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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방글라데시의 경제 여건과 세계 경제 불안 대응책: 스리랑카와의 비교

방글라데시 Najmul Hossain Chowdhury Bangladesh Judicial Service Senior Assistant Judge 2022/08/08

서론
수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놀라운 수준의 경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도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바뀌었다. 한때 빈곤과 기아를 상징하는 국가로 비추어 졌던 방글라데시는 최근 수 년간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를 바탕으로 새로이 떠오르는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든 핵심적 요소로는 견실한 국가 재정 관리, 높은 기성복 수출 실적, 해외 노동자의 국내 송금, 그리고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들 수 있다. 물론 세계 각국의 경제에 크나큰 위협인 코로나19 대유행은 방글라데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오늘날 현지 여건을 살펴보면 방글라데시의 경제는 팬데믹 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2020/21 회계연도 기준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률은 5.24%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였고, 보다 최근인 2021/22 회계연도에는 GDP 규모가 7.25%나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최근 나타난 세계 경제 및 정세 불안이 방글라데시 경제의 안정성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초래된 글로벌 위기 상황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해 국제 시장의 식품, 연료, 원자재 가격이 엄청난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곡물, 식용유, 석유, 산업 원자재 등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방글라데시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수입 비용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급증하며 보유 외환 대비 외채 부담이 확대되자,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도 스리랑카와 같은 경제적 붕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글라데시 경제가 스리랑카와 같은 디폴트(default) 상황에 빠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강화하면서 국가 재정을 현명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방글라데시 경제의 저력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2년도 세계 명목 GDP 순위에서 41위를 기록한 방글라데시의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고, 경제 규모는 50년 전보다 약 271배나 커진 것으로 집계된다. 국제사회는 특히 방글라데시가 팬데믹이라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일례로 세계은행(World Bank)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경제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2021/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방글라데시의 GDP 규모는 전년 대비 510억 달러(한화 약 66조 원) 증가한 4,650억 달러(한화 약 600조 원), 1인당 소득은 전년 대비 9% 상승한 2,824달러(한화 약 367만 원)이고, 같은 기간 외환보유고 규모는 소폭 감소한 418억 2,000만 달러(한화 약 54조 3,000억 원)를 기록했다. 또한 방글라데시 정부는 팬데믹 및 동유럽 정세 불안으로 인한 생필품 가격 상승과 무역적자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5%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직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세계은행이 내놓은 전망치인 6.7%나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의 전망치인 7.1%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2021/22 회계연도 물가상승률이 수정 목표치인 5.7%를 상회하는 6.5%를 기록한 사실은 우려할 만한 점이며, 방글라데시 정부는 2022/23 회계연도 물가상승률을 점진적으로 끌어내려 5.5%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의 경제 여건 비교
관광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스리랑카에 비해 방글라데시의 경제는 의류 수출, 해외 노동자 송금, 농업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 그 기반이 훨씬 탄탄하고,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되어 있는 점, 그리고 외채 규모가 GDP의 약 20%에 불과해 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유리한 입지에 있다. 게다가 외환보유고 규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양국 간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지난 2000년에는 각국이 보유한 외화가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로 서로 비슷했지만,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한 액수는 스리랑카가 77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 방글라데시가 360억 달러(한화 약 47조 원)를 기록하는 등 20년 만에 큰 격차가 나타났다. 게다가 부채 위기에 봉착한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2022년 6월에 이르러 19억 달러(한화 약 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방글라데시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인한 최근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동월 418억 2,000만 달러(한화 약 54조 3,000억 원)를 기록했다. 방글라데시는 스리랑카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6월에 통화 스와프를 바탕으로 2억 달러(한화 약 2,6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지만, 2022년 초 스리랑카가 510억 달러(한화 약 66조 원) 상당 외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해당 자금의 상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스리랑카가 위기 상황에 처한 근본적 이유는 화학비료 사용을 전면 금지한 유기농 정책이 식량 생산량 감소를 불러옴과 동시에 대규모 감세 기조 아래 세입이 급감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이 각종 경제적 부작용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부활절 기간에 발생한 폭탄 테러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스리랑카 경제가 크게 의존하던 관광 수입이 90%가량 폭락한 데다가, 대량의 외채를 투입한 정부 사업의 수익성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이 발생하였다. 결국 외화 부족으로 식량과 연료, 의약품 등 국민 생계에 필수적인 재화조차 수입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이한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를 공식 선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방글라데시는 장기적 재정적자의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면서 경제·사회적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에 자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고, 그 덕분에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5개월분의 수입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외화를 비축하는 데 성공했다.

방글라데시가 가까운 미래에 현재 스리랑카가 겪는 것과 유사한 부채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은 상대적으로 덜한 외채 부담이다. 먼저 오늘날 방글라데시가 타국 혹은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빌린 외채는 대부분이 양허성 혹은 저리 차관에 해당해 스리랑카의 외채에 비해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한 방글라데시에서는 GDP 대비 외채 비율이 대체로 20%를 조금 넘는 선에서 유지되었고, 2021/22 회계연도에는 이보다도 낮은 18.1%에 불과하다. 반면 스리랑카의 GDP 대비 외채 비율은 지난 수 년간 40%를 꾸준히 넘겼다.

상기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부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며, 수입 비용 문제 때문에 최근 소폭의 상승세를 보인 부채 규모는 아직 국가 차원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IMF가 발간한 부채 지속 가능성 분석(DSA, Debt Sustainability Analysis) 또한 방글라데시의 외채 및 전반적 부채 부담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등장한 경제적 불안 요소
하지만 방글라데시도 최근 세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불안이 야기하는 각종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연료 및 기타 수입품 가격 상승 등 각종 악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사태와 씨름하던 당시보다도 나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방글라데시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요소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국제수지 적자인데, 그중에서도 생필품 가격의 상승이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2022년 6월에 집계된 방글라데시의 물가상승률은 9년 만의 최고치인 7.56%였고, 2021/22 회계연도에 발생한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329억 달러(한화 약 43조 원)에 달했으며, 수입 비용 증가분이 수출액과 해외 송금액을 크게 상회하면서 2022/23 회계연도 적자액도 367억 달러(한화 약 4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기 맥락 아래 생필품 가격 상승, 수입 비용 증가, 해외 송금액 감소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외화 부담이 증대된 점도 문제이다. 일례로 달러 대비 방글라데시 타카(Taka)의 가치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1.38% 하락했다. 여기에 국제수지 적자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2021년 12월에 46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60조 원) 수준이었던 방글라데시 외환보유고 규모는 2022년 7월에 이르러 366억 7,000만 달러(한화 약 48조 원)로 급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국의 연료, 비료, 전기 가격 안정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는 요인으로, 2022/23 회계연도 정부 예산에서 이러한 보조금 용도로 배정된 액수는 전년 대비 23.8% 늘어난 8,274억 5,000만 타카(한화 약 1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국제 시장에서 연료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조금 지출액도 덩달아 늘어나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는데, 이는 보조금을 삭감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고, 반대로 현재 보조금 수준을 유지할 경우 대규모 재정적자를 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들어 심화되는 전력난도 방글라데시 국민 생계에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있는데, 연료 부족으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는 발전소가 늘어나며 전력 생산량이 감소하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력난 완화를 위해 하루 1~2시간의 순환 단전을 실시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방글라데시가 대량의 외채를 도입해 추진한 대규모 정부 사업이 스리랑카의 사례처럼 수익성이 낮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방글라데시의 2022/23  회계연도에서 외채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는 금액은 총 27억 8,000만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로, 이는 전년도 수치인 24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조 2,00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이며, 2029/30 회계연도에는 외채 상환액이 5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6조 7,000억 원)까지 늘어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외채 부담이 늘어나면 국가 경제에도 점차 큰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도 부채의 수렁에 빠진 스리랑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 불안 대응책
현재 나타나는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이웃 나라인 스리랑카의 사례가 방글라데시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 정부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외화를 아끼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방글라데시는 최근 공무원의 해외 출장과 연수 계획을 취소하고, 중요도가 낮은 사업 중에서 건설 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일부 사업의 진행을 과감히 중단했다. 이에 더해 사치품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수입품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였고, 해외 노동자들이 공식 경로로 송금하는 액수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도 확대 시행하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상기한 바 외에도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외화 부족 현상 완화를 위해 IMF로부터 45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상당의 차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재무 담당 부처를 중심으로 증세 및 세입 관리 효율성 향상을 위한 조치를 시행해 재정적자를 GDP의 5% 수준 이내로 통제하기로 했다. 또한 방글라데시 정부는 중소기업 부문에 재정을 투입해 외부 충격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를 막기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고, 방글라데시 무역공사(TCB, Trading Corporation of Bangladesh)도 빈민층 생계 지원을 위해 다양한 생필품을 염가에 공급하는 중이다. 한편 국내 금융 자원을 동원해 위기관리에 나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Bangladesh Bank)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여러 차례 인하하고, 지급준비율을 현재의 4%까지 내렸으며, 은행 간 대출 금리도 한 자릿수로 하향 조정해 자금 공급이 용이한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론 및 제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물류 공급망의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의 신속한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정적자로 인한 손실을 복구하고 외화 고갈을 막기 위해 방글라데시가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금융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세 정책을 개선해 국내에서 조달하는 재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더해 ADB, 세계은행, IMF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외화 부족 현상을 막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수입 대금 지불 내역을 철저히 감시해 국민 생계에 필수적이지 않은 품목의 수입을 줄임과 동시에, 효율적인 감독 임무 수행을 바탕으로 재무 감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비용 과다 청구를 통한 돈세탁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이외에 국내 가스전 탐사를 통해 자체적 에너지원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방글라데시 경제가 가까운 미래에 총체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스리랑카의 선례가 방글라데시에서도 재현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국가 재정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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