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국제유가 100달러 가능한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4/26

OPEC 산유국은 국제유가의 적정가를 70-80달러로 보고 있지만, 금년 4월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이미 8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이후 국제유가는 세계경제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유가인상이 없었고, 금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으로 오히려 유가하락이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국제석유시장에서 유가의 상승세는 서서히 진행돼왔다.


UAE는 4월 21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11% 인상했다. 그리고 휘발유판매가격은 자유화될 것이며 가격은 점차 인상될 것이라 한다. 국제유가가 최근 크게 오르는데도 고정가격제 때문에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석유기업들의 입장에 UAE 정부가 손을 들어준 결과로 보인다. 아무튼 세계 3위 산유국에서 조차 휘발유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는 4월 15일 국제유가 전망보고서에서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전망한 대로 성장하고, 투기자금이 가세하는 상황에서 2008년 여름과 같은 수급불균형 문제가 부각되면 100달러 재돌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까지는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현물보다 선물가격이 낮았지만 최근 들어 유가상승 전망이 우세하면서 현물과 선물 가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가까운 3월까지도 OPEC은 생산목표를 현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석유시장이 균형상태이고 유가도 적정선이며 재고량도 줄어들고 있기에 공식적인 생산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없으며, 세계 석유수요가 늘어날 징후가 없는 만큼 OPEC은 생산상한선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연합뉴스(03/16)에 따르면, OPEC은 2008년 12월 이라크를 제외한 회원국들의 공식 생산목표를 하루 2천484만 배럴로 정했으나 회원국들이 이를 잘 지키지 않아 지난달의 경우 생산량이 하루 2천670만 배럴에 달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2008년 12월 정해진 OPEC 생산목표 준수율이 최근에는 50%로 떨어졌다며 현 상황에 만족한다는 회원국들의 발언 아래에서는 생산량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OPEC의 증산 검토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OPEC은 유가가 90-95달러에 달하면 증산을 검토할 것이라고 하며, 쿠웨이트도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증산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OPEC 각료회담이 10월에 예정돼 있음에도 증산이야기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세계 석유시장에 이상한 기류가 있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OPEC은 1년이상 생산량을 동결해오다가 지난해 중반이후 세계경제의 회생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비공식적으로 증산을 해왔다.


OPEC의 증산문제는 이라크의 OPEC 복귀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현재 이라크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250만 배럴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이라크가 OPEC로 복귀하면 이라크의 생산쿼터만큼 나머지 회원국들은 생산을 감축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라크가 OPEC에 재진입하는 문제는 향후 국제유가는 물론 OPEC의 생산 및 가격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제는 이라크의 원유생산 증대에 달려 있다. 현재 이라크의 석유산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어 원유수요가 증대하면 이라크의 OPEC 진입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라크가 생산능력을 100-150만 배럴 증산하려면 5이내에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배적이며, 7년이내에 하루 1,2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OPE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버금가는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가 향후 OPEC에 복귀하는냐 하는 문제는 석유시장의 최대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다. 이라크 석유산업의 장래는 정치적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석유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지정학적 자원이다. 지금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문제는 언제든지 국제유가를 인상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가장 이슈로 되고 있는 문제는 이란의 핵문제이며, 그 제재조치의 강도에 따라 유가는 움직일 수 있다. 최근 사우디의 대중국 원유수출이 일량 100만배럴을 상회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수출보다 커지고 있다. 물론 사우디의 대중국수출 증가는 UN제재조치를 염두에 둔 미국으로서는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란, 사우디의 대중국 수출증대는 향후 지정학적 배려에서도 미국으로서는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움직임 또한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의 핵문제와 정착촌문제로 부심하게 움직이는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 시리아, 레바논 등의 정치적 변수는 유가를 부추길 가능이 높다. 중동에서의 정치적 변수는 유가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간의 역사에서 많이 보아왔다. 에너지의 중동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는 항상 중동의 정세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유가 100달러 돌파를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세계경기의 흐름과 중동정세의 진행과정을 보면 유가의 변화는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두바이의 디폴트 사태이후 중동에서 별다른 경제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UAE의 휘발류값 인상과 OPEC의 증산문제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갑작스런 정치적 변수가 돌출된다면 다시 고유가의 악몽에 사로잡힐 수 도 있다. 현재의 유가도 결코 저유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