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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재정적자 압박에 연료 보조금 삭감할까 유지할까…고민 깊은 아프리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EMERiCs - - 2022/10/31




아프리카, 끝나지 않는 보조금 논쟁

아프리카 보조금 논쟁, 재정 악화시킨다는 의견과 빈곤층에 필수 안전망이라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갈려
아프리카 국가에서 보조금, 특히 휘발유 등 연료에 제공되는 보조금이 재정 문제와 관련하여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물가 상승 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보조금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보조금이 국민 생활고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각국 재정에 부담만을 줄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연료비를 잡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증액해도 국제 유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연료비도 안정화되지 못하면서 재정만 축내게 된다는 것이 보조금 반대측의 주장이다. 또한 전체 예산 지출 규모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곧 보건, 의료, 인프라 개발 등 장기적 경제 성장에 필요한 투자는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보조금 정책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연료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은 정부가 쉽게 보조금을 철폐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 예로 앙골라에서는 집권 여당인 앙골라 인민해방운동(MPLA, People's Movement for the Liberation of Angola)이 식량과 연료 가격 인상에 분노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보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가 인상으로 재정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산유국 앙골라와 달리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보조금을 지급할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황이며, 특히 보조금에 부정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막대한 휘발유 보조금으로 나이지리아 국가 개발 예산 부족
 
보건, 교육, 국방 분야보다 휘발유 보조금에 쏟아부은 예산이 더 커
나이지리아는 막대한 보조금이 어떻게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나이지리아 정부가 휘발유 보조금이 쓴 금액은 총 3조 9,200억 나이라(한화 약 12조 8,362억 원)에 달한다. 위 기간의 보조금 예산을 살펴보면 보조금 지출액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보건, 교육, 국방 예산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된다.

2020년도 4,500억 나이라(한화 약 1조 4,735억 원)였던 휘발유 보조금 지출액은 2021년 1조 4,300억 나이라(한화 약 4조 6,826억 원)로 급등한 뒤 2022년 상반기에만 2조 400억 나이라(한화 약 6조 6,800억 원)까지 치솟았다. 반면에 2020년 1조 9,222억 나이라(한화 약 6조 2,943억 원)였던 보건, 교육, 국방 예산 총액은 2022년 상반기에는 2조 8,100억 나이라(한화 약 9조 2,014억 원)로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보건, 교육, 국방 예산 증가 속도보다 휘발유 보조금 예산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유가 인상으로 휘발유 보조금 지출액이 커질수록 문맹 퇴치와 숙련 노동자 양성, 보건 상황 개선, 만성적인 치안 불안과 극단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에 대한 대응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해지는 상황이며,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나이지리아의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이지리아 대통령, 2023년도 나이지리아 재정 적자 GDP의 약 4.8%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언급 
막대한 휘발유 보조금은 나이지리아 재정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4월 나이지리아 의회가 통과시킨 2022년도 수정 예산안에서 휘발유 보조금은 기존 예산안보다 4,430억 나이라(한화 약 1조 4,230억 원) 늘어나 4조 나이라(한화 약 13조 1,584억 원)에 달한다. 휘발유 보조금을 포함한 지출 증가로 인해 재정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2%인 6조 3,846억 나이라(한화 약 20조 8,983억 원)에서 GDP대비 3.99%인 7조 3,500억 나이라(한화 약 24조 583억 원)로 늘어났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국내외에서 돈을 빌려 예산 적자를 메꾸고 있다. 그 결과 나이지리아의 부채 규모는 2011년 6조 1,700억 나이라(한화 약 20조 1,958억 원)에서 2021년 33조 1,100억 나이라(한화 약 108조 3,770억 원)로 436% 증가했으며, 재정 수입보다 부채 상환액이 더 커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볼라 티누부(Bola Tinubu) 나이지리아 대통령 후보는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예산을 농업 지원, 사회복지 확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미 지난 8월에는 자이납 아흐마드(Zainab Ahmed) 나이지리아 재정예산기획부 장관은 휘발유 보조금이 현행과 같이 유지되면 GDP 대비 재정 적자 규모는 5.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휘발유 보조금에 따른 재정 부담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아베베 아엠로 셀라시에(Abebe Aemro Selassie) 국제통화기금(IMF) 아프리카국 국장 또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휘발유 보조금 삭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휘발유 보조금 대신에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복지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10월 7일 무함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023년도 GDP 대비 재정 적자 규모가 4.8%에 다다를 것이라고 언급하고 2023년 6월부터 휘발유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10월 19일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휘발유 보조금을 1월부터 5월까지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3조 3,600억 나이라(한화 약 10조 9,980억 원)에 달하는 휘발유 보조금 규모는 10조 7,800억 나이라(한화 약 35조 2,855억 원)에 달하는 2023년도 재정 적자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휘발유 보조금 부담으로 유가 인상에도 재정 상황 개선되지 않아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고유가가 재정 상황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유 생산 인프라 확충이 늦어지고 신규 유전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 부족으로 인해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나이지리아에 할당한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량은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2022년 8월에는 1990년 이후 최저치인 100만 배럴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정유 능력은 매우 낮은 나이지리아는 휘발유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가 인상에 따른 휘발유 가격 인상은 곧 낮은 휘발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금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2020년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는 원유 수출액의 4%를 휘발유 보조금 지급을 위해 중앙정부에 제공했으나, 이 비율은 2021년에는 45%, 2022년에는 83%까지 증가했다. 원유를 판 돈을 휘발유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쓰는 나이지리아는 고유가라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케냐 휘발유 보조금 폐지 결정, 생활비 상승 불가피

막대한 공공 부채로 보조금 부담 어려워진 케냐, 결국 휘발유 보조금 폐지 결정
막대한 공공 부채에 짓눌린 케냐에서도 휘발유 보조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3년 약 120억 달러(한화 약 17조 2,560억 원)였던 케냐의 공공 부채 규모는 2022년 GDP의 약 68%에 달하는 720억 달러(한화 약 103조 5,360억 원)까지 늘어났고 2022년 내에 GDP의 70%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냐는  이미 세입의 57%를 부채 상환에 투입하는 상황이지만, 지난 6월 케냐 의회는 공공 부채 한도를 약 776억 달러(한화 약 111조 5,888억 원)에서 862억 달러(한화 약 123조 9,556억 원)로 상향하여 정부가 추가 부채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재정 악화에 따라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신임 케냐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열린 취임식에서 2020년 이후 정부가 휘발유 보조금으로 지출한 금액이 약 1,440억 실링(한화 약 1조 7,174억)에 달한다고 언급하며,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가하는 휘발유 보조금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을 받는 휘발유를 비싼 가격으로 되팔기 위해 암시장으로 빼돌리는 등의 불법 행위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토 대통령은 시장 왜곡을 야기하면서도 효과는 미미한 단기적 보조금 지급 대신 구조 개혁을 통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IMF 역시 케냐가 현재 추세로 계속해서 채무에 의존한다면 향후 심각한 부채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23억 4,000만 달러(한화 약 3조 3,649억 원) 규모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조건 중 하나로 연료 보조금 폐지를 제시했다. 결국 휘발유 보조금은 루토 대통령이 보조금 폐지를 언급한지 하루만인 9월 14일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휘발유 보조금 폐지로 연료 가격 사상 최고치, 취임 직후 휘발유 보조금 폐지 단행한 신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커
보조금 페지의 효과는 바로 연료비 상승으로 나타났다. 9월 14일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보조금이 폐지되기 전에 연료를 사려는 사람들로 주유소 앞에 긴 줄이 나타났으며 9월 15일 케냐 당국은 휘발유, 경유, 등유 가격을 각각 12.7%, 17.8%, 16.4% 인상했다. 전기세 또한 15.7% 인상되었다. 보조금 폐지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지만, 이처럼 갑작스러운 변화가 보조금 폐지에 따른 물가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민들 사이에서 루토 대통령에 대한 여론 악화와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루토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국민들에게 휘발유 보조금 폐지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었어야 한다는 것이 비판 측의 분석이다. 휘발유와 전력 요금 인상으로 촉발되는 기업의 생산비 증가와 물가 인상이 경제 전반에 침체를 가져오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방해해 이미 35%에 달하는 청년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조금 삭감 정책에 따라 연료비 상승하는
에티오피아와 튀니지

에티오피아 정부, 재정적자 압박에 9월 29일부터 연료 보조금 삭감해 연료 가격 20% 올리겠다고 발표
2022/23 회계연도 에티오피아의 재정 적자 규모는 GDP의 3.4%인 2,314억 비르(한화 약 6조 3,17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도 재정 적자인 GDP의 2.7%보다 증가한 것이다. 재정 적자는 늘어나는 반면 외환보유고는 감소하고 있다. 2021년 말 에티오피아의 외환보유고는 1.5개월치 수입대금만을 결제할 수 있는 16억 달러(한화 약 2조 3,008억 원)까지 감소했다. IMF는 2022년에는 외환보유고가 한달치 수입대금도 결제할 수 없을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응해 10월 15일 에티오피아 정부는 수입과 외화 인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처럼 재정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에티오피아는 단 3개월만에 휘발유 보조금에만 250억 비르(한화 약 6,824억 원)를 지출했다. 결국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9월에 두번째 휘발유 보조금 삭감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보조금은 정가 대비 75%에서 50%로, 경유와 등유 보조금은 75%에서 66.7%로 삭감되었고, 휘발유 가격은 22%, 경유 가격은 20%가 올랐다. 앞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7월에도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했으며 이 때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0~40% 상승했다.

튀니지 정부, IMF 구제금융 조건 이행 위해 보조금 삭감…연료 가격 인상
2022년도 튀니지의 재정 적자 규모는 GDP의 약 10%에 달하며 GDP의 82.6%에 해당하는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7조 5,200억 원)에 달하는 공공 부채를 안고 있다. 재정난 속 튀니지는 IMF에서 약 19억 달러(한화 약 2조 7,322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협상을 시작했고 10월 15일 실무진간 합의에 도달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IMF는 튀니지에도 구제금융 조건으로 50억 디나르(한화 약 2조 2,034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튀니지 정부는 가스와 휘발유 등 연료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2021년 29억 디나르(한화 약 1조 2,779억 원)였던 튀니지의 에너지 부문 적자 규모는 2022년 1~8월 기준으로 60억 디나르(한화 약 2조 6,440억 원)까지 크게 올랐으며, 정부의 연료 보조금 부담 또한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나일라 누이라(Naila Nouira) 튀니지 에너지부 장관은 보조금 삭감에 따라 2023년부터 가정용 가스 가격이 인상될 것이며, 가정용 휘발유 가격 또한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에는 조리용 가스 가격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14% 인상하고 휘발유 가격 또한 3% 인상했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올해 들어서만 네번째다.

경유 가격 압박 심화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의 휘발유 보조금 정책, 빈곤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 나와
남아공에서도 휘발유 보조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2022년 7월 기준 남아공의 휘발유 가격은 1월보다 36.4% 올랐고, 이에 정부는 4월부터 7월까지 네 차례 연속으로 유류세를 인하하여 휘발유 가격 잡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남아공 정부는 총 60억 랜드(한화 약 4,762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빈곤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재원 조달을 위해 정부가 증세하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류층이나 중산층보다 빈곤층이 증세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휘발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가 복지 등 다른 부문의 예산을 감축하고 연료비 보조금에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부족하고 역효과만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유 가격 상승세, 11월에도 경유 가격 압박 클 것으로 전망
8월 남아공 정부가 연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가격을 11% 인상했다. 이어 남아공 정부는 10월에도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는 대신 경유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유럽에서 경유 수요가 늘어나고, 달러화 대비 랜드화 가치 약세가 이어지면서 경유 가격 압박은 11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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