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 모사드와 이란

이란 /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2/24

하마스의 핵심 간부인 마흐무드 알-마부가 지난 1월 19일 두바이의 알-부스탄 로타나 호텔에서 전기충격을 받고 목 졸려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두바이 경찰은 암살단의 범행 수법이 이스라엘 모사드의 수법과 유사하다며 이스라엘의 99% 개입가능성을 단언하고 인터폴에 11명의 용의자를 공개수배 의뢰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2월 시리아 하마스 대원 2명의 차량폭발 사고로 인한 의문사와 지난 달 테헤란에서 이란 핵물리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의 출근길 총격사망 사건의 배후로 모사드가 배후로 지목되던 차에 발생한 사건이라 더 큰 관심사다.


중앙공안정보기관(Central Institute for Intelligence and Security)이라는 공식명칭을 갖고 있는 모사드(Mossad)는 히브리어로 ‘기관’이라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을 팔레스타인에 이주시키기 위해 1949년 총리 직속기관으로 설립된 것이 모사드이며, 미국의 CIA, 영국의 SIS 등과 함께 세계적인 비밀경찰로 유명하다.


모사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찾아내 시민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모사드는 1972년 9월 독일 뮌헨올림픽 때 발생한 이스라엘 선수들의 암살에 관여한 ‘검은 9월단’으로 잘 알려진 이슬람 무장대원들을 7년 동안 추적해 보복살해 한 사건으로 비밀 첩보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 후 모사드는 1981년 8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간부 아브 다우드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암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아랍권 유력 인사의 암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배후로 거론되었다.


하마스는 1997년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무장봉기시인 ‘제1차 인티파다’가 발생한 1997년 결성된 이슬람 저항단체로 정당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온건파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는 다르게 강경노선을 택하고 있으며, 2006년 팔레스타인 입법의회 선거에서 PLO의 파타당를 누르고 총 132석 가운데 76석을 차지해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2007년 하마스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였다. 서방세계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배후는 이란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의 실체는 추후에 밝혀지겠지만, 사건의 배후와 목표는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이란의 핵문제에 전세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과 관련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랍권의 반응이다. 분명 하마스는 아랍의 대이스라엘 저항단체이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99% 관련돼 있다면 아랍권의 강경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음에도 하마스와 화타의 내분을 우려해서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전직 파타당 관리 2명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점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아랍권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자세는 명확하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하마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이란과 냉전 중인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이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알-마부를 제거함과 동시에 하마스에 대한 무기지원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알-마부 암살의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압박공세는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란의 핵시설 공격설에 뒤이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즉각적인 제재조치를 주장하며, 이란까지 비행 가능한 무인항공기를 공군에 배치하여 24시간 이란을 감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레바논, 시리아에서 온갖 개입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바이까지 달려가 하마스를 압박하는 이유는 분명 이란의 견제에 있으며, 그 이유 또한 이라크의 안정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랍권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하마스 문제로 중동평화협상 문제가 결렬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저질렀다고 믿고 있는 이번 사건은 중동 평화의 절박성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우회적 답변을 한 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팔레스타인국가 승인을 생각할 수 있다"며 2월 21일 파리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중동평화협상 여부에 관계없이 2011년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장이고 보면 분명 아랍권에도 대이스라엘 자세에 대한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공연히 이란문제에 개입하여 아랍석유안보에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우디로부터 미국의 원유수입은 2005년 이후 점차 감소세에 있으며, 반면 중국의 원유수입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대이란 압박으로 중국의 원유주수입원인 이란을 대신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아랍산유국들은 중국에 대한 원유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실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원유는 다분히 안보적 성격을 갖는 정치적, 경제적 자원이다. 향후 국제석유시장의 동향 또한 이번 사건의 전개여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고 있다. ‘모사드-하마스’ 관계라는 사건의 배후에는 분명 ‘이스라엘-이란’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향후 중동평화협상 내지는 테러와의 전쟁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동평화 정착과 경제질서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게시글 이동
이전글 남아공의 경제력 비교 2010-02-22
다음글 남아공의 교육 개혁과 좌절 요인들 2010-03-0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