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동지역 민사재판에서 전문가보고서의 중요성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현종 MEA Law Firm 변호사 2023/08/04

중동지역 민사재판에서 전문가보고서1) 의 중요성

1. 중동2) 사법 체계 및 재판의 특징
근대 국가가 설립되기 전까지 중동지역에서는 이슬람 관습법이라 할 수 있는 샤리아법에 근거하여 재판을 진행해 왔으나, 사회가 현대화되어 감에 따라 현대사회에 적합한 사법 체계 및 재판 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형성된 중동 지역의 사법 및 재판 체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 샤리아법이 사회를 규율하는 기본적인 법 정신의 기반이지만, 아랍 국가인 이집트를 거쳐 프랑스계 대륙법을 수용하였기에 기본적인 법체계는 대륙법계에 가깝다. 또한, 영국 식민지배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영미법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특히 새로운 법은 영국법을 직접 가져와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중동 국가들의 법체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샤리아법, 영미법, 대륙법이 혼재되어 있는 형태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나. 재판절차 또한 기본적인 시스템은 대륙법계를 따르지만, 영미법과 샤리아법의 특성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영미법계 사법 제도와 큰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원칙적으로 판례구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샤리아법의 기본 원칙인 ‘실체 진실의 발견과 실질적 공평의 정신’에 의거하여 재판절차 운영의 기본 원리로써 개별 사건에 맞는 해석과 판단이 통일된 법리에 따른 법적안정성에 우선한다. 

다. 4차 산업 혁명의 도래로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재판절차에도 온라인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었다. 특히, 중동지역 내 다른 국가에 비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 속도는 괄목할 만하다. 송달, 증언, 서면 제출, 기일 진행, 판결문 작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을 통한 재판절차 진행 및 사법행정이 가능한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라. 이슬람법상 법관에게 주어진 실체진실 발견의 의무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많은 법관들이 자신 앞에 놓인 문서나 관계자들의 증언이 실체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에 증거재판주의와 증거법 관련 이론이 다수 개발되어 왔다. 또한, 이슬람국가에서의 법관은 실무 법관임과 동시에 종교적으로 신에게 맹세를 한 이슬람 교도인 관계로, 재판 과정에서 사실 판단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신에게 죄를 범하는 것과 같다. 실체 진실 발견 과정에서 법관의 실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법관이 사실 확인을 직접 진행하지 않고 전문가(Expert3))를 통해 진행한다. 전문가를 통한 재판 진행이 일반화되어 있기에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 선임 또는 결과(감정)보고서에 대한 검토 및 이의 제기가 매우 중요하다. UAE에서의 재판을 기준으로 전문가보고서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2. UAE 재판에서 전문가보고서 제도4)
중동 재판에서 전문가는 분쟁의 기초가 되는 사실 확인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법관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법관의 명령에 따르는 사법 기관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의 전문가보고서는 재판에서 결정적인 판단자료가 된다. 

전문가의 원칙적인 역할이나 의무는 사실관계의 확인 혹은 전문적인 분야에서의 사실확인 및 의견제시이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전문가보고서의 내용이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에 그치지 않고 사실 및 법리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법관들은 전문가보고서 내용과 동일하게 판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급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전문가보고서의 불합리성에 대해 다투는 경우가 많고, 하급법원 사실심의 심리 미진에 대해 다투는 경우도 많지만, 전문가보고서 제출 단계 혹은 판결 전에 해당 보고서의 문제를 다투지 않아서 공격방어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보고서 제도의 운영 절차는 아래와 같다. 

가. 법원에 의해 전문가가 선임5)되면 (특별한 사정에 따라 기피를 하는 경우 제외) 해당 전문가는 원피고에게 본인이 전문가로 선임되었다는 내용을 통지하면서 당사자로 하여금 준비서면 및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다. 각자의 입장을 정리된 서면 및 증거자료 형태로 작성하여 기간 내 제출하기를 요구하고, 필요시 원피고를 불러서 심문할 수도 있다. 

나. 기초 자료를 검토한 이후 혹은 그 이전이라도 전문가가 심문 기일을 정해서 당사자를 심문할 수 있다. 원피고를 함께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당사자를 따로 불러서 심문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 중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위와 같은 서면 및 증거자료의 제출, 당사자의 심문, 필요시 관계자(증인)의 심문 등은 1회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나 사건의 복잡성에 따라 수차례 이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다. 전문가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초안을 작성하고, 해당 초안을 원피고에게 송부한다. 각 당사자는 전문가보고서 초안에 의견을 제시하게 되고, 전문가는 이를 반영한 최종 보고서를 법원이 정한 기한 내에 제출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 원피고의 의견제시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허용된다. 전문가는 양측의 의견을 수용하여 보고서를 수정할 수도 있고, 그대로 법원에 제출할 수도 있다. 단, 전문가는 원피고가 제시한 의견에 대해 답변을 하여야 한다.

라. 전문가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당사자는 해당 보고서에 대한 의견(준비서면)을 제시할 수 있다. 법원에서는 제시된 주장이 합리적일 경우 당사자의 요청이나 직권으로 추가 전문가를 선임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고, 3인 이상의 전문가를 선임하여 전문가위원회6)를 통해 전문가보고서를 준비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중요하거나 쟁점이 많은 사건의 경우에는 여러 건의 전문가보고서가 제출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전문가 선임은 각 당사자의 주장과 사실관계를 보다 강하게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 법원은 이와 같은 전문가보고서를 검토하고 당사자의 주장을 들은 후 후속 기일을 지정한다. 통상적으로는 1~2회 기일을 거친 후 판결을 선고한다. 

3. 여타 GCC7) 국가에서의 전문가보고서 절차
 GCC 회원국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8), 카타르9), 쿠웨이트, 바레인10), 오만11) 등 6개 국이며, 동일 문화권에 속하기에 재판 제도 역시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각 국가의 특성에 따라 근거 법령이나 운영 실무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유사점이 많다. 여기에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 재판이 일상화되면서 재판절차의투명성이나 신속성 등이 개선되었다.

전문가보고서 제도의 운영 역시 이를 반영하여 유사하게 운영 중이나, 실무 법관의 수, 판사의 역량, 외국인 비중 등 관련 요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판결을 하는 경우도 많다. 

4. 시사점
전문가보고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와 같은 부분을 간과하고 소송관리를 해 왔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패소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소송의 일상적인 장기화, 현지 문화의 생소함과 재판 문화의 차이 등으로 인해 중동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동네’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해는 중동지역의 재판절차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14년간 중동의 사법 체계를 경험하고 재판을 준비해 온 필자의 견해로 판단할 때, 그것은 오해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동 국가에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전문가보고서 준비 단계에서부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하게 조언하고 싶다.

중동지역의 사법 체계도 현대식 법제 정비 강화, 사법 체계 전산화, 전자정부의 추진, 온라인 재판의 일상화 등에 힘입어 재판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소송 소요 시간도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 중동 국가에서의 재판은 더 이상 필패(必敗)할 대상이 아닌, 한국 기업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권리구제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들은 중동 지역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경영활동을 펼치고, 필요하다면 소송으로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각주
1) 영문으로는 Expert Report이다. 한국의 감정보고서와 유사하며 전문가의 사실 및 전문 분야에 대한 사실 확인 보고서이다. 감정보고서와 유사하나, 실무적으로 감정인 보다 광범위한 기능과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라는 별도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2) 통상 중동이라고 하면 레반트 지역(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나, 여기서는 GCC 국가 위주로 설명한다.
3) 재판 과정에서 선임된 감정인이 감정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한국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전문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사실 판단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4) A decree of the Council of Ministers No. 6 of 2014 on the executive regulations of Federal Law No. 7 of 2012 regarding the organization of the profession of expertise before the judicial authorities
5)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Expert case’라는 이름의 사실확인 청구절차를 별도 신청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법원에서 당사자의 청구나 법원의 직권으로 Expert를 선임한다. 
6) Expert Committee로 해석되는 바, 통상 3인을 선정한다. 
7) Gulf Cooperation Council이라는 걸프지역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중동의 국가협력체이다.  
8) Royal Decree No (M/43), dated 26/05/1443 H (31/12/2021)
9) CIVIL AND COMMERCIAL PROCEDURE LAW - Law No. 13 of 1990
10) Law of Evidence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 (Decree Law No. 14 of 1996 as amended by Decree Law No. 24 of 2013) (the Law of Evidence) and the Experts Role Law (Decree No. 3 of 1995)
11) Ministerial Decision No. 76 of 2021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