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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몽골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가능성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2018/09/03

몽골국은 2004년에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이후 14년 동안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동 기구에의 정회원 가입 여부를 놓고 대통령, 총리, 국회의원, 장관 등 정치인, 연구자, 기자, 평론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처음 이 논의에 불을 당긴 이는 바트톨가 대통령이다. 그는 2018년 5월 22일 열린 '몽골경제포럼' 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몽골과 상하이협력기구에 관한 중요한 발언을 했다.

 

즉 그는 “(몽골은) 상하이협력기구의 협력을 금년 안에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이르게 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동 기구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하이협력기구 8개 회원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유리한 환경이 생겨남과 동시에, 다년 간 논의되었지만 실현되지 않은 지역의 기반시설과 관련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의 인구와 경제력을 여기에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실용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대외무역의 우호적인 조건들을 만들어낸다면, 몽골로 실질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몽골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현재 사실상 자유무역협정 관계에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 관세 없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머지않아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및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도 유리한 조건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라고 했다.

 

몽골국은 현재 상하이협력기구의 옵서버 지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하이협력기구와의 관계를 한 단계 높인다는 것은 정회원으로 가입한다는 말이다. 엘벡도르지 전임 대통령 시기에 몽골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정회원 가입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바트톨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전의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몽골국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여부는 물론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은 아니고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 발언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행사와 회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대통령의 발언 후 6일 만인 지난 5월 28일 몽골국 외교부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의 전망과 몽골의 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동 토론회는 촉트바타르(D. Tsogtbaatar) 외교부장관이 주재했으며, 바트톨가 대통령과 과학원 산하 국제연구소, 대통령실 산하 국가전략연구소, 몽골국립대 등 관련 연구기관과 대학교의 연구자, 국회의원, 관료, 전현직 외교관 등 50여 명이 참가하여 대통령이 제기한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 날인 5월 29일에는 집권 인민당(MPP)이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개최하여 본 건을 논의했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다음날인 5월 30일에는 비공개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바트톨가 대통령과 후렐수흐(U. Khürelsükh)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당해 안건에 관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렇듯 상하이협력기구 정회원 가입 문제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몽골의 정회원 가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람은 2014년 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다. 왕 부장은 베이징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출범 13주년 기념행사에서 “동 기구 출범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몽골 총리로부터 전갈을 받았다. 아직 그 내용을 상세하게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신호로 여겨진다. (우리는) 몽골에 상하이협력기구 정회원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준비할 때가 되었다.” 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11-12일 타지키스탄의 두샨베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제14차 정상회담 개막 직전 러시아 외교부는 공식논평을 통하여 몽골의 정회원 가입문제를 언급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대하여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몽골로서는 (동 기구의) 옵서버 지위면 충분하다.” 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금년 봄 다시 이 문제가 몽골 대외정책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달 이상 지속된 격렬한 논쟁은 최근 잠잠해졌지만, 본 사안은 향후 언제든지 재현될 휘발성을 갖고 있는 민감한 주제이자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난제이다.

 

예를 들면 2016년 인민당 초기 내각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멍흐-오르길(Ts. Mönkhorgil) 의원은 “상하이협력기구는 본래의 의미에서 군사기구는 아니다. 그러나 이 기구의 성립과 발전의 역사 및 현재의 상황,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놓고 볼 때, 한편으로 정치 다른 한편으로 군사 블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상하이협력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여러 측면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단지 현재의 내외의 정치 상황이 아니라 장기에 걸쳐 강대국들의 관계가 어디로 어떻게 발전하고, 전체적인 경향이 어디로 가고 있고, 이 경향 안에서 몽골국의 입장은 어떤지, 이 경향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어떤 압박이 올 것인지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현재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몽골국은 옵서버 지위에 있으면서도 이 기구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면 몽골국은 두 큰 이웃의 영향권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역시 외교부장관을 역임한 에르덴촐롱(L. Erdenechuluun) 원로 외교관은 “제 입장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자신의 입장을 언론을 통하여 표명해왔다. 나는 몽골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다닌다. 왜냐하면 오늘날 몽골국은 가장 먼저 자신의 지정학적 환경을 사실대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바다로 나갈 출구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여기에서 발전의 출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발전의 하나의 큰 전제조건은 두 이웃과 모든 측면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 무역, 문화의 폭넓은 관계를 두 이웃과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 몽골국은 두 이웃과 대등하게 교류한다는 대외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균형이 지켜지고 있는가? 이에 대하여 단지 나뿐만 아니라 연구자들,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다. ” 라고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정회원 가입 찬성론과 반대론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찬성론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몽골은 상하이협력기구의 주요국인 두 나라와의 관계를 더욱 증진시켜야 하는데, 그 방편의 하나가 동 기구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찬성론자들은 향후 몽골이 경제적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대일로, 유라시아경제연합, 몽ㆍ중ㆍ러 경제회랑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 기구가 일종의 경제협력체임을 강조한다. 이에 대하여 반대론자들은 상하이협력기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 또는 군사 블럭에 가깝기 때문에, 동 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엄정 중립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약소국의 생존전략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러ㆍ중과의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반대론자들은 이익보다는 두 나라에의 종속이 심화되고, 체제전환 이후 몽골을 지원해온 서방세계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그들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인 몽골이 권위주의 정부 클럽이라 해도 좋을 상하이협력기구에 분담금까지 내면서 정회원이 될 필요가 있는가의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본 사안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찬반은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가입 반대쪽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2018년 6월 13일에 진행된 몽골 공영방송(MNB TV) 토론회에서 발표된 일반인들의 여론을 보면 가입 반대가 51%, 찬성이 16%, 모른다가 33%로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렇듯 2018년 5월 22일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상하이협력기구에의 가입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고, 그 논쟁은 본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회뿐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 및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요란하게 시작된 논쟁은 바트톨가 대통령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2018년 6월 9-10일 중국 칭다오) 이후 이상할 정도로 잠잠해지고 지금은 이에 관한 말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문제에 대하여 무언가 새로운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바트톨가 대통령 역시 칭다오에서 열린 몽ㆍ중ㆍ러 3국 정상회의 석상에서 행한 연설에서 “몽골국은 상하이협력기구에서 (그) 단계를 진전시켜 참여할 가능성을 연구하고, 정치인들이 일반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을 시작했다.” 라고 더 이상 진전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은 또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를 정리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정회원 가입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몽골이 옵서버로 있었던 지난 14년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하고 동 기구가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는 점을 강조할 뿐 경제포럼에서의 발언을 넘지 않았다.

 

그렇다면 본 사안이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보아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조금 전 말했듯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정계 및 학계 등 본 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할 집단과 여론 주도층에서는 의외로 찬성 쪽이 많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언제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고, 필자는 실제로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금년 봄 왜 갑자기 이 문제가 불거지고, 논쟁이 가열되다가 갑자기 수면 아래로 사라졌을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민족주의 경향이 강하고, 그 동안 반중국적 입장을 견지해 온 바트톨가 대통령이 돌연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래서 일부 평론가들은 본 건을 처음 제기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고 집권 인민당 정부라고 했다. 예컨대 전임 에르덴바트(J. Erdenebat) 정부 시절 공보 담당관을 역임한 칼럼니스트 오트공바야르(G. Otgonbayar)는 “상하이협력기구에 관한 이야기는 정부 청사에서 경제포럼 전에 인민당원들 사이에서 있었다. 또한 상하이협력기구 문제를 논의한 국회 본회의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국회 또는 65명의 여당(의원)이 결정할 것이다.” 라고 했다. 또한 엥흐볼드(M. Enkhbold) 국회의장은 레비틴(I.E. Levitin) 러시아 대통령 고문과 만난 자리에서(2018. 6.4)에서 “몽골국은 14년 동안 옵서버로 참여한 상하이협력기구에의 정회원 가입 여부를 놓고 국가안보위원회와 의회가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라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집권당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었음이 사실로 확인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집권 인민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민주당(DP) 출신의 바트톨가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여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문제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바트톨가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쪽 이웃, 즉 중국과 관련하여 상당히 불편한 발언을 해왔다. 석탄 운송과 식품 등 여러 측면의 중국과의 협력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까지 했다. 그 이전에도 그의 반중국적 행보는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2014년 9월 시진핑 주석이 몽골을 방문하여 국회연설을 할 때도 유일하게 불참할 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하는 것이 옳다고 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했으니 여러 가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 중 하나가 중국에 대한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한 노력이나 남쪽 이웃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생겨나게 했다. 실제로 그는 작년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후 공식적인 연례행사(동방경제포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를 제외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정치에서도 다수당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한 대통령이 집권 세력 일부와 협력하여 본 건을 공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가 대외정책에서는 모두 실용적 노선을 따른다고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집권 인민당은 중국과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고, 1990년대 민주혁명세력의 계보를 잇는 민주당은 제3의 이웃국가인 미국,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을 상대적으로 중시한다. 따라서 모두는 아니지만 인민당 쪽이 정회원 가입에 더 앞설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2015년 9월 7일에  발표된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의 영세중립화 안건과 그 후 처리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영세중립화에 반대한 정치인 및 학자들이 대체로 상하이협력기구에의 가입을 찬성하고, 영세중립화에 찬성한 정치인 및 학자들이 정회원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몽골의 영세중립화 관련 논문에서 찬성론자들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 제3의 이웃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하고, 반대론자들은 두 이웃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안도 영세중립화 안건처럼 어떤 결론도 없이 폐기될 것인가? 필자는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안건은 영세중립화 안건과 다른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본다.

 

그 근거는 영세중립화 안은 2015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내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그리고 이 안은 엘벡도르지 대통령 개인의 정치행위로 최종 결말지어지고 사실상 폐기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또한 지정학의 관점에서도 제3의 이웃보다 두 이웃을 중시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대몽골 외교정책 또한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과장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명시적인 반대가 있는 한 몽골과의 어떤 형태의 의미 있는 협력도 어렵다는 것이 엄연한 몽골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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