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포스트 소비에트 시기 러시아인들의 정치의식은 과거 제정 러시아 시기 및 소비에트 시기의 정치문화와 상당한 연속성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은 그러한 가설적인 진술을 확인해보기 위해 각 분야의 모스크바 시민 60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다음, 큐 분석 방법(Q-sort analysis)을 통해 실증적 분석을 수행하여 응답자들의 정치의식을 유형화했다. 그 결과, (1)국가주의형, (2)유사 서구민주주의형, (3)변형된 사회주의형 등 세 가지 정치문화 유형을 추출했다. 그 내용과 함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 유형 모두 국가의 역할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통적 정치문화 및 소비에트적 정치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둘째, 설문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법치주의와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체제전환기에 나타난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참여 등 민주적 가치를 지지하는 유형도 파악된다. 이러한 측면은 서구 민주주의의 가치관이 새롭게 러시아 사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본 연구는 러시아의 정치문화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주의적 경험이라는 경로 의존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형 민주주의의 요소와 사회주의적 정치문화의 요소가 혼재된 가운데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의 기운이 러시아 사회에서 감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