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와 세컨더리 보이콧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9/05/21
미‧중 무역협상의 대치 상황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5월 10일 오전 0시를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월스트리트의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관련한 한시적 제재 예외조치를 지난 5월 2일 종료했다. 미국은 2018년 11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다시 시작했고,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도 180일 한시적 예외 인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수급은 물론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제재 조치로 5월 2일 이후 세계경제의 불투명, 국제유가의 인상 불안감, 환율 인상 요인을 비롯한 외환시장의 불투명 등으로 국제무역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증권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미‧중 무역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체 수입 원유의 약 6%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이런 조치가 끝이 아니다. 결정적인 압력 수단인 ‘세컨더리 보이콧’도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대이란 교역에서 한국의 예외 인정 종료와 세컨더리 보이콧의 조짐에 따라 한국의 대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5월 2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한국의 예외조치 종료와 함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값 인상도 시작되어 5월 8일 현재 리터당 1,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이란 원유의 수입금지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것이 아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이란 간 극한 대치로 국제유가 인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원유 도입에 관한 한 중동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의 도입 비중 81.7%이며, 이 가운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비중도 13.22%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2018년 11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의 우호적 차원에서 한국은 예외 조항을 두어 그동안 원화결제를 통한 대이란 수출입이 가능했다. 그 덕택에 한국은 값싼 원유를 도입할 수 있었고 수출 대금 회수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울러 석유제품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5월 2일부터 이란에 대한 수출입의 전면 중단으로 이란 관련 국내은행들도 업무를 중단하였다.
이란도 미국의 조치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며 맞서고 있으며 미국은 항공모함을 파견하여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 이후 저유가를 탈피한 국제유가도 상승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중국은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대북한 원유 공급을 이유로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면 금융권, 특히 관련 은행들에 대한 제재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보복 조치 재강행과 그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시화되고 있기에 아래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와 그에 따른 영향을 한국의 원유 수입과 대외 수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공식탈퇴와 호르무즈해협 봉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오바마 정부에서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은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되었으며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6개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트럼프(Trump) 행정부는 오바마(Obama) 대통령의 합의를 맹비난하며 탈퇴를 선언하고 우방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가 없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 분쟁에 이 문제를 연관시키며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맹방인 한국에게조차 유예조항을 단절하며 대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수단 가운데 하나가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어쨌든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 강화는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제 원유시장은 저유가 시대를 넘어섰다. 2019년 5월 6일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바스켓 가격은 70.23 US달러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도 별다른 유가 하락 요인이 없기에 유가는 하락보다는 인상 요인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또 다른 에너지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1978년 호메이니(Khomeini)혁명 이후 계속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실행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출의 1/3의 물동량이 통과하는 이란의 중요한 길목이다. 그렇기에 원유 수송 문제가 제기되면 반드시 등장하는 곳이 호르무즈해협이다.
미국은 이란의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하고 이란산(産)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의 예외조치 중단 등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군사적 조치까지 단행하고 있다. 존 볼턴(John Bolton) 보좌관은 5월 5일 성명에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중동을 담당하는 폭격기들을 미 중부사령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19/05/07).
이에 대해 이란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어(Amir Hossein Zamaninia) 이란 석유부 차관은 지난 5월 5일 이란의 IR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불법적인 경제제재에 맞서 “'회색시장'을 통해 밀수가 아닌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원유를 수출하겠다,”라는 강한 대항 의지를 보였다. 회색시장(grey market)은 생산자의 공식 유통채널을 벗어나 수출입품이 거래되는 통로로 가격은 정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러한 시장을 암시장(black market)과 구별하여 불법과 합법의 중간지대라는 의미로 회색시장이라 한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이란과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미‧중 무역협상의 원만한 타결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하여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국제원유시장과 금융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8월 6일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에 대한 행정명령(Reimposing Certain Sanctions with Respect to Iran)’에 서명함으로써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에 의해 철회되었던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가 2018년 8월 7일부터 재개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제시하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세컨더리 보이콧은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이 사용하는 강력한 제재수단 중 하나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어느 나라가 제재를 해야 할 특정 대상에 대하여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인 불매운동을 ‘1차 보이콧(Primary Boycott)’이라 하며, 1차 보이콧 대상과 관련된 제3자 등 대상까지 불매를 하는 것을 ‘2차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까지도 제재하는 행위를 말한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10년 6월 이란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이란은 2013년 경제성장률이 -6%대까지 추락하고 통화 가치가 2012년 대비 1/3 수준으로 하락하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2015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이란핵협상(JCPOA)을 타결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동년 8월 1단계 제재를 복원하고 11월에는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 제품 등의 거래를 제한하는 2단계 경제 및 금융 제재를 재개했다.
IMF의 4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2018년 GDP는 3.9% 감소했으며, 2019년 성장률은 –6%, 물가는 4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 경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NPT 탈퇴까지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봉쇄로 맞서는 상황이다. 만일 이곳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격화 내지 장기화된다면 국제 원유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큰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0년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었을 때 한국도 이란과 외환 거래가 중단된 적이 있다. 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곳은 이란 멜라트은행(Bank Mellat)과 이란 석유화학기업(Iran Petrochemical Commercial) 2곳으로 이들은 지난 2010년 영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아 이란과의 교역은 현재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2018년 11월 이란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에도 원유시장의 원활한 공급 보장 등의 이유로 한국을 포함하여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금년 5월 한국이 예외조치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원유도입은 물론 수출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비중은 80% 이상이며, 그 가운데서도 이란으로부터의 도입 비중도 13%에 달한다. 여기에 세컨더리 보이콧이 한국에 적용된다면, 가공할만한 경제적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다.
북한과 거래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문을 닫은 대표적인 사례는 '방코델타아시아(BDA)'다. 미국은 2005년 9월 마카오에 소재한 BDA에 이른바 '북한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 2,400만 달러가 예치돼 있다며 BDA에 대해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중지시켰고 BDA는 이로 인한 예금자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로 결국 파산했다. 중국의 단둥은행도 2018년 6월 북한의 돈세탁 통로로 밝혀져 미국 금융기관들과의 거래가 차단됐고, 라트비아의 3대 은행인 ABLV은행 역시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에 연루돼 2018년 2월 미국과의 거래가 끊겼다. ABLV은행 역시 대량 예금인출, 즉 뱅크런으로 파산했다.(머니투데이, 2018/10/31.)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당사국은 물론 제 3국을 통한 거래에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위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는 은행이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이다. 세계무역에서 약 90% 정도의 대금 결제가 미 달러화로 이루어지기에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는 커다란 파괴력을 갖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대이란 제재조치에서 예외조치 종결과 한국
미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지난 5월 2일 중단함에 따라 한국과 이란의 교역 통로였던 원화결제계좌 거래도 중단됐다. 이에 따라 대이란 수출 대금 결제 통로이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CBI) 계좌는 5월 2일부터 전면 중단되었다. 한‧미간에 협의를 통해 2010년 도입된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됨에 따라 이란과의 수출도 전면 중단되었다.
물론 정부의 대응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석유가격을 안정화하고자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운송비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제도를 2021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 수입 부과금을 일부 환급해주는 제도도 2022년까지 3년 연장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9/05/03).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8일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603.09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1월 6일부터 6개월간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함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이 15%에서 7%로 줄어든 것이 이유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에 따라 코스피도 20포인트 이상 하락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란과의 수출입 중단에 따른 영향이 아직 반영된 것이 아니다. 이란으로부터의 한국의 원유 도입과 제품 수출을 감안하면 향후 영향은 더 크게 파급될 전망이다(<표 3> 참조).
고품질의 저렴한 이란산 초경질유의 수입이 중단되면, 한국의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도 감소할 것이다. 이란산 외에 타국가의 원유 수입은 그만큼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된다. 현재 이란산 초경질유는 배럴당 약 3달러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콘덴세이트 정제설비(CFU)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업체별 CFU 의존도는 현대오일뱅크(20%), S-Oil(10.3%), SK이노베이션(8.2%), GS칼텍스(0%) 순이다(연합뉴스, 2019/04/23). 따라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가 전체 지분의 29%를 소유하고 있는 석유물류기업 '오일허브코리아(OKYC)'가 2017~2018년 여수항에서 국내·외 선박에 실어준 유류의 상당 부분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OKYC는 유엔 결의안 2375호가 시행된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 6척에 유류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몇몇 선박들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현재 조사 중이다(조선일보, 2019/05/07). 이들 선박들이 제재를 받게 될 경우 한국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이란과의 수출입 중단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설상가상으로 미‧이란 간 제재 조치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장기화된다면 국제유가의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란의 IRNA통신에 따르면 5월 7일 이란 외무부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2015년 핵합의 체결 5개국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핵합의 불이행 의사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 특히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급과 대외 수출이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이번 사태를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와 관련 업체들의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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