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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3년 폴란드 총선과 비세그라드 4개국의 민주화 전망

폴란드 김신규 한국외대 동유럽발칸연구소 전임연구원 2024/01/31

2023년 폴란드 총선과 PiS의 패배 
2023년 10월 폴란드 총선에서 폴란드 유권자들은 8년 만에 법과정의당(Prawo i Sprawiedliwość; 이하 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Jarosław Kaczyński)가 내세우는 반유럽, 비(非)자유민주주의를 대신해서 시민연합(Koalicja Obywatelska)이 추구하는 친유럽,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카친스키 대표가 이끄는 PiS는 이번 총선에서 우파연합(Zjednoczona Prawica)을 구성해 194석을 얻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직전 총선에 비해 무려 41석이  줄어 460석 규모의 폴란드 하원(Sejm)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잃었다. 총선 직후 PiS 출신의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대통령은 제1당인 PiS에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폴란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총선 이후 14일 이내에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총리 후보자는 다시 14일 이내에 연정을 구성해 의회에서 인준투표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PiS는 의회 다수를 차지할 연정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리 후보 지명권은 하원으로 넘어갔고 하원은 제2당인 시민연합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두다 대통령도 이미 PiS가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시민연합의 연정구성을 늦추고 그 동안 시민연합과 연정에 합의했던 파트너 정당들이 이탈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표 1> 2023년 10월 폴란드 총선


자료: https://pkw.gov.pl/


투스크 총리의 시민플랫폼(Platforma Obywatelska)이 주도하는 시민연합은 157석으로 제2당에 머물렀지만 이미 총선 과정에서 일부 야당들과 연정 구성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총선을 치른 지 약 두 달만인 2023년 12월 11일 하원에서 찬성 248, 반대 201로 시민연합, 좌익연합, 제3의길 연정이 구성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유럽으로의 복귀
투스크 총리는 첫 연설에서 이전 PiS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폴란드를 EU의 중심국가로 되돌려 놓을 것이며 PiS 정부 시기에 지급이 유예되었던 수억 유로에 달하는 EU 기금을 다시 폴란드로 가져올 것이라고 선언했다.1) 이러한 투스크 총리의 일성은 PiS 정부 당시 무시되었던 유럽적 가치를 준수함으로써 EU의 주변부로 내몰렸던 폴란드를 다시 유럽의 중심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미 두 차례 폴란드 총리와 EU 이사회 상임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투스크가 다시 집권함에 따라 2015년 PiS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폴란드와 브뤼셀의 관계가 정상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EU 집행위원회는 법치 파괴를 이유로 폴란드를 EU 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고, EU 조약 제7조에 따라 폴란드에 공여할 360억 유로(약 52조 원)의 기금, 코로나19 팬데믹 복구기금 지급을 유예했고, 유럽의회(EP) 또한 폴란드의 민주주의 퇴행을 경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PiS가 총선에서 패배하고 투스크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그동안 악화 일로였던 폴란드-우크라이나 관계도 어느 정도 복원될 전망이다. 이전 PiS 정부는 총선에서 농민들과 민족주의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수입을 제한하고 전쟁 관련 지원도 줄이겠다고 선언했었다. 당시 야당들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PiS 정부의 조치를 맹비난했다. 이번 정권 교체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2)

한편 투스크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PiS 정권 시기의 언론 장악을 되돌려놓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선거운동과정에서 PiS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영방송에 대한 개혁을 약속했는데, 당시 투스크 총리는 PiS가 장악한 공영방송을 다시 ‘공공의 방송’으로 되돌려 놓는 데 정확히 2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었다.3) 따라서 투스크는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 복원에 관한 의회 결의를 통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언론, 신문사 사장의 전원 교체를 선언했다. 선거운동 당시 강조했던 24시간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정부가 구성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PiS 정부가 8년을 공들여 왔던 언론장악을 되돌릴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물론 이번 총선을 통해 야당이 된 PiS는 투스크 정부의 이번 조치를 자유언론 탄압이며 언론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언론법은 PiS가 집권하던 시기에 독단적으로 제정 및 개정한 것으로 사실상 언론탄압과 장악을 위한 구실에 불과했었다.4) 

또한 시민연합은 모든 정부 기관에 유력인사의 가족이나 특정 당과 커넥션으로 연결된 인사가 아닌 투명한 경쟁을 통해 선발한 새로운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미 시민연합은 정권을 잡으면 “헌법을 위반하고 법치를 파괴한 자들을 모두 감옥에 처넣겠다”고 경고했었는데, 특히 두다 대통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총리, 카친스키 PiS 대표, 즈비그뉴 지오브로(Zbigniew Ziobro) 법무장관, 아담 글라핀스키(Adam Glapiński) 중앙은행 총재 그리고 국영정유사 Orlen의 회장 다니엘 오바이텍(Daniel Obajtek) 등이 이에 해당되었다. 당시 좌익연합(Lewica)도 PiS가 임명한 국영기업의 모든 ‘살찐 고양이들’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공약했었다.5)

민주주의와 법치의 복원
이번 총선을 통해 폴란드에서 PiS의 비자유민주주의 혹은 입헌 권위주의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연합 주도의 연립정부가 PiS 정부 시기에 통과된 법과 정책을 모두 되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두다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을 회피할 의석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폴란드 헌법에는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의회로 반송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투스크 내각이 시민연합(157석), 제3의길(65석) 그리고 좌익(26석) 연정으로 460석 의회에서 248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회피할 307석에는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18석의 자유연합(Konfederacja Wolność i Niepodległość)이 표결에 동참한다 해도 266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PiS 주도의 우파연합에서 이탈표가 생기지 않는 한 투스크 내각이 PiS 및 두다 대통령의 핵심 이해에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투스크 내각이 얼마나 강한 결속력을 보일지도 의문이다. 3당 연립내각은 사실상 13개 정당의 연합체인데, 시민연합은 시민플랫폼, 아그로우니아(AGrOunia), 모던(Modern), 무소속연대, 이니셔티브, 녹색당 등 모두 7개 정당과 무소속인사들의 연합체이며, 제3의 길(Trzecia Droga)은 4개 정당과 무소속 연합, 그리고 좌익연합 역시 2개 정당과 무소속 연합체이다. 문제는 정당연합 내부 정당 간 이데올로기 차이는 물론 정책 차이도 상당해서 총선 승리와 연정 구성을 위한 반PiS, 반키친스키라는 대의가 사라지면서 이들 간 결속력과 연대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만약 투스크 내각이 불안정해지고 연정이 붕괴되거나 혹은 각 정당연합 내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PiS가 다시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PiS가 194석을 그리고 야당인 자유연합이 18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립정부 내부에서 19표의 이탈표만 있으면 PiS가 중심이 되어 투스크 내각을 불신임하는 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동부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민주주의 퇴행(democratic backsliding)’이 일단 폴란드에서 멈추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비세그라드 4개국은 물론 중동부유럽 전체를 휩쓸고 있는 선동주의와 권위주의의 부상이6) 이번 폴란드 총선으로 인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비세그라드 4개국 민주화 전망
체코에서는 2021년 10월 총선에서 선동주의 정당인 ANO2011의 안드레이 바비시(Andrej Babiš)를 누르고 시민민주당(ODS) 주도의 연정이 구성되면서 민주화의 정상 궤도가 복원되었고, 2023년 10월 ANO2011 주도의 내각불신임을 견뎌내면서7)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시민민주당 주도의 연정도 색깔이 다른 5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어 연정 내부의 정책 차이나 이데올로기적 차이에 의해서 내각이 붕괴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 경우 ANO와 바비시의 복귀도 가능한데, 2023년 1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ANO는 35% 내외의 지지를 얻어서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민주당의 15.5%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지지 상황에서 선거가 실시될 경우 5개 정당 연정은 200석 규모의 의회에서 87석을, ANO는 90석을 그리고 극우 SPD는 2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어8) 양당의 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 9월에 실시된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는 지난 2018년 언론인 암살 사건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정으로 총리에서 물러났던 민족주의적이며 선동주의적인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의 방향-사회민주당(Smer)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피초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야당연합에 패했지만, 정국 불안정으로 3년 만에 실시된 조기총선을 통해 다시 정권을 차지한 것이다. Smer는 150석 의회에서 불과 42석을 얻는데 그쳐 친러시아적 극우정당인 민족당(SNS) 그리고 좌익의 목소리-사민당(Hlas-SD)과 연정을 구성했다.9) 이로써 비자유민주주의적이고 친(親)러시아적이며 민족주의적이고 선동주의적인 피초 총리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주자나 차푸토바(Zuzana Čaputová) 대통령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다만 피초 총리와 Smer 주도의 연정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은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며, 2018년 피초를 몰아냈던 시민사회와 미디어가 계속해서 정부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피초와 Smer의 독주가 재현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비세그라드 4개국 중에서 헝가리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Victor Orban)과 헝가리시민동맹(이하 Fidesz)는 지난 2010년 이후 14년째 집권하고 있으며 2026년 이후까지도 집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Fidesz가 2022년 총선에서도 199석 중에 136석을 차지하면서 2010년 이후 4번의 총선에서 모두 개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오르반 총리와 Fidesz가 합법적으로 헌법을 제정 혹은 개정할 수 있고 동시에 어떠한 법안이건 독단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Fidesz는 지난 모든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했고 이 여세를 몰아 헌법을 바꾸고 선거법을 수정하면서 서구식의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그 대신 ‘비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있다.10) 이번 폴란드 총선으로 폴란드의 카친스키, 슬로바키아의 피초, 체코의 바비쉬와 함께 비자유민주주의 동맹을 체결하려던 오르반과 Fidesz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비세그라드의 부다페스트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힘 있는 야당이 없고 사법부와 언론, 시민사회가 Fidesz 정권에 포획된 헝가리에서는 정권 교체를 실현한 폴란드와는 달리 권위주의화 혹은 입헌 비민주화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각주
1) “Donald Tusk sets out vision of a progressive Poland at heart of EU,” The Guardian (December 12, 2023).
2) 다만 우크라이나 화물 차량에 대한 입국허가제 유예를 둘러싼 폴란드 운수업자의 파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현재까지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원활치 않다. “고군분투 우크라 '등에 칼 꽂은' 폴란드...국경 봉쇄 시위 한 달 물류 마비,” 한국일보(2023년 12월 7일). 
3) “Poland’s new government sacks state TV, radio and news bosses,” The Guardian (December 20, 2023). 
4) Magdalena Solska, “The Politics of “Good Change” in Poland,” in Magdalena Solska and Florian Bieber & Dane Taleski (eds.), Illiberal and Authoritarian Tendencies in Central, South Eastern and Eastern Europe (Bern: Peter Lang, 2018), p. 112.
5) Jan Cienski, “What happens next in Poland? 5 things you need to know after a landmark election,” Politico (October 17, 2023).
6) Robert Sata and Ireneusz Pawel Karolewski, “Caesarean politics in Hungary and Poland,” East European Politics, Vol. 36, No. 2 (2020), p. 206.
7) “Czech government survives no-confidence vote in Parliament sought by populist ex-prime minister,” AP (October 19, 2023).
8) “Median: Opoziční strany v listopadu stagnují, vládní si mírně polepšily. SPD klesla na čtvrté místo,” iROZHLAS (Prosinec 21, 2023).  
9) “Slovakia election: Strongman Robert Fico's return to power,” DW (October 1, 2023). 
10) “Kim Lane Scheppele: „Hungary is no longer a democracy,” https://materie.at/i/kim-lane-scheppele-hungary-is-no-longer-a-democracy/ (검색일: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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