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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의 외국인 노동자고용과 키르기스인 러시아 노동이주

키르기스스탄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3/02/14

< 키르기스인의 러시아 노동이민과 실태 >
 
  중앙아시아의 소국 키르기스스탄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외국으로의 노동이주가 지속되어왔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 특히 러시아로의 노동이주가 급증하였다. 2003-2008년 사이에 나타난 가구 소비의 증가와 빈곤의 감소는 상당 부분이 외국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키르기스인들이 키르기스스탄의 가족들에게 외화를 송금한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러시아는 바로 이러한 키르기스 노동이민자들이 주로 이주하는 나라이다. 여러 관련 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밝혀진 바로는 키르기스스탄 국외로 노동이민을 떠나는 노동자의 80%가 러시아에 있는 직장에 고용되어 있으며, 키르기스탄으로 송금되는 외화의 80%가 러시아의 키르기스인 노동자들이 보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이른바 송금 경제의 특성으로 러시아 경제의 불황이나 호황여부는 직접적으로 이주 키르기스인들의 고용기회 감소 또는 증대, 임금 수준, 이주 키르기스인들의 사회복지에 영향을 주며, 이는 결국 키르기스스탄의 사회경제 상황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키르기스인들의 러시아 이주는 소련시기부터 이어져왔던 현상이었는데, 이 당시는 소련국민 자격으로 러시아공화국에서 일하게 되거나 유학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본격적인 노동이주가 시작된 것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관련된 건축에 키르기스인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부터였다. 아울러 러시아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키르기스인들이 러시아에 남아 고용되기도 했고, 소련 연방정부 기구에 공무원으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었던 키르기스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살면서도 키르기스스탄의 친척들과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였고, 이러한 연계는 키르기스스탄 독립 이후 키르기스인들의 노동이주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의 저임금 노동인력 시장에서 두드러진 증가가 이루어진 집단은 타지크인과 우즈베크인이었는데, 최근에 이는 키르기스인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우즈베크인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여 이른바 자영업 단계로 성장한 경우와 러시아에서 일정기간 노동을 하고 자의나 타의로 우즈베키스탄으로 귀국한 경우로 양분됨에 따라 현재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유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즈베크인은 소수이다. 대신 서비스업과 건설업분야에서 특히 과거 우즈베크와 타지크 저임금 노동자를 대체한 인력은 바로 키르기스인이다. 따라서 러시아 대도시의 저임금노동인력은 사실상 민간 및 공공 영역을 가리지 않고 키르기스인에 의해 채워지는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 노동인력 수요가 계속 증대됨에 따라 키르기스인들은 자국 구직활동의 제한, 러시아어가 국가공식어로 키르기스어와 동등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강력한 자국어 중심정책으로 선회한 여타 중앙아시아 국가 국민들과는 달리 키르기스스탄에는 러시아어에 능숙한 인력이 계속 존재하게 되었고, 러시아와의 관계가 우호적인 관계로 선호되는 친러시아적인 국가 정책이 지속되는 환경에 따라 러시아로의 노동취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 이주 키르기스 노동자의 규모와 현안 >
 
  해외로 노동이주를 하는 키르기스인 가운데 특히 러시아로 가는 집단의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키르기스스탄과 러시아간의 경제, 정치 및 문화적인 연계의 특성으로 인해 명확하게 파악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러 관련 기관이나 연구자들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대략 그 규모는 2012년을 기준으로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1백 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거의 매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는 본 연구자가 체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키르기스인 노동자를 마주치는 것이 그리 빈번하지 않았는데, 최근 2-3년 동안에는 모스크바 시내의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시장이라 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 시급노동자, 건설현장 노동자, 개인영업 택시기사, 동네가게 판매점원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소속되어 각종 잡일을 하는 인력들은 거의 전부가 키르기스인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러시아 연방이민청(FMS)에 의하면 러시아 저임금 노동인력시장에서 키르기스스탄은 5번째로 많은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국가이다. 2009년에는 55만 명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러시아 경제위기가 심화되었던 2008년은 31만8천여 명의 키르기스 노동인력들이 유입되어 실제 노동허가는 절반이 조금 넘는 18만3천여 명에게만 발급되었고, 나머지는 이른바 3개월의 단기체류 기한을 넘겨 불법체류 노동인력의 신분으로 전락되었다. 같은 시기 키르기스스탄 외무부는 최소 29만 명 이상의 키르기스인들이 러시아에서 고용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반면 키르기스스탄 정부부처인 키르기스 노동, 고용 및 이민부(SCME)는 25만여 명에서 35만여 명의 키르기스인 노동력이 러시아 산업시설, 건설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구직을 위해 이주한 집단의 구성원 가운데 사회적 약자 집단은 바로 여성들이다. 이들 거의 대다수는 구직을 위해 러시아로 이주하였는데, 이주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금기시되어왔던 문화 및 종교적인 타부들을 깨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러시아어 구사능력은 러시아의 이민관련 규제 및 권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이들의 상당수는 러시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는 상황에 처해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은 러시아 관계당국과 필요에 의해 접촉하는 것도 꺼려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중앙아시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에서 약자로 만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을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사기, 강도, 육체 및 성적 학대에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는 러시아의 외국인 노동인력 가운데 여성이 30% 정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여성 노동인력들이 공식적인 거주등록을 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관계공무원들 및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 출신 여성 노동 이민자들의 비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출신 여성 노동이민자들의 동향은 2000년대에 노동력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도 비슷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 이주민 노동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한 NGO단체는 이주민 여성이 인신매매 및 노동착취의 직접적인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잠재적인 이민자인 여성을 모집하여 이들을 목적하는 국가로 이동시켜주는 불법 조직들이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및 우즈베키스탄에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들은 애초 인력 모집시 제시된 직업이나 노동환경과는 전혀 다른 상황의 생활환경과 인신매매 등에 노출되고 있다.

< 키르기스인 노동자 지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변화 >

  2011년 12월 친러 성향의 알마즈벡 아탐바예프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러시아-키르기스스탄 관계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키르기스인 노동이민자들은 러시아의 급격한 정책 선회를 경험하였다. 아탐바예프의 취임이후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간에 키르기스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과정을 간소화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키르기스스탄은 이중국적 제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키르기스 국민들의 러시아 국적 취득의 수월은 더욱 많은 키르기스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러시아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제가 70만 명 이상으로 파악되는 외국 체류 키르기스인 노동자들의 전체 GDP의 22%에 달하는 송금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이들 대다수가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정상적 노동조건 하에서는 더 많은 키르기스인의 고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속에서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012년 4월 기자회견을 통해 그가 키르기스인 노동인력의 합법적인 러시아 노동시장 유입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키르기스스탄은 완화된 합법적 절차를 기대하였지만, 러시아 당국은 라브로프의 기자회견과 같이 기존의 합법적인 이민절차와 이를 통해 이미 유입된 노동인력에 대해서만 적극적인 지원과 보호를 할 것을 일관되게 강조하였다. 이러한 흐름에 앞서 2012년 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노동이민 희망자들에게 러시아어, 러시아 역사 및 러시아 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파악해보는 일종의 노동이민 자격시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노동이민 절차 강화 추세의 결과 2012년 10월에는 1996년 이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및 키르기스스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던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절차가 폐지되었다. 기존 3개월 체류이면 가능했던 러시아 국적취득 신청절차가 1년 정도로 늘어났고, 이 기간 동안 러시아 영토를 떠날 수 없도록 변경되었다. 따라서 그간 키르기스스탄과 러시아간의 현안으로 키르기스스탄이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이중시민권 협상도 2012년 3월 러시아 당국에 의해 파기되었다.

  이에 앞서 2013년 초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가 노동자들의 입지와 여건이 개선된 노동시장 창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는 저임금 미숙련 노동인력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러시아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문화와 전통을 모르는 경우 결국 갈등을 유발하고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현재 1천만 명에 달하는 노동이민자들 가운데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획득한 경우는 2백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취업하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러시아어 자격시험 제도를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로 다수 노동인력을 진출시킨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어가 국가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 노동인력 조달시장의 최대 수혜국가로 부상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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