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이 글의 목적은 유럽통합의 숙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기회’와 ‘제약성’이라는 상호 대비되는 팩터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그 가입 가능성을 넓은 시야로 전망해보는데 있다. 2004년 이래 중동부 유럽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함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유럽’의 지도는 점차 동진해 러시아의 패권지역까지 잠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유럽의 지도가 그려지는 동안 기존의 EU 국가들에게는 결코 “유럽적이지 않은 유럽”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미국에게는 탈 동유럽공산권 국가들을 포섭해 견고한 대서양동맹을 구축하려는 패권적 야망이, 그리고 러시아에게는 자국의 전통적 세력권을 복원하고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가 상호작용하면서 중층적으로 오버랩되고 있는데, 이 새로운 유럽지도에서 EU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우크라이나이다. 우크라이나가 포지한 잠재적 현실적 국력과 지정학적 가치를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새로 구축되는 정치지형에서 어디에 속하는가는 유럽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 문제에 러시아, EU, 미국이 깊은 이해관계를 투영하고, 배후에서 그들의 의도가 민감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유럽질서를 놓고 미국, EU,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주도권 경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