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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밀과 쌀 수출 규제 조치 배경과 식량 안보

인도 김신주 한국외국어대학교 - 2022/11/09

밀과 쌀의 수확량 감소와 수출 제한 조치 시행
인도 정부는 2022년 5월 14일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어 인도 정부는 9월에는 쌀에 대한 수출 금지와 제한 조치를 시행하였는데, 싸라기(broken rice)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찐 쌀(parboiled rice)과 비(非)바스마띠(non-basmati) 쌀을 제외한 모든 쌀 수출에 20% 관세를 부과하였다. 인도 정부의 밀 수출 금지는 폭염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에 대응하고 인도 시장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가 밀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기 직전인 4월 소매 물가 지수는 식품 및 연료 가격의 상승으로 전년 대비 7.79%의 상승을 기록하였다. 인도의 2022년 4월 소매 물가 지수 상승률은 8년 만의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2022년 인도에서는 밀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몬순(Monsoon) 기간의 강우량 부족으로 쌀 수확량 또한 감소하였다. 인도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대표적인 쌀 곡창 지역 –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 비하르(Bihar), 자르칸드(Jharkhand), 간제틱 웨스트 벵갈(Gangetic West Bengal) 등 - 에서의 카리프(Karif) 수확 시기(6월 1일~9월 14일)의 강우량은 평균보다 20~59% 낮았다1). 이로 인해 인도의 쌀 수확량은 전년 대비 5.6% 줄어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옥수수 가격이 높아지면서 인도 내 동물 사료 제조에 옥수수 대신 싸라기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쌀 수확량의 부족으로 공급은 줄어든 반면 쌀 수요는 증가하게 되면서 인도 내 쌀 가격 또한 높아졌다. 2022년 7월 인도 쌀 소매 가격은 전년 대비 약 9.3% 오른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2022년 쌀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3.6% 증가하였다. 즉, 인도 정부의 밀과 쌀의 수출 제한 조치 시행은 기본적으로는 밀과 쌀의 수확량 감소로 인한 국내 물가안정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무상 식량 지급 정책(PMGKAY): 또 다른 수출 제한 조치의 배경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인도 정부가 5월에 밀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인도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밀 수출 금지에 이어 쌀 수출 규제 조치 시행에 관한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밀 수출 금지 조치 발표 이후 바로 쌀 수출 규제 조치 시행에 관한 전망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무상 식량 지급 정책인 식량안보계획(PMGKAY, Pradhan Mantri Garib Kalyan Anna Yojana; Prime Minister's Food Security Scheme for the Poor)이 있다.

PMGKAY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시행한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 식량 지급 정책이다. PMGKAY 시행으로 8억 명에 달하는 저소득 인도인들은 국가 식량 보안 법령(NFSA, National Food Security Act)에 따라 매달 5Kg의 밀과 쌀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PMGKAY는 초기에는 2020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길어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지방 정부들의 요청이 계속되면서 여러 차례 연장 시행되고 있다. 2022년 9월에도 인도 정부는 앞으로 곧 있을 지방 선거와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PMGKAY를 12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2)

2022년 5월 밀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쌀 수출 제한 조치 전망이 나오게 된 것 또한. PMGKAY에서 밀과 쌀은 주요 무상 지급 식량으로서 대체재의 성격을 지닌 곡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족한 밀의 보급량을 쌀로 충당할 수 있으며, 부족한 쌀의 보급량은 밀로 충당할 수 있다. 2022년 8월 1일 인도 정부는 26.65헥타르의 밀을 비축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4년만의 최저 비축량이었다. 반면 인도 정부의 쌀 비축량은 8월 1일 기준 40.99헥타르로 전년 동기 쌀 비축량인 44.46헥타르보다 소폭 줄었다. 쌀 비축량은 밀 비축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PMGKAY 시행으로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식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밀 비축량을 충당할 수 있는 쌀 비축량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도 정부의 밀 수출 금지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쌀 수출 규제 조치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인도의 밀과 쌀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국제 시장의 반응
인도에서 5월에 밀 수출 금지 조치가 발표되었을 때, 인도 상무부 장관인 피유시 고얄(Piyush Goyal)은 "인도산 밀이 국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는 국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인도의 입장과는 다르게 국제 사회는 인도의 밀 수출 금지와 관련하여 국제 사회의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 인도의 밀 생산량은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생산된 밀의 대부분은 인도 내에서 소비되며, 인도산 밀이 국제 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가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고얄 장관의 발표는 일리 있게 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가 인도 정부의 밀 수출 금지 조치에 우려를 표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에너지 및 식량 조달 부족 현상에 관련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칼로리의 12%를 담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이 국제 시장에서 주요 식량 공급 국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상반기 국제 밀 가격은 53% 상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의 밀과 쌀의 수출 규제 조치는 국제 식량 공급을 줄어들게 하여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 즉, 전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식량 공급의 상황에서(1%의 비중이라 하더라도)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는 국제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발표 직후,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밀 가격은 6% 가까이 상승하기도 하였다.

<그림 1>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밀 가격 추이
* 자료: International Grains Council, https://www.bbc.com/news/world-asia-india-61590756에서 재인용


한편, 인도는 전 세계 쌀 수출의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다. 2021년 인도의 쌀 수출량은 2,150만 톤으로 인도 다음으로 쌀 수출을 많이 하는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미국의 쌀 수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농무부(USDA, Unites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국제 시장에서 거래된 싸라기의 절반 이상이 인도산이었다. 2022년 4~8월까지 인도 전체 쌀 수출에서 싸라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8%로 나타났다3). 인도 싸라기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는 중국, 세네갈, 베트남, 지부티, 인도네시아가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요 식량으로 인도산 싸라기를 수입하며, 중국은 주로 동물 사료용으로 인도산 싸라기를 수입하고 국수 제조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인도가 2022년 9월 9일 싸라기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국제 시장에서 싸라기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는데,  규제 이전 톤 당 379~387달러였던 싸라기 가격은 규제 직후에는 톤 당 385~392 달러로 상승하였다4)

또한, 인도의 이번 쌀 수출 제한 조치는 쌀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인도산 쌀 수입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필리핀은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쌀이 25%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식품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쌀이 1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과 태국 등 쌀을 수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인도의 쌀 수출 제한 조치 발표 이후, 이 국가들은 쌀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신규 계약을 서두르지 않기도 하였다. 

식량 안보를 위한 보호주의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사회는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의 붕괴 우려에 수출보다 자국의 식량 소비를 우선 고려하는 식량 안보를 위한 보호주의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이번 인도 정부의 밀 수출 금지 조치와 쌀 수출 제한 조치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부터 인도 내 식량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인도 정부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이상기후로 줄어든 인도 시장의 밀과 쌀의 생산량을 고려해 수출을 규제하여 인도 내 식량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식량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자 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는 밀 수출 금지 조치 발표 이후, 같은 달에 설탕 수출 제한 조치도 발표하였다. 수출 제한 조치 발표에서 인도 정부는 2022년 설탕 수출을 1,000만 톤으로 제한하고 6~10월까지 설탕 수출은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인도 정부는 설탕 수출 제한 조치의 목적을 ‘인도 내 설탕 가격 인상을 막고 설탕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즉, 인도 정부의 식량 수출 관련 규제와 제한 조치들은 모두 인도 내 식량 안보를 위한 보호주의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인도정부의 기조는 쉽게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 각주
1) https://www.thehindu.com/business/agri-business/explained-the-ban-on-the-export-of-broken-rice/article65906053.ece
2) PMGKAY 시행으로 인도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인도 재무부에서는 PMGKAY의 연장 시행을 우려하기도 하였다. 2022년 9월까지 시행된 PMGKAY에는 약 60조 7,000억 원(3조 4,500억 Rs)가 투입되었다. 향후 2022년 12월까지의 PMGKAY 시행에는 약 7조 9,000억 원(4,476억 Rs)의 비용과 1,220만 톤의 곡물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 https://www.thehindu.com/business/agri-business/explained-the-ban-on-the-export-of-broken-rice/article65906053.ece
4) https://www.wsj.com/articles/indias-rice-export-ban-will-further-strain-global-food-supplies-1166272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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