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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술과의 전쟁을 선포한 러시아

러시아 변현섭 롯데경제연구소 해외경제팀 수석연구원 2009/09/12

최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알코올 중독은 민족적 불행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는 레닌이 소련사회를 자본주의로 후퇴시키는 것은 바로 보드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맥주병을 들고 다니며 마시는 장면은 매우 친숙하며 물 대신 맥주를 마신다고 할 정도로 대중적인 음료가 되어 버렸다. 러시아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길래 대통령이 술과의 전쟁을 이야기할까?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한해 동안 마시는 술의 양은 맥주 120억 리터, 보드카 19억 리터, 포도주 8억 리터, 샴페인 2.3억 리터, 코냑 1.3억 리터 등이다. 1인당 순수 알코올 섭취량은 18리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것은 0.5리터짜리 보드카(알코올 도수 40도)을 90병 마시는 것과 같은 양이다. 또한 이것은 OECD 국가 평균 알코올 섭취량 9.5리터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8리터 이상 소비시 건강에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1리터 초과시마다 남성은 평균 수명이 11개월, 여성은 4개월 단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59.3세)이 아직도 60세를 넘지 않는 것을 보면 술과 관련성이 높을 것이다.


또한 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러시아가 얼마나 많은 술을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7년에 16세 이상 유럽 국민들이 섭취한 연간 알코올 양은 룩셈부르그 15.6리터, 아일랜드 13.7리터, 헝가리 13.6리터, 몰도바 13.2리터, 체코 13.0리터, 크로아티아 12.3리터, 독일 12.0리터, 스코틀랜드 11.8리터 등이다.

러시아의 보건 및 사회개발부에 따르면, 08년 알코올 중독자로 등록된 수가 210만 명에 이른다. 또한 전문가들은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알코올 중독자도 최소한 등록된 수만큼 될 것으로 추정한다.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76%이며, 매일 또는 하루 걸러 술을 마시는 청소년이 33%, 젊은 여성은 20%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번 알코올과 전쟁을 위해 취해지는 주요 조치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과 맥주의 소비세를 동일하게 하여 맥주 가격을 인상하고, 알코올 제품 구매 가능 연령을 21세로 높이고, 길거리에 있는 키오스크와 모든 교통수단의 실내 및 역, 교육 및 의료기관, 문화 및 체육 시설 등 알코올 음료 판매 금지 장소를 확대하고, 알코올 음료 판매 장소에 대한 면허 요건을 강화하고, 맥주 광고를 금지시키고, 미성년자에게 알코올 불법 판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것 등이다. 또한 9월부터 러시아의 모든 지역에 502개의 건강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며 향후 어린이 및 미성년자를 위한 센터도 확대할 예정이다. 반알코올 캠페인을 위해 러시아는 2011년까지 8.3억 루블을 집행할 예정이다. 그 결과 러시아는 현재 18리터인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을 2012년까지 14리터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실 러시아는 지난 세기 동안 2번에 걸쳐 술과의 전쟁을 실행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1914년 여름 1차 세계대전 초기로 러시아 전역에 알코올 제품 생산 및 판매를 금지시키는 짜르의 명령이 있었다. 물론 교회용 포도주와 상류층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 및 클럽에서의 판매는 예외였다. 처음에 동원령 기간에만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1933년까지 계속되었다. 이 기간 노동생산성이 약 15% 상승하고 예금이 증가하고 범죄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통계들이 있다. 또한 국가두마의 농민 대표들이 짜르에게 술 판매를 영원히 금지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음성적 제조업자들이 많은 돈을 벌었고 젊은 혁명가들의 자금원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1917년 혁명 이후에도 볼세비키들은 금주법을 없애는데 서두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서기장으로 있을 당시인 1985년 5월 16일 소련 최고회의의 결정으로 주류 판매 장소를 제한하고 주중 오후 2시 이전 및 21세 미만에게는 술 판매를 금지시켰다. 술과의 전쟁 기간인 2년 반 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100만 명이 생명을 유지하였으며, 범죄가 몇 배나 감소했다는 등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GDP의 30%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알코올 제품의 생산이 13배 가량 줄어 들었고 공업용 알코올 중독자가 늘었으며 밀주 제조 판매가 소련 마피아의 주요한 자금원 역할을 하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 역사가들은 이 절주법이 대국의 종말을 고하는 시초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1995년에 보드카에 대한 광고를 규제하였고 2004년에는 맥주 광고를 밤 10시 이후에만 가능토록 제한하였으며 공공장소에서 맥주 음주를 금지시킨 바 있다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혹한에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흑빵과 보드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러시아인의 독특한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주류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반알코올 정책의 성패를 좌우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러시아인들의 65%가 반알코올 캠페인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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