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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의 언어 정책 - 다언어 정책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상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책임연구원 2010/03/17

남아공의 언어정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주 독특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개 언어를 국어 혹은 공식어로 지정하는 반면, 남아공의 경우 이전의 영어와 아프리칸스어 등 2개를 공식어로 채용하다 1994년 이후에는 11개 언어를 남아공 공식어로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11개의 공용어 채택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언어정책이다. 남아공은 왜 이러한 다언어 정책을 채택하고 있을까?


남아공은 340여 년간 소수인종이었던 백인들이 다수 인종이었던 유색인들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하는 인종차별정책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문화 심지어는 스포츠 등에 이르기까지 인종 간의 차별을 두었다. 이러한 차별은 언어사용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남아공의 공식어는 백인 언어인 영어와 아프리칸스어 등 2개뿐이었다. 따라서 남아공에서 가장 많은 화자 수를 가지고 있는 줄루어나 코사 등 흑인 언어들은 공식어에서 배재되었다. 이러한 백인 정권의 차별에 항거하여 흑인들은 소웨토 봉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언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였다. 소웨토 봉기는 197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 흑인 거주 지역 소웨토에서 발생한 흑인저항운동으로 백인정부측이 아프리칸스(아프리카너들의 언어)를 정규 교과과목으로 채택하려는 데 대해 반대시위를 벌이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 13세 흑인소년이 사망함으로써 발생했다. 소웨토 봉기 이후 1년간 남아공 전역으로 흑인 폭동이 확산됐으며 이 기간 중 사망자 수만 575명(민간조사기구 1000명 주장)에 달했다.
이러한 차별정책 하에 언어에 의한 지배와 차별을 경험하여 왔지만,1994년 이후 흑인정권의 탄생에 의해, 1996년에 채택된 신헌법에서 남아공의 언어가 평등의 지위가 보장되었고, 새로운 언어 정책과 언어 계획이 발표되었다.
헌법의 제1장 6조에서는 언어에 관해 다음과 같게 규정했다.


(1) 남아공의 공용어는 코사(isiXhosa), 아프리칸스(Afrikaans), 영어(English), 줄루(isiZulu), 은데벨레(isiNdebele), 페디(Sepedi), 소토(Sesotho), 츠와나(Setswana), 스와티(SiSwati), 벤다(Tshivenda), 총가(Xitsonga) 등이다. 이 중 영어와 아프리칸스를 제외한 9개의 언어가 아프리카의 고유어에 속한다. 모어(Mother tongue)의 비율은 줄루(23.8%)가 가장 높고 코사(17.6%), 아프리칸스(13.3%), 츠와나(9.4%)가 그 뒤를 잇는다.
(2) 우리 민족 고유 언어의 역사적 약체화된 사용과 지위를 인식하고, 국가는 이러한 언어의 지위와 활용을 증대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① 중앙정부 및 주정부는 공용어의 사용, 실용, 비용, 지역상황, 필요성에 대한 균형, 주민 또는 주 상황의 선택을 고려하여 행정의 목적에 어느 공용어라도 사용한다. 중앙정부도 주 정부도 적어도2개의 공용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② 지방 자치제는 주민의 언어 사용과 선택을 고려하야 한다.
(4) 중앙정부 및 주정부는 의회나 법안에 의해, 공용어의 사용을 규정하고, 감시해야 한다. 조항의 세칙 (2)로부터 벗어나면 안 되며, 모든 공용어는 동등하게 존중되고, 평등한 취급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이 신헌법에서 남아공에서 사용되는 모든 언어는 평등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명시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의회의 남아공 언어 위원회가 다언어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언어계획의 입안을 책임진다. 그러나 이러한 남아공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언어의 불평등이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많은 흑인들이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남아공의 언어는 대략 25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에 채택된 신헌법에서 그 중 11의 언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었다. 이중 줄루어 화자는 854만 명, 코사어 화자는 689만 명, 아프리칸스어 화자는 619만 명, 츠와나어 화자는 360만 명의 순서로 되어 있다. 영어 화자는 343만 명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고 있는 사람은 전인구의 8.58%로에서 최근 9.01%로 증가하고 있다. 이 숫자를 파악해 보면, 남아공의 영어의 위치와 영어의 국제 언어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사실 영어는 모국어 화자 수에서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11개의 공용어 중 정치상, 국민 교육상 표준으로 삼는 공식어다. 이는 9개의 흑인 고유어가 1994년 이후에서야 공용어로 채택됐기 때문인데, 그 이전에는 식민통치에 의해 네덜란드어에서 파생된 아프리칸스와 영국이 들여온 영어만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탓에 아프리칸스와 영어는 여전히 공식석상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한 국가가 하나의 공식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언어 교육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아공에서는 다언어 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헌법의 언어에 관한 이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정책 입안의 단계에서는 혼란으로 비춰지고 있다. 나아가서는 과거의 언어에 의한 차별 교육의 자취로서 아직까지 흑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아공에는 약 1천만 명의 문맹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종차별정책 시대였던 1986년의 통계로는 흑인들의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중 31%가 2년째에 퇴학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한 조건으로 교육, 경제, 정치 영역에서 힘을 갖고 있는 아프리칸스(Afrikaans) 단어나 영어의 능력이 요구되었다. 그렇지만 흑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80% 사람들이 이러한 언어를 사용할 수 없어 사회적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남녀별로 그 비율을 보면, 여성들의 교육을 받을 기회는 아주 적었기 때문에 당연히 문맹률에 있어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인종차별정책 체제하에서, 경제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된 영어가 높게 평가된 반면, 흑인들의 모국어는 멸시되는 경향이었다. 이것은 오랜 기간 내재되었던 식민지주의, 노예제, 선교활동 등 일련의 역사적 경험이나 인종차별정책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백인들의 인종차별 법 중 하나였던 흑인들에 대한 영토적 격리 정책(Bantustan) 교육에 의해, 기독교 문화를 찬양하고, 아프리카의 전통 문화를 멸시하도록 하는 가치관을 내재화 한 결과이기도 했다. 따라서 식민지 언어, 즉 영어가 교육의 평가와 결부되고 왔던 것이다. 초등 교육의 단계에서 영어를 교육용 언어로서 교육을 받고, 영어능력을 습득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기대 와 함께, 교육의 현장에서는 흑인 모국어의 경시에 박차를 가했다.


1994년 이후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정책인 종식되고 신헌법에 포함된 언어에 관한 방침은 새로운 국가 건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민주적으로 어떠한 차별도 없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언어정책은 만델라 정권시절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역설한 남아공의 ‘무지개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지개 국가”라는 표현은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된 후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남아공의 다양성을 나타내기 위한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남아공만의 독특한 다양성, 즉 다양한 인종과 종족, 종교, 언어와 자연 등을 무지개 국가라는 표현 속에 담고 있다. 즉 여기에서 남아공의 언어정책은 교육을 받을 기회, 경제 활동에의 참가, 정치 참여, 사회적 지위향상, 문화 활동이 보증되기 위해, 남아공의 모든 언어가 평등하게 존중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어의 권리는 본질적으로는 커뮤니티의 동일성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은 언어와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동일성을 표명하고 있는 언어 사회에 속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국가도 타인도 언어 개입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아공 의회의 언어 위원회는 이 언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남아공에서 다언어정책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경제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남아공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남아공의 남부아프리카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인근 국가들에서 남아공에 대한 인력수출을 장려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주로 광산이나 대규모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 역시 중요한데, 주로 영어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영어 이외에도 남아공의 주요 흑인 모국어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주요 모국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남아공의 주요 공식어 중 하나인 은데벨레어는 짐바브웨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에 짐바브웨 이주 노동자들은 은데벨레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제1 언어 사용으로 영어 대신 은데벨레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남아공 보츠와나 인근에는 츠와나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많은데 이는 역시 츠와나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츠와나어를 남아공에서 사용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이처럼 아프리카에는 민족과 언어가 국경을 넘어 걸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정책에 있어서도 복잡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밖에 남아공에서 다언어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높은 문맹률로 인해 단언어로 된 캠페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보건부에서 에이즈 캠페인을 벌일 때 영어만으로 한다면, 실제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 정보가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영어는 분명히 식민지 시대 때 유입된 것이고, 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캠페인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남아공에서 모국어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36%가 적어도 2개 언어를 구사한다는 통계가 있다. 예를 들면, 스와티어의 화자는 줄루어(50%), 영어(19%), 츠와나어(14%) 등 2개 언어로 생활하고 있다. 즉 그들이 북부 크와·줄루 나탈주의 줄루어 화자와의 관계나 음푸말랑가의 츠와나어 화자와의 관계가 깊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모국어가 선택하고 있는 언어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는 분명히 다언어정책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인종차별정책 시기에는 단일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흑인들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왔다. 즉 영어와 아프리칸스어 2개 언어만이 공용어로 관공서, 법원, 경찰, 병원, 우체국 등 공공 기관의 언어로 사용함에 따라, 영어나 아프리칸스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던 흑인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나아가서는 라디오, 텔레비전의 뉴스 프로그램이 주로 영어와 아프리칸스어로 편성되거나 광고, 간판, 게시판의 언어가 영어와 아프리칸스어였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것이 곤란했다. 교육의 현장에서도 교육용 언어가 영어와 아프리칸스어였기 때문에 많은 중도 퇴학생을 낳았다. 또한 정규 교육과정을 수료하지 않음으로 인해 구직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었다. 이와 같이, 언어를 이유로 사회적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남아공에서는 다언어정책의 도입과 모든 언어가 평등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헌법에서 보증됐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안의 실천에는 아직까지 다양한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실제로 영어의 위치는 인종차별정책 시대보다 높아지고, 흑인 언어와의 격차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비교적 고수입의 중산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영어로 교육시키길 바라며 자식들을 도시로 유학 보낸다. 이는 영어가 링구아 프랑크로서의 공공 부문이나 경제계에서 다른 언어보다도 우의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인해 영어에 대한 동경이 불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남아공 언어 위원회는 다언어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통역, 어법 연구자, 번역가, 언어 교육자, 식자 교육자, 언어 정책 입안자, 언어에 관한 전문가 등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9개 주 각각의 언어 정책을 위해 주 언어 위원회(PLC= Provincial Language Committees)와 남아공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에 관한 전국 언어 기관(NLB= National Language Bodies)을 발족시켰다. 1999년에는 11 공용어의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전국 사전 편집 위원모임(National Lexicographic Units)이 설립되었다.
이처럼 흑인정부 이후 남아공에서는 기존의 백인언어에 흑인언어를 합해 11개 언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여 다언어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국제흐름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아공의 다언어정책은 인종, 종족간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남아공의 모토인 ‘무지개 국가’를 실현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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