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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마나스 공군기지를 둘러 싼 미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줄다리기

키르기스스탄 이유신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2/04/19

지난 2011년 말에 키르기스스탄의 대통령에 당선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Almazebek Atambayev)는 총리 시절부터 수차례에 걸쳐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한 계약이 종료되는 2014년에 미군이 이 기지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여러 관찰자들은 아탐바예프 대통령을 친러시아 인사로 분류했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몇몇 전문가들은 아탐바예프의 공언이 실행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그 이유를 밝힐 것이다. 그런 다음 최근 마나스 공군기지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미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줄다리기를 소개한 후에 이 줄다리기의 결과를 매우 조심스럽게 전망할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아탐바예프의 공언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을 낮게 본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바로 지난 2009년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쿠르만벡 바키예프 (Kurmanbek Bakiyev)는 2009년 8월까지 미군이 마나스 공군기지에서 철수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바키예프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한 배경에는 러시아의 정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는 자국의 ‘뒷마당’이라고 여겼던 키르기스스탄에 미군이 주둔해 있는 사실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해 왔다. 따라서 러시아는 미군을 키르기스스탄에서 몰아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관찰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노력 중에 하나가 바로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재정적 지원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2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이 약속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키예프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요구는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키예프 대통령의 요구 이후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 협상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한 새로운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협정에 따라 미국은 공군기지에 대한 임대료로 매년 1,700만 달러에서 6,000만 달러를 키르기스스탄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마나스 공군기지의 지위는 공군기지 (air base)에서 수송센터 (transit center)로 전환되었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이러한 편법을 활용해 자국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했다.  

필자가 미군이 마나스 공군기지에서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키르기스스탄의 지정학적인 요인이다. 주지하듯이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접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르기스스탄이 자국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에 치우친 외교를 전개하기 보다는 중국 및 미국과 같은 다른 열강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탐바예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공언은 바키예프 대통령이 취했던 행보의 반복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아탐바예프의 미군 철수 공언은 마나스 공군 기지에 대한 임대료를 인상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에 마나스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이 최근에 들어 급격히 낮아졌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은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한 임대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키르기스스탄 당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고 소정의 성과를 달성했다. 일례로 3월 초 미국의 국방부 장관 레온 파네타 (Leon Panetta)는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키르기스스탄 당국과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국무성 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인 로버트 블레이크 (Robert Blake) 또한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아탐바예프 대통령과 마나스 공군지기에 대한 임대를 연장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중부사령부 (US Central Command) 사령관 제임스 매티스 (James Mattis)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이 국가의 국방위원회 서기 (Defense Council Secretary)인 부수르만쿨 타발디예프 (Busurmankul Tabaldiyev)와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논의 이후 타발디예프 서기는 키르기스스탄은 2014년 이후에도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타발디예프는 마나스 공군기지의 운명은 키르기스스탄의 국익, 안보 및 여론을 고려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해 미군이 2014년에 철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마나스 공군기지의 운명은 2009년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다시 말해, 미국이 마나스 공군기지에 대한 임대료를 인상해 주면 키르기스스탄은 이 기지에 대한 임대계약을 연장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키르기스스탄이 미국으로부터 무인정찰기를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미군이 2014년 이후에도 마나스 공군기지에서 주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군 주둔에 대한 키르기스스탄 일부 국민의 저항은 이러한 어려움의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 들어 마나스 공군기지는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기지가 미국의 이란 공격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주지하듯이 미국과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이슈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보도는 나름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 당국은 이 보도를 부인했으나 키르기스스탄의 일부 국민은 여전히 이 보도를 믿고 있는 듯해 보인다. 실제로 얼마 전 비슈케크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가 개최되었다. 따라서 미군이 2014년 이후에도 마나스 공군기지에 주둔하기 위해서는 키르기스스탄 국민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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