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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키르기스스탄과 한국의 상생협력과 전망

키르기스스탄 백태현 키르기스스탄 인문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2012/11/22

오늘날 중앙아시아 지역은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그러한 지경학적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와 달리 키르기스스탄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위상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다.

아울러 키르기스스탄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 혹은 한국 국민들의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키르기스스탄의 작은 영토는 한반도 정도의 크기이고 천산산맥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악국가, 또는 민족갈등과 정치 이슈 등으로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오늘날 키르기스스탄은 보이지 않는 지정학적 각축장이 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세계 강대국이라고 하는 중국과 미국의 역학관계로 볼 수 있겠는데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다수의 위구르족들을 미국이 계획적으로 자극, 분리 독립의 움직임을 지원하여 향후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방해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지속적으로 서부로의 세력 확장을 위해 키르기스스탄을 반드시 이용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이런 중국의 세력을 제한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을 지원하는 등의 방해 공작을 끊임없이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이 오늘 날 키르기스스탄의 지정학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본다.

그러면 이러한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중앙아시아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아주 작은 산악 국가인가?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의 가치와 더불어 중국의 대륙 진출의 통로이자 미국은 중국의 세력 확장 억제뿐만 아니라 남쪽으로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견제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아직까지 한국은 그러한 키르기스스탄의 위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양국에 필요한 개념은 바로 ‘상생(相生)’이다. 즉 우리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받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먼저 주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의 자본력과 인력, 발전 가능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러한 배경으로 말미암아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국가이자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개개인의 역량을 내세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한국에 비하면 키르기스스탄은 우리가 할 일이 정말 많은 곳이다. 비유를 하자면 ‘1+1’과 같이 양국의 좋은 점을 합쳐 놓으면 그 장점들이 배가되고,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의 자연 문화유산과 한국의 인적 자원을 합치는 사례 등이다. 21세기에는 자국의 시각을 가지고 자국에서의 활동을 가지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보다 넒은 시야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세계의 중심은 더 이상 서구와 미국이 아니다. 바로 아시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라시아 대륙 극동에 위치한 한국과 중앙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의 협력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세계 강대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국가일 것이며 중앙아시아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리라 예상된다. 아무튼 키르기스스탄에는 현재 80여 개 민족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만큼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면의 교류를 할 수 있다.

최근에 키르기스스탄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도 비쉬케크에는 중국 상점들이 다수 상겨났고, 키르기스스탄 내 간선 도로 건설에도 중국계 기업들이 투입되어 확장되고 있다. 이 상태로 10년이고 20년이고 방치한다면 키르기스스탄도 정체성을 잃고 중국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염려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14세기부터 국가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유목생활의 영향으로 그들의 글자가 탄생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완성된 만큼, 키르기스스탄인들의 역사 의식은 강하지 못하다. 중국에 비해서 우리 한국은 아직 적극적인 자세로 키르기스스탄을 바라보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다.

필자는 가끔 키르기스스탄 고위 인사들과 한국을 방문하곤 한다. 그들은 인천공항에 착륙을 앞두고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감탄한다. 산악국가인 자신들의 모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해발 11m의 높이를 보고 놀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천공항의 거대한 규모, 수도권의 서부 상공을 보며 도시의 규모에도 놀라는 것이다. 그러한 반응들을 보이면 필자는 당신들의 키르기스스탄 인구는 ‘5,560만 명’이라고 말한다. 즉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을 합치라는 말이다. 키르기스스탄이 앞으로 발전할 길은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면 키르기스스탄이 과거 영향력을 가장 많이 행사했던 러시아와 손을 잡을까? 하지만 러시아는 독립국가연합의 주인인 듯 아시아 국가들을 무시하고 세계 강대국들의 세력싸움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국가이니 키르기스스탄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이용당하는 입장이 된다. 중국도 세력 확장의 발판으로 키르기스스탄을 이용할 것이고, 그렇다면 나아가 일본은 어떤가? 사실 필자가 키르기스스탄에 계속 살면서 느낀 것은 일본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인들은 일본인들을 상당히 차가운 민족들로 인식하고 있다. 실례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한국학과는 원서 접수일 하루 만에 지원자가 포화상태가 되나 일본학과는 항상 정원미달이다. 이렇게 학생들 사이에서만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매우 우호적이고 다른 국가들의 이미지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좋다. 비단 학생들 뿐만은 아니다. 키르기스스탄 경제부 장관은 이미 한국 경제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그만큼 키르기스스탄에게 한국은 모범적인 모델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관심을 가지고 상호 협력한다면 안될 것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필자의 경험을 얘기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키르기스스탄에서 생활해 오면서 오히려 더 일찍 살았었더라면 하고 후회도 한다. 필자는 1996년도에 키르기스스탄에 입국했는데 그때는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구 소련의 잔재와 함께 학창시절 공부했던 사회주의의 실상을 눈 앞에서 보니 말이다. 처음에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미지의 세계인 그 곳은 감동이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에 관해 잘 아는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한국이 많이 관심을 가진다면 양국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필자는 앞의 절에서 말한 상생의 전략의 쓴다면 최상의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석류 김치’를 특허로 냈다. 한국에서는 단지 젓갈과 소금을 공급 받고 나머지는 키르기스스탄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산물들을 이용하는데 두 가지 요소를 합치면 세계 최고의 김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생활문화의 교류에서부터 양국의 발전을 시작될 수 있다. 이미 키르기스스탄은 자국의 가능성이 한국에게 달려있다고 할 만큼 우리에게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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