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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과 수자원 확보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3/29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데 40년 동안 174억 달러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하레츠지, 3월 23일) 아랍권은 물론 서방세계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덧붙여 이스라엘은 주택 1,600채를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은 물론 미국과도 큰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에 20동의 정착촌 아파트 건설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함으로써 아랍권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 성토에 나섰다.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이에 즉각 반발하고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까운 시일내에 평화정착에 진전이 없다면 새로운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랍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과의 협상은 의미가 없기에 회원국 모두는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리비아에서 3월 27일 개최되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도 이스라엘의 위법행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EU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도 전례없이 강경하다.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계획으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오바마-네타냐후 회담(3월 23일)도 성과없이 끝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에 앞서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총회 연설에서 ‘예루살렘은 정착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역설함으로써 아예 미국의 요구를 묵살했으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首都)이기에 결코 팔레스타인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선포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그 결과 9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단1컷의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고, 기자회견도 없었다.


오랜 우방이었던 영국 또한 크게 분개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월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간부 암살사건시 이스라엘이 영국 여권을 위조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외교관을 추방한데이어,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불량국가(rogue state)라는 발언까지 함으로써 양국 외교관계는 냉각되고 있다. 스페인 외무장관도 “EU는 이스라엘의 정착촌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규탄한다"면서 정착촌 건설의 전면 중단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자국영토로 흡수병합 한 이후, 줄곧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모든 아랍국가는 물론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동예루살렘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2005년 평화협정을 체결하였다. 중동평화 로드맵의 골자는 지난 50여년간 지속된 중동분쟁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에서 가자지구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까지의 ‘대(大) 이스라엘' 영토를 꿈꾸고 있는 리쿠드당 내의 극우세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계속 밀어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몇 년간 레바논, 시리아에서 계속 강경노선을 택하였다. 급기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 국제회담에서 채택된 평화 로드맵에 따라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2008년 12월 결국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평화협상도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에 주택 1,600채를 신축하겠다는 계획에 부가하여 이슬람의 3대 성소(聖所)인 알-아크사 사원근처의 유대교회인 후르바 시나고그의 재건축 봉헌식이 거행되자 팔레스타인인들은 크게 반발하여, 지난 3월 16일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하였고 제3차 ‘인티파다’도 요구하고 있다.


금년 들어오면서 이스라엘이 우방인 미국, 영국과의 관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팔레스타인과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배경은 결국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1월의 모사드 암살사건, 전쟁불사를 포함한 이란에 대한 강경노선 및 팔레스타인과의 충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정착촌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치 않다. 이 배경에는 이라크가 개입돼 있고 그 해법도 이라크전쟁에서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이라크 안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란의 개입이 조기에 차단돼야 한다.


이스라엘은 요르단 영토를 경유하여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수로 계획을 요르단과 추진중에 있으며, 2004년 3월 터키로부터 20년 동안 매년 5천만㎥의 식수(食水)를 수입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울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은 2005년 홍해와 사해 사이에 200㎞의 파이프를 설치해 홍해의 물을 공동 이용하는 프로젝트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진척상황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스라엘의 물 부족 사태는 심각하다. 이스라엘의 물 부족분은 연간 3억㎥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악과 해안 지역의 지하수의 염도 저하로 수자원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제3차 중동전쟁의 발단이 물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최대 급수원인 갈릴리로 들어가는 물길을 차단하는 댐을 골란고원에 건설하자 이스라엘 생존에 위협을 느껴 전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예루살렘은 정착촌이 아니라 우리의 수도"라는 주장으로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는 이면에는 대팔레스타인 내지 아랍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간주 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물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수자원확보를 해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점에 귀기울여야한다. 이스라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현재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중동에서 수자원확보에 대한 갈등이 계속 고조된다면, 이와 연계된 식량안보 문제가 다시금 국제사회에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다. 아프간전쟁을 마무리하고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종식시켜야하는 오바마 행정부와의 갈등도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 이스라엘 사태는 자칫하면 중동분쟁에 새로운 불씨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스라엘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이 사태가 가져올 향후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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