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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의 기회와 활용 방안

파키스탄 Karim Khan Associate Professor Pakistan 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PIDE) 2023/12/2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대표적 사업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은 최초 양해각서 체결(2013년) 체결 이후, 온·오프라인상에서 폭넓은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CPEC이 파키스탄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는데, 옹호론 측에서는 CPEC이 시장 접근성, 지역 연결성 및 무역량 증가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주장한다. 특히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의 시장 접근성 강화를 통해 무역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외에 에너지 설비, 수송 네트워크, 경제특구(SEZ, Special Economic Zone) 등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최신 인프라 구축, 투자 및 고용기회 증대, 산업수준 향상과 무역규모 확대, 경제의 전반적 성장 등이 CPEC의 잠재적 순기능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파키스탄 경제가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지속적인 거시경제적 불균형, 경제적 취약성 심화 로 인한 저성장 시나리오에 갇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로 부채부담이 전례 없이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규모가 70% 이상으로 치솟아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재정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CPEC이 파키스탄 경제의 도약을 위한 촉매가 될지, 혹은 부채의 함정에 빠지는 계기가 될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따라서 CPEC의 잠재적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지역간 연계, 시장 접근성 개선, 인프라 수준 향상, 산업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이 CPEC에 수반되는 기회 및 도전과제 모두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본고에서는 파키스탄이 CPEC을 바탕으로 투자를 촉진해 산업발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한다.

파키스탄 내 CPEC 사업 추진현황
초기 계획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30년까지 CPEC을 통해 총 620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를 유치할 예정인데, 이 중 340억 달러(한화 약 44조 원)는 에너지 사업, 140억 달러(한화 약 18조 원)는 과다르(Gwadar)항 개발사업, 나머지 140억 달러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 산업협력·경제특구 개발 및 기타 사회·경제적 개발사업에 들어간다. 중국은 이 계획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파키스탄에 254억 달러(한화 약 33조 원)를 직접 투자하며 파키스탄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CPEC에서 계획한 에너지 부문 사업은 총 21개(발전량 총합: 1만 7,540메가와트(MW))인데, 이 중 14개는 완료(1만 3,125MW), 2개는 진행 단계(1,170MW), 5개는 검토 단계(3,245MW)에 있다. 지금까지 완수된 CPEC 에너지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전력량은 파키스탄 전체 발전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며, CPEC 추진 이후 연간 발전량 증가율도 이전 2.7% 대비 크게 오른 7%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CPEC은 수송 인프라 부문에서 총 24개 사업(총연장 6,000km)을 계획했는데, 이 중 완료된 사업은 6개(1,656km), 진행 중인 사업은 5개(813km), 착공 전 계획 단계인 사업은 8개(2,989km), 장기적 검토 단계인 사업은 5개(500km 이상)이다. 현재 완공된 고속도로의 40%가 CPEC의 일환으로 건설되어 여객·화물 수송역량 증대에 크게 기여했고, 특히 카라치(Karachi)항, 빈카심(Bin Qasim)항, 과다르항 등 주요 항구를 국내 여러 지역과 도로망으로 연결해 파키스탄의 무역 효율성을 증진하였다.

이외에 CPEC은 과다르항 개발을 위한 총 14개 사업을 추진, 이 중 4개(항구 인프라 구축, 경제자유지구 신설 등)는 완료, 6개(신 과다르 국제공항 건설 등)는 건설 단계로 각각 진척시켰으며, 나머지 4개 사업은 착공 전 계획 단계에 있다. 마지막으로 CPEC 산하 27개 사회·경제적 개발사업 중에서는 17개가 완료되었고, 나머지 10개 사업은 계획 단계에 있다. 이처럼 CPEC은 파키스탄 산업화에 필수적인 하드·소프트 인프라 구축모두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산업화와 수출 동향
파키스탄은 역사적 시기에 따라 산업화의 진전과 단절을 모두 경험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원래 1960년대부터 수출진흥책 및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을 도입해 수입배급제, 우대 대출금리, 고환율, 관세·비관세 장벽 차등화 등 다양한 조치를 실시했다. 이 정책으로 60년대 파키스탄의 제조업 성장률은 연 평균 10% 내외를 기록하였고, GDP 중 제조업 비중이 1950년 6.9%에서 1965년에는 11.9%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계급’이라는 조직화된 일종의 이익집단이 탄생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어 1970년대에 파키스탄이 시행한 34개 산업체 국유화 조치는 제조업 성장률 저하에 더해 경제적 비효율성 심화 및 민간부문의 유인책 감소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국내 산업계가 비효율적 사익추구에 집중하는 근시안적 행보를 보이면서 파키스탄의 산업부문은 주력분야와 비주력분야 사이의 간극이 심화되는 문제를 겪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유사한 상황에 있던 국가들과는 달리 산업 생산구조 다변화에 실패하였다.

이러한 제도적 붕괴로 인해 파키스탄의 민간기업들은 성장에 많은 제약을 겪으며 중소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기업 역동성이 저하되고 혁신 및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 결과 발전의 필수요소인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효율적 경쟁 유인책이 부재한 데에 더해, 국가가 경제의 핵심부문에 고도로 개입하고 있는 점도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파키스탄 기업의 70%가 중소기업 수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상황이고, 대기업의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중소기업의 비중이 30% 안팎을 기록한 제조업 부문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더해 파키스탄 기업의 상당수가 비공식 경제부문에서 활동 중이라는 점도 지적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비공식 부문 내 기업활동의 비중은 전체의 약 25~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다수의 기업이 비공식 부문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은 불공정 경쟁, 신용상의 제약, 수익률 감소와 같은 부가적 장벽을 만들어내는 원인이기도 하다. 일례로 세계은행이 시행한 세계기업조사(World Enterprise Survey)에서 파키스탄 기업의 13%가 비공식 부문 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에 공식 등록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은행권에서 정식 대출을 받지 못해 중소기업 이상으로의 성장이 어렵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수출은 정체되어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두 배와 세 배의 무역성장을 경험한 2005~2022년 파키스탄의 글로벌 무역 비중은 0.15%에서 0.12%로 오히려 하락했다. 파키스탄의 수출은 전 세계 하위 10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2000~2020년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평균 12.3%에 머물렀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파키스탄의 수출경쟁력이 하락세에 있는 반면 타국의 경쟁력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인데, 같은 기간 글로벌 수출 총액 중 방글라데시의 비중은 0.06%에서 0.19%로, 인도의 비중은 0.61%에서 1.65%로, 베트남의 비중은 0.14%에서 1.17%로 증가했다.

오늘날 파키스탄 수출 부문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파키스탄은 수출품목 및 목표시장 측면 모두에서 다변화 수준이 떨어진다. 먼저 수출품목 측면에서는 지난 수십년에 걸쳐 면직물, 쌀, 동물 가죽 등 1차 자원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 상대국 측면에서도 쌀 수출량이 많은 중동과 3대 주요 교역국(미국, 유럽,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집계된다. 게다 가 해외에서 파키스탄산 상품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이 유일하다.

역내 인접국이나 경쟁국의 경우 대부분 수출기반을 1차 원자재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파키스탄은 수출품의 부가가치 신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 20년간 국가별 수출액 중 제조업 부문의 비중은 파키스탄에서 16%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역내 경쟁국들의 경우 평균 43%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파키스탄 수출기업들의 규모가 작아 해외 거래처와의 협상력이 제한된다는 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는 점도 파키스탄 수출업계의 취약점이다.

CPEC의 산업발전 진작효과와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
전술했듯 CPEC은 에너지, 도로 네트워크, 과다르항 등 파키스탄의 성공적 산업화에 필수적인 하드·소프트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CPEC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9개의 SEZ는 입주기업에 재정 인센티브, 수출시설 이용권, 산업설비 이용권, 과다르항 면세혜택이라는 다양한 투자 유인책을 제공한다. 이 중 재정 인센티브에는 ▲SEZ 운영·관리·개발이나 입주기업 활용 용도로 수입되는 자본재에 대한 세금·관세 1회 전액 면제 ▲SEZ 운영·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5년간 면세혜택 ▲입주기업 소득에 대한 10년간 면세혜택이 포함되어 SEZ 투자 유치를 장려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며, 과다르항 산업단지에도 유사한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SEZ와 산업설비·수출시설 모두에 전력이나 가스 등 기초서비스가 제공되고, 파키스탄 정부 산하 투자위원회(BOI, Board of Investment)가 각 지구에서 무역사무 원스톱센터와 물류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외에 SEZ 개발과 입주기업 관리에 투명한 절차와 효율적인 규제를 적용할 것, 보안설비나 효율적 분쟁해소 수단을 제공할 것, 그리고 각종 유인책의 장기적 지속성을 보장할 것을 공약했다.

상기한 인프라의 구비는 모두 파키스탄의 산업발전 기반 마련에 도움을 주는 요소이지만, 파키스탄이 CPEC과 SEZ 의 잠재적 혜택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구조적 개혁을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파키스탄이 CPEC을 바탕으로 성공적 산업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첫 번째로, 충분한 시장 지식을 갖추고 주체 별 동기 부여에 관여할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시장 지식의 경우 현장 기업이 중앙정부 관료보다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SEZ 입주기업에 관한 중요 결정권을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책결정자들의 동기와 CPEC 및 SEZ에서 추구하는 동기가 불일치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성공적인 산업화라는 단일화된 목표를 추구하도록 조율할 권한과 역량을 갖춘 상위 조직의 설립이 시급하다. 

둘째, 파키스탄에 현존하는 산업계 이익집단들의 배타적 사익추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이나 생산성에 역점을 둔 인센티브를 신설해야 한다. 셋째, 일자리 창출은 물론 노동자의 역량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SEZ가 수출실적 향상과 수출액 성장에 순효과를 낼 수 있도록 수출품목과 교역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타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파키스탄 수출기업의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에 관해서는 국내 정세 안정, 에너지 가격 합리화, 인센티브제 도입,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규제환경 조성 등을 주요 조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섯째, 국내 기업들 간의 제한된 경쟁은 민간부문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소비자 복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외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고 합작벤처를 장려하는 등의 조치를 바탕으로 기술적 발전과 기업 규모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질 관세부담이 경쟁국보다 높아 결과적으로 수출을 제약하는 기존의 관세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높은 관세율은 불필요한 수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원자재 수입비용을 늘려 수출실적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다양한 생산단계에서 점차 더욱 큰 중요성을 지니게 되면서 각국에서 수입 원자재로 만들어진 수출품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현재 파키스탄이 수입하는 물품 중 20~30% 정도가 생산 용도로 쓰인다는 점에서 기존 관세구조 개혁의 당위성은 분명하다. 

결론
이상과 같이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구상의 대표적 사업인 CPEC을 바탕으로 파키스탄이 도모할 수 있는 산업발전의 경로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CPEC이 에너지 설비, 수송 네트워크, SEZ, 과다르항 등 파키스탄의 성공적 산업화에 필수적인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이러한 혜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출기업이 필요로 하는 설비와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설명한 다양한 개혁은 CPEC이 앞으로 성공적 산업화라는 파키스탄의 목표 달성에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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