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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의 교육 개혁과 좌절 요인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상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책임연구원 2010/03/02

1994년에 치러진 남아공 최초의 전인종이 참여한 민주 선거로 탄생한 신생 남아공 정부는 항상 교육 격차의 시정 및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매년 거액의 예산을 들였고, 또한 많은 개혁을 행해 왔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인종 차별적인 교육제도인 반투교육법(Bantu Education Act)은 민주화 이후 곧 철폐되었고, 새로운 「모든 국민이 성인 기초 교육을 포함한 기초 교육과 평생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남아공 신헌법이 강조되었다. 또한 1996년에 시행된 남아공 교육법(National Education Act of 1996)에서는 「모든 아동, 학생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개혁에 의해 법률적으로는 교육에 있어 차별·격차는 완전하게 철폐되었다. 이후에도 1997년에 성과 중시형 교육(Outcomes-Based Education), 1998년에 국가 자격 제도(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라는 신제도를 도입하여 개혁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흑인 학생의 입학률과 진학비율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나왔다. 그러나 신헌법에서 명시한 것과 같은 전 국민이 동등한 교육의 제공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40년이 넘게 시행되어 온 인종차별 교육 제도의 개혁이 하루아침에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 이후 1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학교법으로 강조되었던 평등한 의무교육이 전 국민에 미치지  않고 있으며, 인종간·지역간 격차가 뿌리 깊게 잔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아공의 의무교육은 그레이드(grade, 학년)1에서부터 6까지의 초등교육 및 중등 교육 3년(그레이드 7-9), 합계 9년간이다. 의무교육 이후의 3년간인 고등 교육과 최종 학년인  그레이드 12인 매트릭스라 불리는 전국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 실시된다. 이것에 의해 졸업의 여부가 정해지고 또한 일정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가능해진다. 또한 학생들은 초등 교육 단계에서 자유롭게 통학 군을 선택할 수 있는 완전 자유 학군 선택제가 채용되고 있다.


교육과정 개혁민주화 이후, 의무교육 및 고등 교육 제도는 개혁이 이루어졌고, 일정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신교육 과정의 제정으로 그동안 백인 인종차별정책 교육에서 강조한 「저임금으로 자본주의 경제에 봉사 하는 반숙련 노동자를 제공하고, 백인 우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반투교육법을 폐지하고, 1997 년에 새로운 교육 이념인 「성과 중시형 교육」 및 신교과과정도 「교육 과정 2005 (Curriculum 2005)」가 도입되었다. 성과 중시형 교육이란 미국이나 호주에서 이미 도입되고 있는 교육 기법이다. 「국가에 의해 정해진 수업 내용을 교사가 학생에게 주입하게 한다」라는 것이 아닌, 「학생이 몸에 익히는 것이 당연한 내용(Outcomes)」만이 정해지고, 그 교육 과정에 관해서는 가르치는 교사가 생각해 가는 수법이다. 교과마다 「학생이 몸에 익히게 하고 싶은 구체적 성과(Specific Outcomes)」가 결정되어 있고, 그것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수업 계획의 입안, 교재의 선정, 수업의 내용까지 전부가 교사측에 맡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그레이드1에서부터 그레이드 7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였고, 이미 의무교육 수준도 완전하게 도입하였다.


학생 1인당 배분된 교육 예산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정책 시대에 백인 학생들에 현저하게 치우쳤던 예산 배분을 해소하고 인종과 상관없이 균등화하였다. 이것은 정부가 각 학교 레벨에서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예산을 배분하였고, 구 흑인 학교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여 그동안 인종간 10배 이상이던 교육 예산 격차는 해소됐다. 


정부는 2010년까지 그레이드 R이라고 불리는 유치원생들에게 1년간 의무교육을 실시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표 1. 주별 1 인당 교육 예산 배분

(출처) South African Institute of Race Relations [1995-96, 2000, 2005]


표 1에서 보여주듯이 1994년 이후 각 주별로 교육예산이 평등하게 배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남아공의 의무교육 개혁과 교육 예산 배분이 급격하게 개선되고, 백인 학생들이 많은 하우텡 주나 웨스턴케이프 주가 다른 주들과 동일한 정도의 교육 금액이 배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 예산의 증액에 맞춰, 교사의 신규 채용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인종차별정책 시대에는 심각한 교사 부족에 시달려, 교사1인당 학생수가 70명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흑인 거주 지역에 대해서도 민주화 이후 정부는 적극적으로 교사를 채용하여 그 질은 어쨌든 간에 일정한 개선이 보여졌다. 또한 정부도 2008년에 한 학급에 40명 이하로 제한할 것으로 각 학교에 의무지우고 있으며, 각 주 교육부 및 각 학교도 교사 증원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2 민주화 이후 각 주(州)별 교사1인당 담당 학생 수

표2는 민주화 이후 교사1인당 담당 학생 수 평균을 주별로 정리한 것이다. 하우텡주, 웨스턴케이프 주와 타 주와의 사이에 있던 격차는 통계상 거의 해소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민주화 이후의 제 개혁에 의해, 흑인에게 대한 의무교육은 숫자상 대폭적으로 개선되었고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종 간·지역 간에 있어 뿌리 깊은 격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질·양의 양면에서 흑인 교육은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이 격차의 원인으로는 극도로 분권화가 진행된 학교 운영 제도, 교사 능력·경험의 인종 간 격차 및 교직원 조합의 교육 정책의 개입을 들 수 있다.


첫째, 극도로 분권화 되어 있는 학교 운영 제도를 들 수 있다. 학교법에 의해, 「남아공에 있어서 교육이란 정부와 모든 학교 운영회원들의 협력에 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라는 방침 아래,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지역 주민의 대표에 의해 구성된 학교 이사회(School Governing Body)에 학교 운영에 관한 막대한 권한의 위임이 이루어져 왔다. 위임된 권한에는 수업료의 결정·징수, 교사의 채용, 교육 과정의 결정까지 상당히 많은 분야에 걸쳐 있으며, 본래 정부가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중요 업무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전에는 중앙 정부에서 지시받았던 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강제되고 왔던 남아공의 교육계에 있어, 학교 이사회에로의 권한의 위임은 상당히 참신하였다.


그런 만큼 당초 국민으로부터의 기대가 높았고, 실제로 인종차별정책 시대에 잃어버렸던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이나, 지역 주민의 교육 참가, 성인 교육 등의 추진으로 많은 역할을 다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는 새로운 정책이 격차 시정의 장애가 되고 있다. 정부는 구 흑인 학교에 대해 예산을 많이 배분하는 등 인종간 격차의 시정에 노력하고 있지만 그 금액은 충분하지 않다. 정부의 보조금만으로 학교 운영비용을 전부 마련할 수도 할 수 없고, 각 학교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모으는 자금, 특히 수업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수업료의 징수에 관계된 모든 권한을 학교 이사회에 이임함으로써, 동일한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징수할 수 있는 수업료는 입지, 학부모의 수입에 의해 크게 다르다. 예를 들면, 사립학교 명문교인 Pretoria Boys High School의 2007년도의 연간 수업료는 1만 3050란드 이지만 구 홈랜드 지역의 초등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고작 1530란드 정도이다. 그 결과, 보조금과 수업료를 합친 연간 운영비는 구 백인 학교와 구 흑인 학교 간에 10배 이상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즉, 의무교육에도 불구하고 수익자 부담 제도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된 교육환경이나 수준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큰 격차를 낳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사 능력의 인종간 격차를 들 수 있다. 즉 교사의 질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이다. 교사면허를 갖고 있는 경험 풍부한 흑인 교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또한 자질 있는 교사는 일부 지역에 불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구 백인 거주 지역에서의 백인 교사의 포화 상태와 구 흑인 거주구에서의 흑인 저·무자격 교사의 범람을 들 수 있다. 인종차별정책 시기와 같은 구조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신정부는 곧 교사의 재배치, 즉 도시 지역의 백인 잉여 교사의 농촌 지역으로의 재배치를 실시했지만, 인종차별정책 시대의 차별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 하에서는 용이하지 않았다. 남아공에서 교사의 도시 지향이 강한 것도 있고, 결과적으로 경험 많고 질 좋은 교사의 대량 퇴직을 초래하여 전체적인 교사의 질의 저하를 초래하였다. 특히 수학과 과학 교사의 부족은 심각하다. 이것은 남아공의 수학과 과학 교육의 현장에서는 암기 중심의 학습 방법이 주류였고, 실험이나 관찰은 극히 일부밖에 행해지지 않은 남아공 고유의 문제에 기인하고 있지만, 특히 흑인의 현저한 수학과 과학 능력의 저조는 흑인의 수학과 과학 교육은 필요 없고 저 임금 노동력 양상으로 착취해 왔던 인종차별정책의 후유증으로도 볼 수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특히 수학과 과학에 있어서는 종래 흑인층에 의도적으로 충분한 교육이 행해지지 않았던 것도 있고, 흑인 수학과 과학 교사들 중에는 처음부터 충분한 지식이나 지도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 남아공 정부는 대학에서의 교육학부의 신설·확충이나 현직 교사에 대한 연구 발표회를 실시하였고, 또한 선진국들에 지원을 의뢰하여 일정한 개선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구 흑인 거주 지역에서는 무자격 교사가 많아, 교육의 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셋째, 교직원 조합의 교육 정책에의 개입을 들 수 있다. 남아공 노동조합은 민주화 과정에 큰 역할을 하였고 현재에도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각 업종별 조합을 정리한 전국 조직인 남아프리카 노동조합 회의(Congress of South African Trade Unions: COSATU)는 남아공 공산당과 함께 아프리카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정권을 지지하는 삼자 동맹의 일원이고,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선거에서는 강력한 득표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 있어도 COSATU 산하의 남아프리카 민주 교직원 조합(South African Democratic Teachers’ Union)의 힘은 강력하며, 교육 정책결정에 있어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사의 질은 큰 문제이고, 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해결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교육 개혁에 대한 교직원 조합의 강한 반대가 있기 때문이다. 교직원 조합측은 어떠한 이유이든, 현직 교사로부터 「직」을 빼앗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철저하게 저항한다. 교육 개혁의 필요성은 교직원 조합측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은 노동자측이 피를 흘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이 전제이고, 여기에 정책 입안자와의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 자격·무자격 교사의 유자격 교사로의 순조로운 이행은 항상 교직원 조합측이 강한 반대에 의해 진행되고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남아공은 1994년 이후 교육과 보건 등에 중점을 두고 흑인들을 위한 개혁과 많은 자금을 투입하였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애 요인들로 인해 여전히 인종 간·지역 간 교육격차는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 남아공 교육체제
남아공에는 약 1,230만 명의 학생과 386,600명의 교사가 있다. 학교수는 총 26,292개이면 이 중 사립학교 및 비 공립학교는 1,098개이다. 7학년부터 12학년에 해당하는 중고등학교의 수는 6,000개이며 나머지는 초등학교로 0학년에서 6학년에 해당된다.
정부 지원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 대 교사의 비율은 32.6:1인 반면 사립학교는 17.5:1이다. 남아공 교육부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의 틀을 수립하는 반면 행정적인 업무는 각 주의 교육청에에서 담당한다.
남아공의 공교육제도는 유치원과 초등/중등부에 해당하는 일반 교육과정(General Education and Training) 그리고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심화 교육 과정(Further Education and Training) 과 제3차 교육 과정(Higher Education and Training)으로 크게 세 과정으로 구분된다.
총 13학년제로 운영되며 제로(0)학년 또는 입학 학년(reception year)이라는 의미의 R학년부터 시작되어 대학 입학 준비 학년에 해당되는 매트릭(matric) 12학년까지 있다.
대학입학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매트릭스로 불리는 대학입학준비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특정 학과 및 학교에 따라 입학 요건이 추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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