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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유라시아 국가들 국경 구획 및 평화 협상에 난항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EMERiCs - - 2022/11/30




유라시아 헌병 역할하던 러시아 영향력 약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여력 없는 러시아, 유라시아 권역에서 러시아 영향력 감소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서 국제 안보 전문가인 네일 멜빈(Neil Melvin)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역내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넬빈은 9월 30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 연설을 보고 러시아가 민족주의, 팽창주의에 가득 찼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 멜빈은 탈소비에트 공간에서 러시아의 안보 역할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현재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으며, 제한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고 멜빈은 평가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30년간 탈소비에트 지역에서 역내 안보 유지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멜빈은 러시아가 지역 내에서 경찰과 같은 역할을 자임해왔으며, 폭력과 갈등을 감시하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를 설립함으로써 안보 관계를 관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서도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해 헌병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러시아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에서 병력을 철수함으로써 지역 내 영향력이 위축되었다. 지난 9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국경 지역에서 충돌하였을 때도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영향력과 정당성 잃은 러시아 대신 유라시아 중재자로 부상하는 EU
유라시아 내 갈등이 고조되고, 역내 안보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축소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역할이 주목받게 되었다. 유럽은 냉전 붕괴 이후 유럽을 넘어 유럽과 유라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 안보 기구를 출범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과 러시아, 유라시아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s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는 ‘캐나다 벤쿠버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등을 조정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기구로, 과거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갈등에도 개입하여 지역 평화를 구축하고자 했다.

유라시아 정치 정문가인 타라스 쿠지오(Taraz Kuzio)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라시아 뿐만 아니라 중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 사이에서도 강대국이자 군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실추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쿠지오는 러시아의 군사적 약화가 지역과 국제 정책을 수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쿠지오는 EU가 러시아의 공백을 채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군간 교전이 발생한 상황에서 쿠지오는 평화 협상 중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EU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국경 합의 교착 상태
중재자 역할 두고 신경전 벌이는 EU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직접 개입에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국경 합의 교착 상태…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지난 2020년 전쟁에 대한 선공 처음으로 인정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 경고
지난 10월 31일 푸틴 대통령은 니콜 파시니안(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러시아 소치(Sochi)로 초청하여 3자 정상회담을 주재하였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한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파시니안 총리,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매우 유용하였으나, 주요 논점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공개적으로 논의하기에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첨언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회담 이후 양자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며, 상호 주권과 영토적 온전성을 인정한다는 점에 기반하여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한편 지난 11월 8일 알리예프 대통령은 수복한 카라바흐 지역 내 주요 도시인 슈샤(Shusha)를 방문하여 지난 2020년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먼저 공격했다고 인정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슈샤에서 한 연설 중 아제르바이잔이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약 누군가를 두려워했다면, 제2차 카라바흐 전쟁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지난 2020년 전쟁을 먼저 개전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아제르바이잔은 자국이 선공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간 갈등 중재 노력 위해 적극 개입하는 EU와 이에 반발하는 러시아... 양측의 힘겨루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갈등의 중재자로 자임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이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EU가 중재에 나서 4월 협상을 이끌어냈다. EU 산하 유럽아시아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Asian Studies) 소속 연구원인 루차 우르치우올로(Luca Urciuolo)는 이번 주변국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갈등 중재 노력이 EU의 입지는 커져가는 반면 러시아의 역할은 명확히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예레반 국립어학대의 조교수인 미카엘 졸리안(Mikael Zolyan)은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지난 10월 초 체코 프라하(Prague)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uropean Political Community) 정상회담에서 9월 교전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정상을 초청하여 최초로 회담하게 한 것을 보고 유럽이 최대한 중재하려는 노력을 발휘했다고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간 국경 분쟁 우선 일단락
갈등 촉발 요소는 여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 지역에서 비밀리에 군사 행동 계획한다며 양측 서로 비난… 양국 대표 회담 통해 3일 만에 갈등 우선 일단락 
지난 2021년 4월부터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 국경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양국 간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2022년에도 이어졌다.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양국 정부, 국경수비대는 병력 철수와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이러한 합의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지난 10월에도 양국 안보국은 성명을 통해 상대방 측이 국경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비난했다. 10월 19일 타지키스탄 안보국은 키르기스스탄이 국경 지역에 군사 장비를 배치하는 한편 국경을 따라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타지키스탄 안보국은 키르기스스탄 측이 무인 드론을 활용하여 반복적으로 타지키스탄의 영공을 침범하였다고 지적했다. 키르기스스탄 안보국도 성명을 발표하여 타지키스탄 측의 비난에 반박했다. 키르기스스탄 안보국은 타지키스탄 국경수비대가 국경 인근 주민들을 자극하여 불법 행동을 유발하는 왜곡 정보를 유포 중이라며 타지키스탄 측을 힐난했다.

그로부터 3일 후에 10월 22일 양국 국경수비대는 국경 지역이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담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 성명은 울라르베크 샤르셰에프(Ularbek Sharsheev) 키르기스스탄 국경수비대장과 라자발리 라흐모날리(Rajabali Rahmonali) 타지키스탄 국경수비대장 간 회담 이후 발표되었다. 양국 국경수비대장은 국경 상황의 긴장 완화, 국경수비대 행동 방침의 엄수를 위한 시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또한 양국 국경수비대장은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선린 관계에 대한 확고한 기여와 영토적 온전성과 국경의 불가침성을 재확인하였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의 약 60%만 확정, 부족한 수자원과 토지 자원에 대한 경쟁으로 갈등 악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984km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소련 붕괴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양국 간 국경 교역은 현재까지 60%만 마무리된 상황이다. 양국 간 국경 구획 문제가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국경을 따라 토지 소유, 수자원 활용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 내 위치한 타지키스탄의 경외지인 보루흐(Vorukh) 인근에서 토지 소유, 수자원 문제는 특히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4월 말 시작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수비대 간 교전도 수자원 활용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양국 간 국경 합의는 마무리 단계, 시민들 반발로 긴장 수위는 높아져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당국, 키르기스스탄 서쪽과 우즈베크 동쪽 접경 지역 국경 협정 비준, 켐피르-아바드 저수지는 공동 관리하기로
지난 11월 3일 제엔베크 쿨루바에프(Jeenbek Kulubaev) 키르기스스탄 외교부 장관과 블라디미르 노로프(Vladimir Norov) 우즈베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국경 구획 합의에 서명했다. 지난 9월 말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우즈베키스탄 정부 간 국경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서 키르기스스탄 측이 우즈베키스탄에 조금의 땅도 양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영토를 이양받았다며, 이번 합의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11월 17일 키르기스스탄 의원들은 출석한 83명의 의원 중 압도적 다수인 64명의 찬성으로 정부의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경 합의안을 비준하였다. 

양국 외교부 장관이 서명한 국경 구획 합의서에는 켐피르-아바드(Kempir-Abad) 저수지를 공동 관리하는 내용도 담겼다. 1983년 양국 국경이 위치한 페르가나 계곡(Ferghana Valley)에 위치한 켐피르-아바드 저수지는 총 4,485헥타르 규모로 국경 지역의 주요 급수원이다. 

중요한 수자원인 켐피르-아바드 저수지 소유권 이전 결정에 키르기스스탄 시민들 격렬히 반발,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관련 활동가 및 정치인 구속하며 강력 대응
자파로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경 합의를 발표한 이후 키르기스스탄 야권과 전 장관, 사회운동가들은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접경 지역에 위치한 켐피르-아바드 저수지를 우즈베키스탄에 넘긴다는 내용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저수지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켐피르-아바드 저수지 이양에 반발한 사람들은 켐피르-아바드 방어위원회를 조직하여 정부 비판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이번 시위 참가자들을 강력하게 탄압하였으며, 아짐벡 베크나자로프(Azimbek Beknazarov) 전 주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대사, 아시아 사시크바에바(Asia Sasykbaeva) 전 의원, 유명 정치가인 카나트 이사에프(Kanat Isaev), 제니스 몰도크마토프(Jenis Moldokmatov), 인권 운동가인 리타 카라사르토바(Rita Karasartova) 등이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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