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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가축 부국 몽골의 고민과 몽골 축산업의 전망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2018/03/22

가축 부국 몽골의 고민과 몽골 축산업의 전망

 

지난 해 12월 말 몽골 통계국은 2017년 말 현재 몽골의 가축 수가 6,620만 마리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는 몽골 역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몽골에서 처음 가축 통계가 작성된 것은 1918년이다. 당시 몽골 전역에서 960만 마리의 가축이 집계되었다. 따라서 한 세기 동안에 가축 수가 정확히 6.8배가 늘어난 셈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과 20세기의 획기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고려한다고 해도 놀랄만한 증가폭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20세기 내내 가축 수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가 바뀐 1990년대 초기부터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특히 2010-2017년 사이에는 가파르다고 할 정도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인다. 불과 7년 사이에 가축이 무려 3,350만 마리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늘어난 가축 수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1990년 이후 가축 수 증가속도가 빨라진 것은 1차적으로 시장경제의 도입의 결과이다. 시장경제 도입 이후 각 부문에서 사유화가 진행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질서정연하게 사유화가 이루어진 분야가 목축분야다. 따라서 1990년 이후 가축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은 농목축협동조합의가축을 불하받은 개인이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가축의 두 수를 증식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매년 우수 목축민을 선발하여 표창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몽골정부의 축산정책 또한 목축민들로 하여금 가축 수 늘리기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목축민들 사이에서는 가축의 질과 품종을 개량하는 것보다는 숫자를 늘리는데 집중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결국 역사상 최고치라는 수치는 시장경제의 도입과 정부정책 및 목축민들의 노력의 합작품인 것이다.

 

가축 수 증가와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가축의 구성비율이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에서 보듯 2017년 말 현재 6,620만 마리 가축의 내역은 양 45.5%(3,010만 마리), 염소 41.3%(2,730만 마리), 소 6.6%(440만 마리), 말 5.9%(390만 마리), 낙타 0.7%(43만 마리)다. 양과 염소가 86%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축 구성비율, 즉 양과 염소가 절대적인 비중을 점하는 사정은 아래 표에서 보듯 가축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2010년 이후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양과 염소가 같은 기간에 일어난 가축 수 증가를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6,620만 마리라는 역사상 최고치에 달한 가축 수와 5,700만 여 마리에 이르는 양과 염소 수 증가가 몽골 경제발전에 우호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가축 수 증가는 목축민에게나 국가에 이익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근년 몽골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가축이 늘어나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한편으로 부의 원천이 많아지는 것으로 치하할 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목초지 부족을 불러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목축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몽골의 목축은 유목목축이다. 한 곳의 풀이 다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유목목축이다. 이는 역으로 그 만큼 몽골초원이 척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유목민들이 4계절 거처를 옮기는 것은 목초지를 교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가축 수가 늘어나면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져 목축의 기반을 뿌리째 무너질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또 하나의 문제는 염소의 가파른 증가추세다. 우리가 캐시미어라고 하는 것은 양털이 아니고 실은 염소 털을 말한다. 이는 당연히 양모보다 비싸다. 따라서 1990년대 초기 몽골인들이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이면서 목축민들은 돈을 벌기 위하여 염소 수 증대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가 지금처럼 양과 염소의 숫자가 엇비슷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염소 수 증가가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과 달리 염소는 풀뿌리까지 뜯어 먹기 때문에 염소가 많아지면 목초지가 쉽게 황폐화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몽골 목축민들은 전통적으로 양과 염소의 비율을 3 : 1 정도로 유지해 왔다. 즉 양과 염소 4마리 중 3마리는 양, 1마리는 염소가 되도록 가축의 구성비율을 의도적으로 맞춰 목초지를 보호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도입된 후 이러한 전통적인 수량조절 체계가 무너지고 목초지 파괴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몽골초원의 풀과 수자원은 모든 가축을 양(羊)으로 계산할 경우 6,000만 마리 정도가 적정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몽골의 5종 가축(양, 염소, 소, 말, 낙타) 전체를 양으로 환산하면 1억 400만 마리 정도가 된다. 적정수준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그래서 (축산)정책을 바꾸어 숫자보다 질적 향상에 집중할 때가 되었습니다. 2001년과 2009년 재해로 1천 만 마리 단위로 가축이 폐사되었습니다. 인간이 (올바른) 축산정책을 입안하지 못하면자연, 특히 재해가 조절해 줍니다. (이제는) 가장 가축이 많은 목축민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러 다니는 것을 그만 둡시다. 그 대신 누가 가축의 질적 향상을 이루었는지, 누가 축산물을 증대시켰는지, 누가 다른 목축민에게 경험으로 모범이 되었는지, 누가 어려운 목축민의 생활에 도움을 주어 가축을 갖게 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한 엥흐툽신 (Ö. Enkhtüvshin) 몽골 부총리의 최근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가축의 숫자 늘리기를 그만두고 품종개량 등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 축산 부문이 목축민은 물론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2001년과 2010년의 재해로 각각 1,000만 마리의 가축을 잃었다는 말이다. 1,000만 마리는 물론 좀 과장된 것이지만 당시 700-800만 마리가 일시에 폐사된 것은 사실이다. 그의 말은 인간이 가축숫자를 조절하지 못하여 대자연이 재해를 통하여 조절했다는 것인데, 이는 몽골의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말해준다. 최근 20여년 사이에 몽골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불규칙한 기후에다가 가축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환경 적응력이 취약한 가축의 집단폐사가 수시로 발생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몽골 축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몽골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사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목축업 부문의 비중은 겨우 4.2%에 불과하다.    물론 이중 목축업이 80%대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10개 항목 중 7번째에 해당한다. 1위 서비스업(27.2%), 2위 광산업(24.9%), 3위 도소매업(12.3%)에 비하면 한 참 못 미치는 수치일 뿐 아니라 6,620만 마리의 가축 숫자와도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몽골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사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목축업 부문의 비중은 겨우 4.2%에 불과하다. 10개 항목 중 7번째에 해당한다. 1위 서비스업(27.2%), 2위 광산업(24.9%), 3위 도소매업(12.3%)에 비하면 한 참 못 미치는 수치일 뿐 아니라 6,620만 마리의 가축 숫자와도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또한 몽골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25일 현재 육류수출은 27,892톤이다. 몽골언론은 이를 최근 5년 평균 수출량의 7배, 2016년도의 3배라고 보도했지만, 뉴질랜드 등 육류수출국에 비하면 사실상 형편없는 수준이다. 캐시미어도 대동소이하다. 관련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세계 캐시미어 시장에서 중국산이 48%, 몽골산이 40% 정도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몽골산 캐시미어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몽골의 기후조건 때문에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매년 몽골에서는 1차 가공한 캐시미어의 80%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 20%만 국내에서 소비한다. 우수한 품질의 원자재 대부분을 외국으로 수출한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몽골 목축업의 어두운 그림자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남북의 거대한 육류 소비사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육류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구제역 등 가축의 질병 때문이다. 청정지역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몽골에서는 매년 구제역과 탄저병 등 가축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육류 갈무리 시스템, 도축시설, 운송, 보관 등 각종 시설과 기술의 미비, 10월-5월 사이에 이루어지는 육류수출의 계절성, 광업위주의 국가정책 등도 육류수출 증대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캐시미어와 양모 등 원재료를 활용한 의류생산과 수출도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료를 가공하여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선진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의 관심은 여전히 광산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외자유치도 아직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매년 수 천만 마리의 가축에서 수합되는 5종 가축의 젖이 100% 국내에서만 활용되는 것도 몽골 목축업의 어두운 그림자다. 유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는 것 역시 가축질병과 기술과 시설의 미비 때문이다.

 

이상 몽골 목축업의 어두운 그림자는 반대로 이 분야가 블루오션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기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몽골육류는 GMO 사료를 쓰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선물로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몽골 정부 또한 질병문제와 도축시설 등 육류수출의 장애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고, 육류수출의 계절성 극복과 거친 육질을 개선하기 위해 목장식 목축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목축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기 때문에 향후 육류수출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근년 베트남과 일부 중동지역 국가들까지 몽골육류에 관심을 갖고 있어 그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현재 거의 원료상태로 수출되고 있는 양모와 캐시미어를 활용한 축산물 가공과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가공분야 또한 몽골의 미래를 밝혀줄 블루오션 중의 블루오션이다. 이 분야가 몽골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몽골에 어울리는 미래의 산업인데, 최근 자원개발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축산업과 축산물 가공에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역시 유망한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종합하면 몽골 목축업은 가축 수의 과도한 증가, 가축질병, 도축시설 등 시설의 미비 그리고 자본과 기술의 부족으로 원자재로 수출되는 양모와 캐시미어 산업의 문제점, 오직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유가공 등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러한 장애물이 극복된다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향후 몽골과의 목축분야 협력과 투자 또는 공공개발원조(ODA) 등 제반 사업을 수행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래 몽골 축산업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할 만한 육류와 유가공제품의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질병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수의 분야, 방역ㆍ검역ㆍ위생시설, 도축 및 보관 설비구축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목축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외국인투자가 일찍 이루어진 캐시미어부문도 생산량의 20% 정도만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투자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1차적 협력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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