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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EU의 중동관계 및 정책에 주는 시사점

중동부유럽 일반 Levi Nicolas Vistula University(Poland) Professor 2023/11/0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팔레스타인 해방 민중전선(PFLP), 팔레스타인 해방 민주전선(DFLP)과 같은 여러 조직의 지원을 받은 하마스의 대규모 테러공격,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Operation al-Aqsa Flood)’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새로운 위기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스라엘측 사망자 수는 10월 말 기준 1,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측 사망자 수는 8,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가자지구 당국에 의하면 이들 사망자의 대부분은 민간인이며, 수백명의 어린이가 희생자 목록에 포함되었다.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이스라엘 지지 △하마스 지지 △정전 촉구의 세 부류로 구분된다. 서방국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을, 아시아 국가들은 정전을 촉구하는 입장을, 아랍권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입장을 채택하면서 지역에 따른 세계 여론의 분열 양상이 관찰되며, 특히 아랍권 국가들은 서방이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점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서방권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 대한 시각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유럽연합(EU) 내부에서도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 존중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각각의 주요 논거로 하는 상충적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상술한 맥락 아래 본고는 EU,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의 관계 동향을 소개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 그리고 이번 전쟁에 대한 EU의 입장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EU-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EU는 이스라엘에 있어서는 최대 교역 파트너로서, 팔레스타인에 있어서는 최대 지원 공여국으로서 각각과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이스라엘 총수입액의 31.9%, 총수출액의 25.6%가 EU와의 무역에서 발생했으며, 상품무역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8%에 달한다2). 2000년 6월 EU-이스라엘 협력협정 (Israel-EU Association Agreement)3)이  발효되면서 양자 간 관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산업 및 농업을 비롯한 일부 부문에서 자유무역 체제에 기반한 상업적 교류가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서 밀접한 상호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스라엘은 EU가 주변국과 우호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유럽근린정책(European Neighborhood Policy)4), 그중에서도 지중해 인근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로메드(Euromed) 파트너십5) 상대국 중 하나로, 이스라엘 청년들에게는 유럽 내 교류 프로그램 참여 기회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이스라엘은 EU 27개국, 기타 14개국, 팔레스타인과 함께 유로메드 파트너십의 진전을 목표로 하는 지중해 연합(Union for the Mediterranean)6) 회원국이기도 하다.

EU와 이스라엘의 협력은 과학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은 EU에서 추진하고 있는 950억 유로(한화 약 140조 원) 규모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2021~2027)7) 프로그램 참여국이며, 2013년부터는 EU식 위성항법체계인 갈릴레오(Galileo)8) 사업에도 이해관계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던 EU는 이스라엘을 통한 천연가스 수입 확대에 관해서도 협의를 진행했다9).

반면 2012년부터 국제연합(UN) 참관국 자격을 얻은10) 팔레스타인에 대한 EU의 입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고 수교한 EU 회원국은 팔레스타인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던 중동부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9개국(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스웨덴, 사이프러스, 몰타)에 불과하다. 아울러 냉전 시기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지만 최근 들어 확고한 친(親)이스라엘 성향으로 돌아선 체코와11) 같은 사례도 존재한다. 한편 EU는 2021 ~2024년 팔레스타인 지원을 위하여 최대 약 12억 유로(한화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12).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는 1987년에 설립되었으며, 미국과 EU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였다13). 하마스는 현대 이스라엘 영토를 포함하여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였던 지역이 아랍인과 무슬림의 땅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과의 장기적 평화를 철저히 배격한다. 하마스는 2017년에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임시국가를 설립하는 방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스라엘 절멸을 목표로 자살폭탄테러를 비롯해 민간인 및 군인을 대상으로 수많은 살상공격을 자행했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정착민과 군대를 철수한 2005년부터는 팔레스타인 정치에도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입법부 선거에서 승리하며14)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수반이 이끄는 라이벌 정당인 파타(Fatah)당을 대신하여 가자지구의 권력을 손에 넣었다.

하마스는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총 4차례의 군사적 충돌을 빚었다. 2014년에 벌어진 50일간의 교전에서는 팔레스타인인 2,250명(민간인 1,462명), 이스라엘인 73명(민간인 6명)이 숨졌고15), 11일간 이어진 2021년의 충돌에서는 가자지구에서 256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하마스를 정치·경제적으로 후원하는 대표적 국가로는 카타르가 있는데, 카타르는 전력 공급, 인프라 재건, 공무원 급료 지급 보조금 명목으로 하마스에 연간 약 5억 달러(한화 약 6,800억 원)를 지원하거나16), 17), 로켓 제조방법, 조직적 공격 방식 등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또한 러시아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2006년부터 시작해 2023년 3월에 이르기까지 모스크바에 여러 차례 대표단을 파견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전통적 중재자를 자처하던 미국의 입지를 흔들고, 현재 상황을 EU 회의론 확산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18).

3.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유럽의 반응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사태는 유럽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에 유럽 지도자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27개국이 사태 발생으로부터 3일 후에 발표한 공동 입장문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10월 8일 이래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폭격을 가해 8,0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이스라엘에게도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법 및 인도법을 준수하고 민간인 보호에 노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담아 양 진영간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다만 EU가 팔레스타인에 제공하던 개발원조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곧 이를 번복하거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이 주류 시각과는 다른 의견을 시사하는 등 EU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관찰되고 있다19).

EU 의회는 10월 19일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을 처리했고20), 의원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면서 하마스의 궤멸을 주장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에 국제인도법 준수를 요청하고21),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반격이 역내 폭력의 악순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아울러 해당 결의안에는 인도적 전투 일시중지 및 민간인에 대한 국제 지원 강화 촉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 재확인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었다.

하지만 EU 의회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가맹국 인사들은 물론, EU 설립조약에 의해 대외정책에 대한 최종 관할권을 지닌 조셉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및 샤를 미셸(Charles Michel) 정상회의 의장도 이견을 밝혔다. 이와 같은 내부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EU는 10월 17일 특별 정상회의에서 인도법 및 국제법 준수에 기반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기존의 공동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가맹국 간 입장을 통일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에서 균형잡힌 메시지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22). 현재 EU 가맹국 모두는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와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나, 세부적 차원에서는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필요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부 이견 가능성도 관찰된다.

한편 이번 사태의 발생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심, 대중적 압박이 줄어들 가능성이 생겨났다. 또한 러시아의 경우에도 ▲수많은 러시아계 주민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외교노선상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팔레스타인 ▲2개의 러시아군 기지가 소재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군사 분야를 필두로 협력관계가 크게 강화된 이란 등 중동 주요 주체들과 유지해오던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 EU 외교정책에 관한 함의
EU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내부적으로 완전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프랑스, 노르딕 국가(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 일부 EU 회원국은 전통적으로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친팔레스타인적인 성향을 보여 왔는데, EU 내부의 의견 합치를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이 지닌 서로 다른 시각을 검토 및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초기 반응에서도 유럽 각국이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보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각의 입장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U가 지난 30여년 이상 지지해 온 두 국가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가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전면 공세를 취하게 되면 유럽 전역의 무슬림 공동체가 극단화되어 테러리스트들에게 동조하면서 분쟁이 확산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요소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EU가 향후 취하게 될 정책노선은 다음의 몇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분쟁의 기간이다. 만약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EU가 하마스의 자금 전용 위험성을 우려해 팔레스타인 정부에 제공하는 재정지원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둘째는 분쟁의 확산이다. 만약 이란이 이번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EU-이란 관계도 악화되어 새로운 경제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과연 EU가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외교정책을 취할 수 있을지의 여부이다. 비록 EU 자체는 미국을 비롯한 그 어떤 역외 주체에도 얽매이지 않는 독립성을 표방하지만, 최소한 중동 문제에 있어 EU는 미국의 입장에 대체로 찬동하면서 세계 정세가 서방과 비서방 양 진영으로 갈라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EU가 중동 및 이스라엘-하마스 문제에 대한 유럽만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다가오는 2024년 EU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서도 앞으로의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https://edition.cnn.com/middleeast/live-news/israel-hamas-war-gaza-news-10-30-23/index.html
2) https://policy.trade.ec.europa.eu/eu-trade-relationships-country-and-region/countries-and-regions/israel_en
3) https://www.gov.il/en/Departments/General/the-israel-eu-association-agreement-june-2000
4) https://neighbourhood-enlargement.ec.europa.eu/european-neighbourhood-policy_en
5) https://home-affairs.ec.europa.eu/networks/european-migration-network-emn/emn-asylum-and-migration-glossary/glossary/euro-mediterranean-partnership-euromed_en
6) https://ufmsecretariat.org/
7) https://research-and-innovation.ec.europa.eu/strategy/strategy-2020-2024/europe-world/international-cooperation/association-horizon-europe/israel_en
8) https://www.timesofisrael.com/israel-becomes-major-partner-in-eu-satellite-program/
9) Zielińska, K. (2022). Israel’s Mediterranean gas: the potential for gas export to Europe and the dynamic of regional cooperation
10) https://press.un.org/en/2012/ga11317.doc.htm
11) https://www.cbc.ca/news/world/israel-czech-republic-textbook-1.3758642
12) https://www.aljazeera.com/news/2023/10/9/eu-suspends-development-aid-payments-to-palestinians-after-hamas-attack
13) https://www.cfr.org/backgrounder/what-hamas
14)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06/jan/26/israel1
15) https://www.aljazeera.com/news/2023/10/9/whats-the-israel-palestine-conflict-about-a-simple-guide
16) https://www.fdd.org/analysis/2023/10/10/u-s-wrong-to-involve-qatar-and-turkey-in-israeli-hostage-negotiations/
17)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putin-hints-mediator-role-sides-hamas
18)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putin-hints-mediator-role-sides-hamas
19) https://www.rmoutlook.com/national-business/european-union-reverses-earlier-announcement-that-it-was-suspending-development-aid-to-palestinians-7658953
20) https://www.europarl.europa.eu/doceo/document/RC-9-2023-0436_EN.html
21) https://www.europarl.europa.eu/doceo/document/RC-9-2023-0436_EN.html
22) https://www.aljazeera.com/news/2023/10/17/eu-leaders-to-meet-as-bloc-struggles-for-united-message-on-israel-hamas-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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