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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의 급속한 도시화가 초래한 에너지 안보 문제

파키스탄 Dr. Tahir Mahmood State Bank of Pakistan/ Karakoram International University A.G. N. Kazi Memorial Chair/ Professor 2022/09/30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현재 파키스탄이 겪고 있는 에너지 불안 문제의 근원에는 경제, 사회, 환경, 인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요인이 산재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계획적이고 폭발적인 도시화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했다. 먼저 개념적 차원에서 에너지 안보는 미래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데 충분한 수준의 에너지 공급량을 확보한 정도를 의미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가격의 에너지가 안정적이고 적절한 방식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Belicki, 2002), 그리고 에너지 공급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도시화란 원활한 주거, 상업, 산업, 교통 여건을 찾는 인구가 도시 지역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일컫는데, 데트와일러(Detwyler)와 마커스(Marcus)의 1972년 연구에서는 이를 도시 자체의 자연적인 인구 증가 및 농촌 지역으로부터의 이주로 인해 도시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상기 맥락 아래 본고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전력 생산량과 소비량 사이의 격차로 정량화해 측정하고, 도시화는 도시 인구밀도와 도시 인구 증가율을 바탕으로 개념화해 파키스탄의 에너지 불안(Energy Insecurity)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파키스탄의 급속한 도시화 추이 
2017년도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도시 거주 인구는 전체 인구 중 35%를 상회하는 약 7,570만 명이고, 도시 외연의 확장으로 인해 이전까지 농촌으로 분류되었던 지역 다수가 도시 권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2021년에 최종 확정된 2017년도 인구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1998년부터 해당 연도까지 파키스탄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2.40%였지만, 도시 및 농촌 지역의 인구 증가율은 각각 3.01%와 2.07%를 기록해 상당한 수준의 도-농 격차를 나타낸다. <표 1>은 1981년부터 4차례의 인구조사를 통해 파악된 파키스탄 주요 대도시의 인구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표 1> 파키스탄 대도시 인구 변화 추이 단위: 100만 명
* 자료: 파키스탄 통계청(Pakistan Bureau of Statistics) 


도시화와 에너지 안보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일어나는 도시화는 정부의 지도 없이 무계획적으로, 그리고 급속히 진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경제적 외부효과를 초래하며, 그 사례로는 저성장의 덫, 실업률 상승, 환경오염 및 에너지 위기 등 경제와 환경 분야의 악영향을 들 수 있다. 현재 파키스탄 도시 거주 인구에는 적절한 수준의 위생 인프라, 전력, 물, 에너지 등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고(Drakakis-Smith, 2000), 도시 인구 폭증으로 기존의 에너지 체계와 에너지 안보에도 크나큰 부담이 야기되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에너지 수요 급증 이외에 파키스탄의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은 전력 생산과 분배 과정을 책임지는 효율적 에너지 인프라의 부족이다. 파키스탄은 지난 수십 년간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경제적 외연 확장이 전력발전 용량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데다가, 인프라의 낙후로 전력 분배 및 송전 과정에서의 손실이 계속되면서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파키스탄 국민의 원활한 생활에 필요한 전력은 1일당 1만 5,000~2만 메가와트(MW) 정도이나,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전력은 1만 1,500MW 수준에 지나지 않아 날마다 발생하는 4,000~9,000MW 정도의 전력 부족분을 계획 단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림 1>은 파키스탄의 인구밀도와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음(-)의 상관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 파키스탄의 인구밀도와 1인당 전력 소비 간 상관관계
* 자료: 세계개발지표(WDI,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기반 저자 계산


발전용 에너지원 현황과 문제
오늘날 파키스탄의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발전량 비중은 <그림 2>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주요 발전용 에너지원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력 등으로, 이 중에서 석유, 석탄과 천연가스는 도합 61%, 수력은 29% 정도의 비중을 보인다. 현재 파키스탄의 원유 매장량이 약 3억 363만 배럴로 추산되고 해마다 약 2,4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 추출되고 있기에, 앞으로 신규 유전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확인된 석유 매장분은 향후 20년 안에 모두 고갈될 전망이다. 또한 파키스탄은 수력을 비롯해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나, 수력 이외 재생에너지원 기반 발전량은 전체의 1% 미만에 머물러 있고, 수력발전의 비중도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의 수력발전 잠재력을 최대로 활용할 경우 하루 최대 4만 1,000~4만 5,00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오늘날 실제 수력발전 용량은 1일당 6,555MW에 그쳐 잠재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수력발전의 경우 동절기 발전량이 하절기 발전량에 비해 급감한다는 문제도 안고 있기에 계절별 수급 편차도 고려해야 한다.

<그림 2> 2019년도 파키스탄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 자료: Ministry of Finance, Pakistan


전력 공급 여유분 현황
한편 국가 차원에서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제외한 여유분도 별다른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전력 분배 과정에서의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전력 소비량도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전력 소비량 대비 생산량 여유분이라는 정량적 지표로 개념화하고 있으며, <그림 3>은 파키스탄의 에너지 안보 수준이 지난 20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음을 보여준다.

<그림 3> 2000~2019년 파키스탄의 전력 생산 및 소비량 추이 단위: 100만 MW
*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자료 기반 저자 계산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15년에 걸쳐 전력 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그림 4>가 보여주는 전력 분배 손실량 추이를 통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조치가 실제로 성과를 거두었는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그림 4> 2000~2019년 파키스탄의 전력 분배 손실량 추이 단위: 100만 MW
* 자료: EIA 자료 기반 저자 계산


한편 무계획적인 자생적 도시화가 파키스탄의 에너지 불안 문제와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도시 인구 증가율과 전력 여유분 간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림 5>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림 5> 파키스탄의 도시 인구 증가율과 전력 여유분 간 상관관계
* 자료: WDI 및 EIA 자료 기반 저자 계산


결론 및 향후 전망
1970년대 석유파동과 함께 파키스탄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된 이래 학계 일부에서는 시장 기제 도입이 에너지 부문의 문제를 대부분 해결해줄 것으로 믿기도 했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이 다시금 전개되면서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 간 균형이 깨지자 파키스탄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재차 늘어나고 있다(Cherp and Jewell 2014). 이에 더해 파키스탄의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에너지 불안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 측면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Bhattacharyya, 2011). 에너지가 자본 집약적 산업, 현대적 농업, 정보·통신 기술 기반 서비스 부문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중요 자원이라는 점에서, 파키스탄이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현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파키스탄이 현재 안고 있는 에너지 문제의 핵심은 산업이 발전하고 국가 계획하에서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도시 인구가 늘어난 만큼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에너지 생산 분야는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발전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본고에서도 파키스탄의 전력 소비량 대비 생산량 여유분이 지난 10여 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은 점, 그리고 전력 분배 과정에서의 손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은 여태껏 제반 연구 부족과 정책 기반의 부재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계획된 도시화를 추진하는 데 실패했고, 현실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앞으로 파키스탄이 에너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효율적인 도시 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다만, 파키스탄에 고도화된 효율적 도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는 국제사회의 지도와 공조가 필수적이기에, 이 측면에서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자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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