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에 재난을 초래한 전력부족 사태 및 순환단전

남아프리카공화국 Lloyd Magangeni Economic Research Southern Africa, South Africa Professor 2023/07/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현재 심각한 전력부족으로 장기간 순환단전(load shedding, 부하차단)을 시행하며 식량안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 개별 분야뿐 아니라 기업 및 산업부문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남아공의 제조업·금융업 부문이 순환단전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입게 될 피해는 2,000억 랜드(ZAR, 한화 약 13조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수송업이나 채광업 부문에서 예상되는 손실도 이 수치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경제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순환정전의 원인을 제공한 남아공 전력공사 에스콤(Eskom)은 국가경제에 사상 최대의 파괴적 후폭풍을 남긴 주체로 전락했다.

남아공의 2023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아프리카 내 최저 수준이다. 만약 민간 전력생산기업의 에너지 시장 추가 참여 없이 에스콤이 국내 전력공급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될 경우, 남아공이 다른 신흥국의 성장률 수치와 경제적 확장세를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순환단전은 이처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자리 및 세수액 감소, 재정적자 확대,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광범위한 정세불안과 같은 여러 심각한 문제를 함께 야기한다.

전력공급 차질로 인한 대규모 악영향에 직면한 남아공은 현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 상태이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osa) 남아공 대통령은 2023년도 연례 국정연설에서 이번 비상사태 선언이 식량 생산, 보관, 소매 공급망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발전설비 확충, 태양광 패널 설치, 전력 지속공급 보장과 같은 실용적 조치 시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순환단전으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
남아공의 순환단전이 가장 극심했던 2019년 남아공 과학산업연구원(CSIR) 산하 에너지센터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단전으로 인한 피해액은 1,200억 랜드(한화 약 8조 원) 수준이었다1). 해당 단전 사태의 최대 지속 예상 기간인 3년이 지나도록 에너지 부문의 회복 반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남아공에서는 2023년 현재 일자리 상실, 생산량과 지출액 감소, 경제성장률 저하와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남아공의 비영리단체 에너지집중사용자그룹(EIUG) 전직 관계자는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앞으로 오히려 더욱 큰 위기가 닥치면서 순환단전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한다. 전력공급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순환단전은 남아공이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핵심 이유로 작용하며, 원활한 사업 전개를 위해 안정적 환경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도 불규칙한 전력공급 때문에 적정 생산량을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순환단전으로 영업이 불가능해지거나 시설 보안 유지가 힘들어져 폐업을 결정하는 기업도 발생하고 있는데, 전력이 끊기면 침입자 경보기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게 되고, 그 결과 기업들은 도난을 비롯한 각종 범죄에 노출된다.

남아공 금융·컨설팅사 알렉스 포브스(Alex forbes)의 수석 경제분석가 아이사 믈랑가(Isaah Mhlanga)는 에스콤의 6단계 순환단전이 지속되면서 국가경제에 이미 심대한 타격이 나타났고, 이 사태가 하루에 40억 랜드(한화 약 2,700억 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아울러 투자사 이피션트 그룹(Efficient Group) 소속 선임 경제분석가 프랜시스 스토프버그(Francis Stofberg)는 에스콤의 실책이 없었다면 남아공의 GDP가 지금보다 8~10%가량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순환단전의 악영향은 전반적 경제 둔화에 더해 개별 경제부문에도 위기를 몰고 온다. 예를 들어 대형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사들은 전력이 자주 끊기고 배터리 도난 또한 빈발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올라가는 등 여러 측면에서 타격을 받았다. 과학기술공학 전문가인 스튜어트 페리(Stuart Perry)는 순환단전으로 인해 충전에 약 12시간이 소요되는 모바일 중계탑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언급하고, 단전 조치가 2단계를 넘어가면 보조 배터리와 비상용 전력 의존도가 크게 상승하여 네트워크의 정상 가동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에 따르면 엠티엔(MTN)과 같은 남아공의 대형 네트워크사가 중계탑을 상시 가동하고 비상용 전력을 충전하는 데 만도 약 40만 리터(L)의 연료가 소모되며, 상호 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중계탑의 특성상 여러 시설 중 하나만 가동이 멈춰도 네트워크 연결이 끊길 수 있다. 그는 이외에 격오지에 위치한 중계탑이 범죄자들의 배터리 절도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문제를 추가로 언급하고, 순환단전의 지속으로 인해 네트워크 상시 연결 보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운영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면 결국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또 다른 전문가 재키 오설리번(Jacqui O’Sullivan)은 네트워크 운영사들이 연결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배터리 확보에 수십억 랜드를 지출하고 있으며, 비상용 배터리마저 모두 소진되었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2,000개 이상의 자가발전기도 설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2). 또한 남아공 통신사 보다콤(Vodacom)에 따르면 중계탑에서 발생하는 절도 및 기물파손 피해 복구에도 해마다 수백만 랜드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 비용이 모바일 서비스 요금에도 인상 압력을 주고 있다3).

다음으로 식량안보 현황에 관해 남아공 농업협회(Agri SA) 크리스토 밴더리드(Christo van der Rheede)는 순환단전실시 이후 양질의 신선식품 공급 역량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남아공의 농민들은 농지 용수공급을 밤으로 미루거나 여타 작업 일정을 조정하고 신선식품 보존에 필수적인 저온보관 설비를 구비하는 등의 형태로 새로운 난관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밴더리드는 또한 순간 과전압으로 망가진 공기압축기 등 장비를 교체하는 사례,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나 프리토리아(Pretoria)에 소재한 아보카도, 바나나 등 과일농장에서 숙성설비에 들어가는 전력의 공급이 중단되어 수확이 무의미해지는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외에 표면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순환단전의 경제적 악영향으로는 ▲수만 개의 직접적 일자리 상실 및 수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 손실 ▲국제 평판의 추락 ▲시민의 대정부 신뢰도 저하 ▲인력 국외 유출로 인한 기술 및 전문성 상실이 있다. 남아공 경제 전문가 이라즈 어비디언(Iraj Abedian) 박사는 현재 남아공의 에너지 부문이 정상적 작동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한 데 더해 철도 및 항구 인프라에도 동일한 경향이 발견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앞으로 제반 여건을 시급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구성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남아공 국민에게 있어 순환단전은 비관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자가발전기나 태양광 설비가 별도로 구비되지 않아 대체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없는 가계나 기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암울하다. 특히 사업 성장기에 있는 소규모 기업은 대다수 전력 단절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이러한 상황에 큰 무력감을 느끼며, 오래 지속된 코로나19 대유행의 후폭풍에 더해 순환단전의 여파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대체 에너지원을 보유하지 못해 단전 시간에 인력을 놀려야 하는 중소기업은 순환단전으로 인한 수익 상실분이 크고4), 남아공에서 2단계 순환단전이 실시된 지난 2주간의 경제적 손실액 규모는 20억 랜드(한화 약 1,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남아공 국민 다수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은 국가경제의 중추이지만, 하루에 3~4시간씩 전력이 끊기면 이들 기업의 활동에도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야기된다. 단전 시기에는 생산이 멈춰 수익 창출이 중단되고, 무선 인터넷 접속도 불가능해 중요한 정보를 놓치거나 고객과의 문서 교환이 어려운 상황도 나타난다. 또한 신호등을 비롯한 도로 인프라도 단전 시간에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기에 회의 참석이나 출근 지연, 상품 및 원자재 배송 지연과 같은 추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록 남아공 정부가 사전에 제공하는 순환단전 시간표를 참고해 기업 차원에서 미리 대비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장기적 해법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전력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남아공 국가에너지위기위원회(NECC, National Energy Crisis Committee)는 전력규제법(Electricity Regulation Act) 개정을 통해 발전사업 면허 요건을 철폐함으로써 에너지 부문에 대한 민간투자를 증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민간부문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바람직한 해법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NECC는 정부 부처들이 행정장벽을 혁파하고 에너지 사업 규제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지시했으며, 여기에 포함된 구체적 조치에는 ▲기존에 100일 이상 소요되었던 환경영향평가 심사기간을 57일로 단축 ▲사업 등록절차 소요기간을 기존의 4개월 이상에서 3주로 단축 ▲신규 발전시설의 전력망 연결 승인 절차를 6개월 이내로 단축 등이 있다.
 
에스콤 또한 표준화된 계약서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의 여유 발전량을 구매하는 사업을 개시해 곧 첫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한 에스콤은 발전 실적이 낮은 시설이 지닌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사외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신설했고, 전력발전회복계획(Generation Recovering Plan)에 따라 6개 발전소를 향후 수개월간의 집중 조치 대상으로 선정해 신규 위원회의 감독 아래 포괄적 개혁을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남아공은 이외에 남아프리카 전력 공동체(Southern Africa Power Pool)에서 3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을 수입할 계획이며, 2023년부터 인접국에서 1000MW의 전력을 추가로 도입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결론 및 향후 전망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신설 특임직인 전력부 장관(Minister of Electricity)을 새로 임명해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고, NECC가 현재의 전력 위기를 시급히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하루라도 필요하지 않은 날이 없는 전력의 특성상 이번 위기는 해결이 쉽지 않으며, 사태 발생 이전처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규 재원을 투입하고 민간 전력공급사의 생산 기여를 보장해 다량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어려운 과제를 제대로 완수하려면 말이 아닌 행동을 바탕으로 국영기업의 부패를 근절해 에스콤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가적 진보와 미래 번영의 기치 아래 남아공 국내 주체 간 정쟁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각주
1) https://www.csir.co.za/
2) http://www.safm.co.za/sabc/home/safm/multimedia/details?id=ef30e9d2-5a3f-473a-b7df-b67d8c972e64&title=Podcasts
3) https://mybroadband.co.za/news/cellular/441040-crazy-things-south-africas-mobile-operators-do-to-prevent-battery-theft-at-towers.html
4) https://tmmbs.co.za/importance-of-a-cost-benefit-analysis-for-your-business/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