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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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22년 하반기 EU 이사회 의장국 체코가 선정한 EU의 중점 과제
체코 Daneš BRZICA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 Slovak Academy of Sciences Research Fellow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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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럽연합(EU)은 산하 입법기관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6개월 주기로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 의장직 순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EU 이사회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와 입법권을 공유하는 주요 정책결정기구 중 하나로, 정치적 중요성이 높은 동 기관의 의장직은 평등과 순환의 원칙을 바탕으로 각국이 돌아가며 맡는다. 체코는 2022년 7월 1일부터 연말까지 EU 이사회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는데, 체코의 의장직 수임은 지난 2009년 상반기에 뒤이어 사상 두 번째이다.
<그림 1> 2022년 하반기 EU 이사회 체코 의장직 임기 로고
* 자료: https://czech-presidency.consilium.europa.eu
EU 이사회 의장국의 기본적 역할은 EU의 기능과 정책 방향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의장국은 6개월간 EU 이사회 차원에서의 협상에 좌장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오로지 자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그 반대급부로 핵심 안건에 대한 발언권을 행사함으로써 토론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장직의 성공적 수행은 국가적 위상과 EU 내 영향력 증대와도 직결되기에 체코는 이번 임기를 EU 및 외부 주체에 자국의 역량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한편 각 의장국은 임기를 개시하기 전에 향후 6개월간 추진하게 될 중점 과제를 선정하는데, 여기에는 EU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가 진행 중인 사업, 기존에 제출된 입법안, 그리고 연속 임기를 수행하는 3개 의장국 협의체(현재 프랑스, 체코, 스웨덴으로 구성)의 의견이 중점적으로 반영된다. 이번에 체코가 신규 의장국으로서 선정한 표어는 ‘과업으로서의 유럽: 다시 생각하고, 다시 세우고, 다시 동력을 불어넣기(Europe as a task: rethink, rebuild, repower)’이다.
체코 의장국 취임을 전후한 외부 상황
체코가 수행하게 될 금번 의장국 임기는 쉬운 자리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늘날 체코 국내는 물론 EU 내·외부에서 나타나는 정책환경은 그 복잡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신중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체코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자국의 관심사에 더해 여타 EU 회원국의 이익도 적절히 고려해야만 하며, 지금만큼 안보 위기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전 시기에도 이 균형 유지 작업이 쉽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이번 임기 수행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순환 의장국 임기를 개시하게 된 체코는 EU 이사회의 의제와 중점 과제를 선정한다는 핵심 역할 이외에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President Chairman of the European Council)이나 외교·안보 고위대표(High Representative of the Union for Foreign Affairs and Security Policy)가 직접 지도하지 않는 각종 회의에도 주재국으로 참여할 예정이고, 여기에는 상주대표위원회(Committee of Permanent Representatives) 등 거의 195개에 달하는 실무회의가 포함된다.
체코가 선정한 의장국 임기 중점 과제
체코는 이번 의장국 임기 동안 특히 경제와 정치 분야의 혜택을 바탕으로 중부 및 서유럽 국가 간의 관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문제되는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와 사회적 안정성 확보, 그리고 높은 수준의 환경 분야 목표 달성이라는 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체코의 순환 의장직 수임이 결정된 지난 2021년에는 의장국으로서의 핵심 역량이 대체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응하는 데 할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에너지와 식품 및 여타 상품 가격이 올라가고,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전쟁의 포화를 피해 체코를 비롯한 EU 회원국으로 몰려오면서 의장국이 선정하는 중점 과제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했다.
2022년 이전에 체코가 원래 고려하던 중점 과제의 사례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포함된 바 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응
▶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 경감
▶ 재정 분야 규율 완화로 인해 EU 회원국 부채 급증 방지
체코는 당초 행정부처 전문가 토의 및 사회 각계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의장국 임기 중점 과제의 기틀을 잡았으며, 당시의 상황을 반영해 2020년 6월까지 선정한 중점 과제는 (1) 내부 시장 연결을 바탕으로 현대화되고 번영하는 유럽, (2) 강력하고 안전한 유럽, (3)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유럽, (4) 응집력과 단결력을 지닌 유럽, (5)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유럽의 다섯 가지였다. 상기 5대 목표는 전략적 소통 그룹(Strategic Communication Group)에 제출되어 막바지 검토 단계에 들어가 있었으나, 2022년 초반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한 이후 체코 정부가 안건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하여 동년 6월 공개한 중점 과제는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다음의 5대 영역으로 구성된다.
1. 난민 위기 관리와 전후 우크라이나 복구
2. 에너지 안보
3. 유럽의 방위력과 사이버 안보 강화
4. 유럽 경제의 전략적 복원력 확보
5. 민주주의 제도의 회복탄력성 제고
체코의 5대 중점 과제 분석
제1과제: 난민 문제 대응과 더불어 경제 분야에서 의장국 체코가 관여하는 핵심 책무는 현재 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이후 우크라이나의 재건으로, 여기에는 필수 인프라 복구 및 국민에게 제공되는 기본적 서비스 확충 등이 포함된다.
제2과제: 체코는 이전의 청정에너지 구상에 비해 더욱 시급한 것으로 평가되는 EU의 에너지 안보에 주목하고 있으며, 유관 분야의 주요 관심 사업에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으로부터의 탈피를 골자로 한 리파워EU(REpowerEU) 구상 추진 가속화, 물류를 비롯한 주요 부문의 에너지원 다변화, 에너지 절약, 저탄소·재생에너지원으로의 이행 촉진 등이 있다. 체코는 이외에도 (1) 천연가스 비축량 하한선 설정이나 EU 회원국 간의 자발적 공동 구매 등 천연가스 보유량 증대를 위한 규제 도입, (2) EU 산업의 탈탄소화 및 천연가스로부터 수소 에너지로의 이행을 위한 수소 인프라와 저장시설, 터미널 등 설비 확충, (3) 에너지 효율성 증대, EU의 에너지 회복 탄력성 진작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등 에너지 관련 구상 진전, (4) EU의 에너지 안보와 기후 목표 달성에 있어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 확립, (5)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친환경 수송수단 장려, 대체 연료 인프라 건설 등 탈탄소화 구상 가속화, (6) 유럽횡단 운송네트워크(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구축, (7)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악영향을 완화하고 탄소 중립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등 사회적 조치를 포함한 적절한 정책 수단 강구 등에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제3과제: 체코는 최근 정세 불안이 가중되어 가는 상황을 감안해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EU의 안보 및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이와 동시에 사이버 위협이나 신기술 등장으로 인한 지정학적 맥락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허위 정보 확산을 막고 사이버 공간의 보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각종 EU 기관 및 우주 자산에 기반한 안전 통신체계의 사이버 보안 수준을 강화하는 노력도 계획하고 있다.
제4과제: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분쟁이 물가 충격과 시장 불안,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유럽의 원자재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지만, 모든 원자재의 완전한 자급을 즉각 달성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EU는 자체적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적 지원책을 통해 지역 경제의 전략적 복원력을 확보해야 하고, 공급망과 지역 안보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제고하면서 기업들이 핵심 원자재와 부품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본 목표 달성을 위해 체코가 중점을 둘 분야로는 (1)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EU-U.S.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의 틀 내에서 양 지역의 협력 강화, (2) 유럽 산업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 촉진, (3) 효율적인 순환 경제 도입을 통한 원자재 수입 필요량 절감, (4) 유럽 근로자들이 바뀌어 가는 상황에 적합한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제공, (5) 응집력 강화 정책을 비롯한 EU 차원의 투자 정책 추진, (6) 서비스 및 디지털 경제를 중심으로 한 EU 내부 시장의 고도화, (7) EU 시민이 안전하게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유럽 디지털 신분증 지갑(European Digital Identity Wallet) 도입, (8) 효율적인 데이터 시장 형성 촉진 등이 있다.
제5과제: 체코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유지 및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제도를 강화해 나가고자 하며, 이와 관련된 조치로는 정당 재원 투명성 제고, 언론 독립성 보장, 시민과의 열린 대화를 들 수 있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체코의 성공적인 의장직 임기 수행을 위한 인력 교육은 프라하(Prague)에 소재한 공공행정연구소(Institute of Public Administration)에서 담당할 예정이다1). 체코는 금번 의장직 수행의 핵심 부분을 구성하는 향후 중점 과제에 관한 온라인 공공 의견수렴을 2020년 6월 말까지 진행해 그 결과를 실제안에 반영했고, 앞으로 의제 설정 권한을 바탕으로 각종 실무회의와 비공식 행사에서 논의될 주제를 선정함으로써 EU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 특히 EC에서 제기한 많은 수의 제안이 이미 입법 절차 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황인 만큼, 체코가 최종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할 것로 보인다.
또한 체코는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이 모이는 공식 및 비공식 회담을 필두로 한 각종 회의를 주재하게 되는데, 2022년 하반기에 예정된 회의는 정상회의 1회, 비공식 각료회의 14회, 실무회의 69회, 콘퍼런스 52회, 그리고 체코 정부의 EC 및 유럽의회 대담 등 총 320회에 달한다. 의장으로서 상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며, 현재 여기에 배정된 금액은 7,270만 유로(한화 약 970억 원)의 기본예산에 부처별 추가예산을 합친 총 9,290만 유로(한화 약 1,240억 원)이다. 이중에서 행사개최 및 보안 조치 시행에 들어가는 경비가 전체에서 59%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지출항목이다.
체코는 앞으로 6개월간의 의장직 수행 과정에서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각종 문제와 마주치게 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코 정부나 국민뿐만 아니라 여타 EU 회원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국제 정세가 바삐 돌아가는 현재 상황에서 체코가 이 막중한 책무를 얼마나 잘 완수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각주
1) 교육 내용의 기본은 ‘체코의 EU 이사회 의장직 수행을 위한 서비스 및 기타 행정적 공무원과 직원 훈련의 기초개념(Concept of Training of Civil Servants and Employees in Service and Other Administrative Offices to Arrange the Czech Presidency of the Council of the EU)’ 문서에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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