 몇 년 동안 몽골정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어떻게 설명해도 정부가 불량채권 비율이 80%가 넘을 때까지 퇴출 등 강경 조치를 취하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사태가 정치권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만한 합리적인 의심이 생겨난다.


캐피탈뱅크의 부실이 처음 확인되었다는 2015년은 민주당 집권 시기였기 때문에 민주당의 잘못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 그런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 에르덴(S. Erdene)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15년에 인구노동복지부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때 그는 자신의 권한 하에 있었던 정부 자산을 동원하여 당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캐피탈뱅크를 지원했다. 2016년 7월에 정권을 인수한 인민당 정부에서도 캐피탈뱅크가 소생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퇴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5일 민주당이 정부 청사 앞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고 ‘의회 해산, 중소기업진흥기금 관련자 처벌, 매관매직을 통한 600만 투그릭 모금 관련자 처벌’ 등 집권당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그 때문에 서둘러 캐피탈뱅크의 퇴출을 발표하고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했다는 것이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이것의 진위를 가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에르덴 대표가 민주당 정권 시절에 무리하게 정부 자산을 시중은행에 맡겼다는 것, 최근 인민당의 복잡한 내부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 정부가 캐피탈뱅크의 퇴출 시기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이 모두가 정치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2015년에 이미 부실이 밝혀졌는데도 인민당이 정권을 인수한 2016년 7월 이후에도 이에 대한 특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이 없다. 아마도 이는 캐피탈뱅크 대표이사 아리온볼드(A. Ariunbold)의 아내 온다르마(B. Undarmaa)가 집권 인민당의 현역 의원이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온다르마 의원은 중소기업은행 불법대출 사건으로 검찰에서 자격정지를 요청했지만 동료 의원들의 반대로 검찰 조사를 모면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보면 현 정부는 캐피탈뱅크의 부실을 인지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가 더 큰 정치적 이유로 퇴출을 발표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추론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캐피탈뱅크 퇴출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온다르마 의원의 답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나는 캐피탈뱅크에 어떤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나온 것은 정치적 사정이 개입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여당과 정부에 대한 일종의 불만이다. 상기한 캐피탈뱅크의 전직 이사 역시 이번 퇴출 결정을 함부로 꺼내지 말았어야 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늘 그래 왔는데 왜 갑자기 그러냐는 불만일 것이다. 이는 곧 캐피탈뱅크의 부실과 퇴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경제 외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말해준다.


4월 8일 몽골은행의 퇴출 발표 후 들끓던 여론과 언론 보도는 현재 의외일 정도로  잠잠해졌다. 처음 정부 발표대로 4월 19일부터 2,000만 투그릭 이하 예금자들에게 대한 지불이 시작되었다. 예금보험공사의 담딩도르지(S. Damdindorj)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4월 24일 현재까지 5,277명의 예금자에게 총 179억 투그릭이 지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나면 2,000만 투그릭 이상 예금자에 대한 지불, 그다음에는 3,400억 투그릭에 달하는 정부 자산의 지불, 그다음에는 큰 기업 및 개인회사에 대한 지불 등 5단계에 걸쳐 예금자에 대한 지불이 계획되어 있다. 이 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캐피탈뱅크 사태는 외형적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물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때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캐피탈뱅크의 불량채권 비율이 80%로 지불 능력을 상실하여 퇴출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정부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2,000만 투그릭 이상 예금자에 대한 지불은 아직까지 대략적인 계획도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장기적으로 정부 안대로 된다고 해도 일정 기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캐피탈뱅크에 예치된 연금보험기금과 건강보험기금 지불이 늦어질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4월 8일 몽골은행 발표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위험에 처한 수백 명에 이르는 캐피탈뱅크 직원들의 고용문제다. 현재로선 정부나 은행 어느 쪽에서도 이들의 고용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여기에 유관 사업장까지 합하면 캐피탈뱅크 퇴출로 인한 실업자 수는 더 높아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은 몽골 사회의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2010년대 이후 실업률은 8~10%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2010년과 2016년 실업률에 비하면 최근 2년 동안 다소 하락 기조가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그만큼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인데, 이번 사태는 크든 적든 실업률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캐피탈뱅크 사태의 책임소재를 밝히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 명백히 정부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특히 IMF가 권고하는 기준에 맞추지 못하여 퇴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책임 소재 규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불량은행을 온존시키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파산시키되 책임소재를 유야무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불량채권의 상당 부분이 불법 대출 때문이고, 대출을 받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대출금을 면제받기 위해 퇴출시켰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 정보 보호라는 측면도 있지만 대출자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는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위해서라도 밝혀져야 할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캐피탈뱅크 퇴출은 예금자 보호와 실업문제 등 현안과 별개로 몽골 은행권의 문제점과 정경유착, 정치권 내부의 복잡한 문제 등 몽골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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