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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키르기스스탄 재수출시장의 쇠퇴와 기로: 도르도이(Dordoi) 시장의 사례

키르기스스탄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4/07/07

■ 키르기스스탄의 도르도이(Dordoi) 시장

 -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큰 시장(bazaar)가운데 하나가 위치한 도시인 ‘켈레첵(Kelechek)’은 최근 복잡한 문제로 민심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음. 키르기스어로 이 도시의 이름은 ‘미래’를 의미하지만 주민들은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음.

 -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연합체 구성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켈레첵의 ‘도르도이(Dordoi)’ 시장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음. “만약 도르도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켈레첵 주민들은 러시아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시장 상인들은 이야기하고 있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키르기스인 약 1백만 명이 해외로 노동이주를 떠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음.

 - 도르도이 시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값싼 상품들이 주로 매매되고 있으나 키르기스스탄 주민들은 상품의 주요 구매자가 아님. 실제로 대부분의 상품들은 재수출되고 있음. 2009년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르도이 시장은 ‘국가안의 국가(a state within a state)’라고 불릴 정도인데, 연간 상품거래액이 약 29억 달러(USD)에 달했으며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물건들은 대부분 키르기스스탄 인근 국가로 재수출되었음.

 - 하지만 이와 같은 시장의 활기도 2010년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의 3개국이 관세동맹을 체결한 이후로는 빛을 잃었음. 도르도이 시장으로부터 겨우 수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카자흐스탄 국경은 관세동맹 이후 이전에 없던 철조망으로 국경선을 둘렀으며 최근 들어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음.

 - 키르기스스탄에서 재수출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재수출 물량이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 3국 관세동맹 이후 약 90%까지 떨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도르도이 시장 상인들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5년 1월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으로 발전하게 될 관세동맹에 키르기스스탄이 조속히 가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

■ 관세동맹 체결이후 시장의 변화

 - 하지만 관세동맹이 시행된 직후인 2011년 당시만 하더라도 도르도이 상인 연합대표는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키르기스스탄이 관세동맹에 참여하는 것은 도르도이 시장의 재수출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어 지역경제가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음. 도르도이 시장과 같은 키르기스스탄의 재수출 메커니즘은 중국에서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상품을 러시아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국가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인데, 관세동맹 가입으로 키르기스스탄의 이 같은 가격경쟁력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음.

 - 그러나 3국간의 관세동맹체결이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조정하였고, 국경지역에서 이루어지던 재수출 물량이 줄게 되자 키르기스스탄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음.

 - “재수출 물량은 씨가 말랐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상품을 구매하러 넘어오는 상인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도르도이의 한 상인은 이렇게 이야기했음. 재수출 물량이 많았을 때, 그는 하루에 18시간씩 시장에서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에서 넘어 온 트럭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하였으나 최근 들어 일감은 줄었고, 수입도 예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하루에 5-10달러에 불과하다고 함.

 - 키르기스스탄 정치인들은 지난 해 상인들이 관세동맹 가입을 위한 협정에서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하는 1000개의 상품 목록을 수용할 것을 정부에 대해 요구했을 때 도르도이 시장과 키르기스스탄 남부의 주요 시장인 ‘카라-수(Kara-Suu)’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음.

 - 그러나 상인들의 요구를 통한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요청에 대해 러시아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음. 러시아 당국은 차후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개최될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회합에서 약 12억 달러(USD)의 자금지원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 이 자금은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가입하게 될 경우, 현재와 같은 재수출 위주의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경제구조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키르기스스탄에 공여하는 성격의 자금임을 언급하고 있음.

 - 한편, 아무것도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가운데, 시장의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음. 키르기스스탄 남부의 주요 도시인 ‘오쉬(Osh)’인근에 위치한 카라-수 시장 역시 도르도이 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의 수출입 통제가 강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

■ 도르도이 시장의 미래와 전망

 - 현재 도르도이 시장에서 재수출에 종사하고 있는 상인 수는 약 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소매점이 고정비가 높은 것과는 달리 컨테이너 형태의 상점은 낮은 고정비에 창고의 역할까지 가능한 형태로, 중소규모의 영세업자들이 선호하면서 호황을 누려왔음. 하지만 금년 들어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통한 수출 루트가 막히다시피 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임.

 -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관세동맹에 가입한 이후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음. 특히 관세동맹 이후에는 도르도이 시장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로 수출되는 면직물의 중간 제조자 및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과거처럼 재수출로 번영하던 시기는 이미 끝이 났다는 것임.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상인들은 관세동맹 가입이후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 이들은 도르도이 시장이 지역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

 - 비쉬켁에 위치한 전략연구소 소장인 노고이바예바(Elmira Nogoibaeva)는 관세동맹 가입에 대한 대부분의 도르도이 상인들의 입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된 것은 이들이 아직까지 관세동맹 이후의 상황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함. 사람들은 오늘은 관세동맹 가입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내일은 그것이 소비에트 연방을 재구성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고 밝힘. 러시아에서 약속하는 12억 달러의 지원금 역시 불확실한 것일 뿐이라는 것임.

 -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관세동맹 가입 여부에 대해 그동안 양분되던 국내 여론이 수렴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하고 있으며 아탐바예프(Almazbek Atambayev) 대통령은 이르면 금년 가을에 관세동맹 가입 가능성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임.

 - 정부로서는 관세동맹과 관련하여 도르도이 시장 등 재수출과 관련한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과제임. 재수출이 그동안 키르기스스탄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해왔고, 도르도이 시장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정책은 매우 중요할 것임. 
   
■ 총 평

 -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천연자원의 수출을 통한 국부의 창출이 어려운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인접한 도시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을 낮은 관세로 수입하여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에 다시 수출하는 형태의 무역이 자리잡아왔음. 이러한 이유로 지역 상인들은 키르기스스탄의 관세동맹 가입을 계속 반대해왔고,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동맹 가입을 미루어왔음. 

 - 이러한 형태의 재수출은 그 동안 키르기스스탄의 경제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 왔으나 2010년 러-카-벨의 3국간 관세동맹 체결이후 물량은 계속 감소해왔고, 재수출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겪어왔음. 급기야 금년 들어 카자흐스탄에 대한 수출이 어려워지자 이들이 관세동맹 가입을 통해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키르기스스탄 정부로서는 재수출에 종사하는 상인들의 의견이 관세동맹 가입 찬성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과 나아가 유라시아 경제연합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고 보임.   

※ 참고자료

 - Kyrgyzstan’s famous bazaar facing choice; toward Russia or China?, Eurasianet, 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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