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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몽골은 영세중립국이 될 수 있을까?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몽골어과 - 2016/01/27

지난 9월 8일 몽골 국가안보회의는 엘벡도르지(Ts. Elbegdorj) 대통령이 발의한 영세중립화 안건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본 건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의내용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영세중립화의 유용성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전체적으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지만, 영세중립화 선언이 국가장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이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영세중립화가 러시아와 중국의 간섭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고 본다. 즉 몽골의 지리적 위치, 현재의 지정학 조건, 몽골사 전개과정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영세중립국이 되는 것이 민족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영세중립화 정책이 20세기 초기 이래 몽골인들이 줄곧 추구해 온 외교정책의 핵심이자 1990년대 이후 견지해 온 “제3의 이웃정책”1)의 연장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이 현재 몽골정부의 외교정책, 그중에서도 대러시아 및 대중국 정책과 전혀 상충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반대론자들은 물론 이 주장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서방세계 대 중국과 러시아가 블록을 이루고 있는 현재의 복잡한 국제관계 또는 국제관계의 재편과정에서 영세중립화는 몽골의 장래에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그들은 영원한 이웃인 중국과 러시아가 영세중립화 선언을 몽골이 서방측에 기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바다가 없는 몽골에서 이것이 경제에 어떨 영향을 미치겠는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측의 입장은 몽골의 장래와 관련하여 서방과 중ㆍ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의 여론은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현재 몽골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우호적인 나라와 국민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점2)을 고려하면 중립화 안에 대한 지금의 여론은 민족주의에 편승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
국제사회의 반응도 이와 대체로 일치한다.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본건에 대하여 러시아가 불편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9월 하순 러시아 상원의장 마트비옌코(V.I Matvienko)는 자국을 방문한 엥흐볼드(Z. Enkhbold) 몽골 국회의장을 비롯한 몽골 의원단에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얘기하고 있는 중립화 정책을 여러분들 모두 논의하고 합의하여 일반에게 공표한 것입니까? 이것이 어떻게 될지를 여러분들은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참고로 1995년 투르크메니스탄이 영세중립화를 선언했을 때 러시아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어려운 경제 여건 등 당시 러시아의 국내 사정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위상은 1995년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몽골의 영세중립화 안은 러시아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 역시 명시적인 반대를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몽골이 중립국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등 부정적 보도가 여러 매체를 통하여 나오는 것을 보면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제안을 반가워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민감한 몽ㆍ중 관계 때문에 러시아처럼 이를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방국가들은 몽골정부의 입장을 대체로 환영하는 편이다. 지난 11월 18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을 방문한 엘벡도르지 대통령에게 몽골의 영세중립화 제안을 높이 평가하면서 “저는 (몽골의) 영세중립국 지위가 (몽골의) 외교(역량) 강화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지지를 표시했다. 또한,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민주주의 선거지원 국제연구소(IDEA) 설립 20주년 기념행사(9월 15~16일)에 참석한 몽골과 스위스 외무장관은 몽골의 영세중립화 문제에서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사실상 지지를 표명했다. 몽골 주재 미국대사 역시 10월 30일 촐몽(Ts. Tsolmon)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정부는 본 건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으며, 영세중립화 정책이 몽골의 외교정책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전망
9월 초 국가안보회의 이후 몽골정부는 대국민 홍보와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하여 본건을 설명하고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마련한 영세중립화 관련 법안 초안(3장 11조)이 국회에 제출되어 외교안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심의되고 있다. 이처럼 영세중립화 안은 현재 진행 중이고 국내외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에 향후 본 건이 어떻게 귀결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여론의 흐름으로 보아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초안이 국회심의를 통과하고 몽골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이를 순순히  수용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현재처럼 우호적일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몽골 문제는 두 나라 사이에서 언제나 예민한 사안이었다. 이는 곧 양국이 자신들의 통제범위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몽골의 영세중립화 정책을 쉽게 승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몽골 문제에서도 그렇듯 러시아와 중국은 몽골의 영세중립화 선언이 미국 등 서방세계의 음모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본 안의 성사 여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몽골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여 그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두 나라는 본 건에 대하여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이 몽골을 압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러시아는 몽골의 최대수입국이고 중국은 몽골의 최대수출국이다. 두 나라의 허락 없이는 몽골로 들어가는 물류와 몽골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물류는 국경을 한 치도 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일부 논평자들은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일반에게 공표하기 전에 러시아 및 중국과 상의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몽골의 영세중립화가 한ㆍ몽 및 남북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1990년 3월 26일 한국과 몽골의 수교 이후 몽골의 한반도정책은 철저하게 균형외교를 견지해 왔다. 몽골은 1990년대 초기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가 되면 균형외교로 선회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몽골의 영세중립화 선언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몽골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ㆍ몽 관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몽골이 영세중립국이 된다면 동북아지역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우호적인 몽ㆍ북한관계를 활용하여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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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이웃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외교수단으로 지난 25년 동안 견해해 온 몽골 외교정책의 큰 틀의 하나다.
2) 이는 지난 4월 17일 몽골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상트 마랄 재단(Sant Maral San)은 최근 몽골의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http://www.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M15.Apr_.pdf(2015년 11월 24일 방문)

 

 

 

[참고문헌]
http://politics.news.mn/content/221667.shtml, Монгол - Төвийг сахих(검색일 2015. 11. 30)
http://www.ikon.mn/n/k34, Монгол Улс Байнгын төвийг сахих бодлогоо хэрэгжүүлэхийн тулд Швейцарь Улстай хамтран ажиллана(검색일 2015. 11. 30)
http://sonin.mn/news/politics-economy/51220, Төвийг үл сахих нь(검색일 2015. 11. 30)
http://niitlegch.mongolnews.mn/n/enkhtsetseg/80273, Бөөрөнхийлж болдоггүй бөөрөнхий бодлого(검색일 2015. 11. 30)
http://www.gdyfs.com/news/gj/20151017/101H94Z1H015.html, 蒙古国谋求成为永久中立国 或为减少对中俄依赖(검색일 2015. 11. 30)
http://www.2018breaknews.com/sub_read.html?uid=38383,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 프랑스 공식방문(검색일 201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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