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4 유럽선거에서 극우세력의 약진과 EU의 대러시아 정책: EU 순회의장국 헝가리의 엇박자 행보

중동부유럽 일반 홍지영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2024/10/25

서론 
1979년 직접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후 열 번째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 선거가 2024년 6월 사흘간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졌다. 브렉시트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는 총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이 선출되었다. 유럽의회는 입법, EU 기관 자문 및 감독, 예산안 심의 및 확정 등 3가지 대표 권한을 갖는 기관으로, 개별국가 의회와 달리 법률발의권은 없지만,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EU 이사회와의 합의·승인을 통한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입법 기관으로서 권한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유럽의회는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EU 집행위원장 선출권을 가지고 있으며, EU 집행위원단 임명 동의권을 행사하는 등 그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투표율 상승 △극우정당의 약진 △녹색당의 저조한 성적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극우정당의 선전이라 할 수 있다.1) 일반적으로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정부 구성이나 공직 배분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사표 걱정 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소신 있게 투표하고 군소정당이나 극단정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2) 이러한 면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의 극우정당의 약진은 놀라운 것이다. 

한편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치러진 만큼 향후 EU가 대외정책, 특히 對러시아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親러성향을 보이는 극우정당이 대거 약진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2024년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강한 친러성향의 헝가리가 현재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로 큰 극우성향의 원내 단체 결성을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극우세력의 약진은 그동안 EU가 일관적으로 추구해 온 대외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24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의 약진
물론 여러 핵심 사안에 대해 극우정당의 입장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모두 같은 집단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성향의 의석은 최대 총 167석까지 볼 수 있다. 회원국별로 극우정당의 득표율이 서로 상이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의 경우 극우정당이 자국 내에서 1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득표를 획득하는 등 극우정당의 선전은 뚜렷했다(<표 1> 참고). 

프랑스의 경우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이 2019년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31.37%(30석)를 득표함으로써 놀라움을 자아냈는데,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조기 총선 발표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FdI)이 28.76%(24석)로 1위를 확보했으며,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도 25.4%로 1위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헝가리 역시 빅토르 오르반(Victor Orban)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시민동맹(Fidesz)이 44.81%(10석)로 제1위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한편, 극우세력이 약했던 독일의 경우도 독일대안당(AfD)이 15.9%를 득표함으로써 제2당이 되는 등 여러 회원국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하였다.


<표 1> 2024년 유럽의회 선거 주요 극우정당 득표율


자료: 유럽의회(https://results.elections.europa.eu/en/european-results/2024-2029)


헝가리 주도의 극우 원내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함으로써 선거 직후만 해도 이들이 유럽의회에서 단일 원내단체를 결성하게 되면 유럽의회 내 제2의 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까지 예측되었다. 보통 유럽의회는 소속 국가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가 맞는 정당이 모여 형성한 정치 그룹이 원내단체 역할을 하는데, 원내단체 결성에는 최소 7개 회원국 출신 23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초국적 세력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없는 중도우파 세력이나 중도좌파 세력과는 달리 극우세력의 경우는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한 노선에 큰 차이를 보이며 유럽 차원의 단일한 세력을 만드는 데 있어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로 2024년에도 극우성향의 정당들은 단일한 세력으로 결집하지 못하고 삼분되어 원내단체를 결성하였다.

극우성향의 모든 정당들을 하나의 단일한 원내단체로 규합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극우성향의 원내단체가 결성되었다. 여기에는 헝가리의 역할이 컸다. 헝가리의 극우정당 피데스(Fidesz)를 이끄는 오르반 총리는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Ö), 체코의 긍정당(ANO)과 함께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 이하 PfE)’라는 극우성향 원내단체 결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다.3) 이후 포르투갈의 셰가(Chega), 스페인의 복스(Vox),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덴마크민중당(DF), 벨기에의 플랑드르이익당(VB),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이탈리아의 동맹당(Lega), 그리스의 Voice of Reason, 라트비아의 Latvia First 등의 합류로 PfE는 총 84석을 확보함으로써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 규모의 세력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동력을 마련하였다.4) PfE는 EU의 난민정책, 불법이민, 유럽그린딜 등에 대한 반대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유럽의 대외정책에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친러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5) 한편, PfE외에 극우성향의 원내단체는 독일의 AfD를 주도로 하는 ‘주권민족의 유럽(ESN, Europe of Sovereign Nations)’과 이탈리아의 FdI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보수개혁(ECR,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가 있다.


<그림 1> 유럽의회 원내단체 분포 및 의석 


자료: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극우 원내단체 PfE의 대러시아 정책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중에 치러진 만큼 EU의 대러시아 정책 및 안보 사안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의 EU 가입 문제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6) 특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EU 대외정책의 핵심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와 G7은 2,800억 달러(약 383조 7,960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하였는데, EU는 지난 5월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합의하였고, 이를 단계적으로 착수하고 있다.7) 또한 유럽의회는 러시아 동결 자산의 수익금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신규 대출을 지원하는 안을 최근 최종 승인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상당수의 극우 정당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하며 친러시아 입장을 보이고 있기에 이번 선거에서의 극우정당의 약진 및 세력화는 EU 내에서의 단일한 정책 수립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결과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유럽의회에서 세 번째로 큰 원내단체 PfE 결성을 주도한 동시에 2024년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헝가리이다. 헝가리가 주도한 PfE에 속한 많은 극우정당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러시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해 반대한 유일한 EU 회원국이다. EU의 對러시아 제재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시해 왔으며, 우크라이나의 EU 및 NATO 가입에도 반대해 왔다.8) 헝가리 뿐 아니라 프랑스 RN, 네덜란드의 PVV, 오스트리아 FPÖ, 스페인의 Vox, 포르투갈의 Chega, 체코의 ANO, 덴마크의 DF 등 PfE에 속하는 대다수 정당들도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과 EU 가입에도 반대하는 등 거의 공통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EU의 대러시아 정책이나 EU 확대 문제 등에 있어 EU와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는 친러 성향의 원내단체인 PfE의 유럽의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EU 내부의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EU 순회의장국 헝가리의 행보와 이에 대한 EU의 대응
이러한 상황에서 EU와 의장국 헝가리 간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U는 1년에 두 차례 EU 이사회 의장국을 선출하고 있는데, 의장국은 이사회 회의를 주관하고 회원국 간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의장국은 EU 이사회의 상임의장과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EU를 대표하는 만큼 EU의 주요 정책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갖고 협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2023년 6월 유럽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오르반 총리가 보인 친러 행보로 인해 헝가리의 순회의장국 수임에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도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르반 총리는 순회의장국으로서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라는 슬로건 하에 EU를 이끌 정책 비전을 발표하면서 의욕을 보였다.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면서도 헝가리는 순회의장국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EU와 어긋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7월 2일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와의 휴전을 제안하였으며, 7월 4일에는 EU 의장국 자격으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하였다. 사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고위 러시아 관료들과의 회담도 대폭 줄어든 상태인데 이번 러시아 방문으로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소수의 서방 지도자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오르반 총리는 이전부터 헝가리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헝가리와 러시아 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헝가리의 행보에 대해 EU는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푸틴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EU를 대표하는 의장국이 영토적 온전성을 무시한 채 EU 제재를 받는 정부 수장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었다. 헝가리의 이러한 행보는 EU를 흔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EU는 오르반 총리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국내 정책으로도 EU와 맞서고 있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엇박자 행보에 EU는 헝가리의 EU 의장국 수행에 있어 여러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8)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헝가리가 주최하는 비공식 이사회에 장관급 집행위원이 아닌 고위 공무원만 보낼 것이라고 밝혔으며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은 재임 기간 정례적인 EU 장관급 회의와 별개로 분야별 비공식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데,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EU 정책 조율을 위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이므로 대체로 모든 회원국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이러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조치는 헝가리가 개최하는 장관급 회의의 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취지라 할 수 있다. 또한 관례로 이뤄지던 EU 집행위원단의 순회 이사국 방문도 취소하였으며, 상당수의 회원국도 이러한 EU의 결정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8월 말 오르반 총리가 주재하는 EU 외무장관 회의를 거부하였으며 이에 대해 헝가리도 반발한 바 있다. 또한 EU 회원국 상당수가 9월 13일 하반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EU의 비공식 경제·재무 장관 이사회(Ecofin)에 불참하기도 하였다. 

향후 전망 
2024년 선거에서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유럽의회에서 극우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유럽의회 내에 극우세력이 존재하기는 했어도 큰 규모로 세력화되지 못했기에 극우세력이 EU 정책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극우성향의 원내단체인 PfE가 세 번째로 큰 세력으로 부상한 관계로 이제는 유럽의회에서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PfE의 친러성향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 EU의 대러시아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fE를 주도적으로 결성한 당사자가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이며, 이번에 헝가리가 2024년 하반기 EU 순회의장국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여러 면에서 헝가리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EU와 어긋나는 태도를 보여온 헝가리는 EU의 단합을 저해해 온 측면이 있다. 특히 2024년 하반기 순회의장국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EU와 엇박자를 내는 행보를 지속하면서 더더욱 EU 회원국의 불만을 자아냈다.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순회의장국 역할을 친러 입장의 헝가리가 수행함으로써 더욱 강력하고 신속해져야 할 EU의 대러시아 정책이 느슨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비록 헝가리의 EU 순회의장국 임기가 2024년 말이면 끝나기 때문에 순회의장국으로 생기는 문제는 곧 가라앉겠지만 극우세력의 약진으로 인한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은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그 세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의 극우 포퓰리즘 득세를 고려할 때 향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이러한 극우정당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미미했던 극우세력의 EU 정책에 대한 영향력 또한 거세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 각주
1) Mudde, Cas. 2024. "The 2024 EU Elections: The Far Right at the Polls." Journal of Democracy 35(4): 121-134.
2) Reif, Karlheinz, and Hermann Schmitt. 1980. "Nine Second‐Order National Elections."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8(1): 3-44.
3) “Patriots for Europe? Viktor Orbán’s new EU group is another hollow victory for the far right” Cas Mudde, Guardian (12 Jul, 2024)
4) “Patriots for Europe becomes EU parliament’s 3rd-largest group, picks Jordan Bardella as president” Politico (July 8, 2024)
5) “The Patriots for Europe: Dismantling European Democracy from Within,” VerfBlog, (17 September, 2024) 
6) Anghel, Veronica, and Jelena Džankić. 2023. "Wartime EU: consequences of the Russia–Ukraine war on the enlargement process." Journal of European Integration 45(3): 487-501.
7)  “EU,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앙일보 (2024년 6월 25일 기사)
8) Müller, Patrick, and Peter Slominski. 2024. "Hungary, the EU and Russia’s War Against Ukraine: The Changing Dynamics of EU Foreign Policymaking." The War Against Ukraine and the EU: Facing New Realities. Cham: Springer Nature Switzerland,
9) “Ursula von der Leyen attacks Viktor Orbán over pro-Russia stance” Guardian (9 Oct, 2024)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