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스리랑카 위기, 국영기업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스리랑카 Imesha Dissanayake Senior Research Associate Economics Intelligence Unit of the Ceylon Chamber of Commerce 2022/08/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스리랑카의 국영기업은 대체로 재정법(Finance Act No. 38 of 1971)에서 공공기관 관련 내용을 담은 제2장의 조항, 그리고 기업법(Companies Act No. 07 of 2007)을 근거로 시행된 일련의 규정을 바탕으로 운영된다1). 오늘날 스리랑카는 재무부(Ministry of Finance)를 통해 총 52개의 전략적 국영기업에 대한 관찰을 수행하고 있고, 이외에도 상업적 성격이 강한 87개 국영기업을 지정해 재무부 산하 공공기업국(Department of Public Enterprises)의 관찰 하에 두고 있다2). 스리랑카의 국영기업은 에너지, 수자원, 항구, 금융, 보험, 수송, 항공, 건설을 비롯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다수 포진해 있기에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리랑카 재무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관찰 대상으로 지정된 52개의 전략적 국영기업은 2021년에 860억 스리랑카 루피(당시 한화 약 5,040억 원) 규모의 큰 적자를 기록했다. 단, 이들 기업의 실적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단 3개 기업이 전체 손실의 97%, 6개 기업이 전체 이익의 88%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된다(<그림 1>, <그림 2> 참조). 여기에서 우리는 스리랑카에서 소수의 국영기업이 압도적인 손실을 내면서 전체적 수익률을 갉아먹었다는 점, 그리고 특출한 수익을 내는 국영기업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리랑카 국영기업이 지닌 문제 중 하나는 비합리적 가격 정책 채택이 사업 수익성 약화를 초래하면서 기업 안정성을 저해함과 동시에 빈곤층에 돌아가는 상대적 혜택도 줄이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스리랑카 금융업계가 국영기업에 제공한 대출액은 총 1조 1,880억 스리랑카 루피(당시 한화 약 6조 9,600억 원)3)이고, 해당 연도에 스리랑카 재무부의 자본지출 및 경상지출 이전액도 각각 2,740억 스리랑카 루피(당시 한화 약 1조 6,000억 원)와 930억 스리랑카 루피(당시 한화 약 5,400억 원)에 달했으며4), 이 모두는 국가의 부채 부담을 늘리는 요소로 기능한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에 더해 생산성 저하, 과잉 고용, 성과 저조, 독점 체제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함께 안은 국영기업이 국가 예산을 갉아먹으면서 스리랑카 국영기업이 진 부채 총액은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10.9%까지 증가했다5).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적 업무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영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하며, 특히 대규모 경제 위기에 봉착한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국영기업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림 1> 스리랑카 국영기업 손실 비중


<그림 2> 스리랑카 국영기업 수익 비중
* 자료: 스리랑카 재무부


지주회사 모델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타국의 사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자국 국영기업 관리를 위해 정부연계기업(government-linked company)이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슈퍼지주회사(super holding company) 모델을 도입해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해당 모델에서는 정부가 국영기업의 개별 사업과 관련한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되기에 다양한 부문에 산재한 모든 국영기업에 대한 직접적 관리 책임에서 벗어난 정부가 가용 노력과 예산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먼저 싱가포르의 국영 지주회사인 테마섹(Temasek)은 싱가포르 기업법(Companies Act)에 근거해 1974년에 설립되었으며, 효과적인 감독과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자국 국영기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키워내 싱가포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만든다는 목표 아래 운영된다. 테마섹은 현재 총 9개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가치 총합은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3,810억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360조 원)에 이른다6).

한편 말레이시아의 국부펀드 카자나(Khazanah)는 말레이시아 기업법(Companies Act)에 따라 1993년에 신설되어 2004년에 대대적 개편을 거쳤다. 카자나는 전략펀드(Strategic Fund)와 상업펀드(Commercial Fund)라는 두 가지 수단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경제에 기여하는데, 이 중에서 전략펀드는 대규모 경제·사회적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반면 상업펀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한 책임성 있는 투자에 중점을 둔다7).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략펀드는 280억 링깃(한화 약 8조 2,000억 원), 상업펀드는 1,060억 링깃(한화 약 31조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8).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말레이시아의 카자나가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해당 지주회사들이 각국의 기업체를 포괄적으로 관할하는 기업법에 근거해 설립되어 여타 민간기업과 같은 여건 하에서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스리랑카의 국영기업은 대부분 공공기업을 따로 관할하는 재정법 제2장에 운영 근거를 둔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현재 스리랑카가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당시의 위기가 테마섹 설립이나 카자나 개편의 동기가 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의 기간에 걸쳐 정치·경제적 여건 악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발전과 관리를 위한 지주회사 구상을 실행으로 옮겼고, 그 결과 다수의 국영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 구조를 확립할 수 있었다. 한편 1993년에 설립된 카자나가 말레이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역할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후 카자나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자국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제도적 개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종래 국영기업이 보이던 비효율성과 저조한 실적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말레이시아 경제계가 국영기업 효율화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국영기업 개혁 추진의 필요성
스리랑카의 전략적 산업 다수에 포진한 국영기업은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상당한 수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담당하는 식수, 전기, 교통수단 등의 부문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니는 중요성이 절대적이기에 사회적 측면에서 기대되는 역할도 크다. 따라서 스리랑카는 자국의 국영기업이 국가에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효과적 운영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사회·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적 성장과 발전의 장애물이 아닌 동력원으로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고강도 개혁을 통해 현존하는 재정적 부담을 해소하고 국영기업이 부가가치 창출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스리랑카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 상황은 물론 심각한 사안이나, 어떤 측면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오히려 국영기업이 효율적인 성장 촉진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인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금번 위기로 인해 경제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스리랑카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 수입 증대와 불필요한 지출 삭감인데, 이와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국영기업 개혁을 단행해 양질의 기업 관행을 만들어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참고할 때, 바로 지금이 스리랑카 경제를 다시 성장과 발전의 가도로 올려놓기 위한 개혁을 시작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스리랑카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슈퍼지주회사 모델을 반영해 자국 국영기업 관리를 담당하는 신규 지주회사 설립 방안을 개혁책의 일부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공기업 개혁위원회(PERC, Public Enterprise Reform Commission)가 지난 1997년에 스리랑카텔레콤(Sri Lanka Telecom)의 정부 지분 처분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례는 지주회사 모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기에, 향후 관련 계획 진행에도 참고할 만한 모범 선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 국영기업 개혁을 위한 지주회사 모델 시행의 바람직한 방향
스리랑카 국영기업 개혁을 위해 새로이 출범하는 지주회사는 재정법이 아닌 기업법을 근거로 등록해 여타 민간 기업과 같은 여건에서 국영기업에 대한 관찰 및 지원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정부 활동이나 정책결정과의 직접적 결부는 피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주회사는 각 국영기업의 사업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개혁을 위해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전략적 기업 자산의 소수 지분, 비전략적 기업 자산의 다수 지분을 과감히 처분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으며, 이 방안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신규로 유치할 계기를 마련해줌과 동시에 국영기업의 가격 정책을 개선해 수익성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상기한 일련의 개혁책 완수를 위해 필요한 일부 정책 구상이 국민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이러한 노력이 국영기업의 재정적 건전성과 경제적 성과를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 약 10년 전에 이른바 ‘기업 민주화(peoplization)’라는 포괄적 개념을 바탕으로 국영기업 정부 지분을 처분하여 공무직 근로자에 분배하는 정책을 통해 해당 조치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한 선례를 향후 개혁안 추진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주회사 모델은 정기적 관찰과 평가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목표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성과 관리 수단도 제공해준다. 국영기업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는 수익 창출이라는 상업적 목표와 사회적 기대 의무 이행이라는 목표가 상충적 성격을 지니는 데에서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 의무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의 소요 비용이 큰 경우 재정적 성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새로이 설립되는 국영기업 관리용 지주회사는 양질의 성과 관찰 수단을 충분히 갖추어 이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지주회사는 각 국영기업 이사회의 바람직한 구성과 크기, 그리고 임원직의 임기와 임명 과정에 관한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국영기업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기업의 감독과 성과 관리에 있어 궁극적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구성과 기능이 각 국영기업의 사업 및 재무 분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는 국영기업이 올바른 크기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공정한 임명 과정을 통해 필요한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적소에 등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에 더해 임원진 구성의 급변으로 기업의 추진 목표가 지나치게 빈번히 바뀌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기본적인 연속성을 지니도록 조치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리랑카 정부는 신규 지주회사가 국영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유능함과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를 발굴해 사령탑에 앉히고, 결연한 정치적 의지를 바탕으로 필수 개혁안을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천연자원이 전무한 소국인 싱가포르가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국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강도 높은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인데, 스리랑카도 이를 교훈으로 삼아 현재 보유한 풍부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정적 역량을 신장해 지금 일어나는 사태와도 같은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각주
1) Department of Public Enterprise and Central Bank of Sri Lanka Annual Report (2021) - https://www.cbsl.gov.lk/en/publications/economic-and-financial-reports/annual-reports/annual-report-2021
2) https://www.youtube.com/watch?v=-fbK1taTBwc
3) Central Bank of Sri Lanka Annual Report (2021) - https://www.cbsl.gov.lk/en/publications/economic-and-financial-reports/annual-reports/annual-report-2021
4) Ministry of Finance Annual Report (2021) - https://www.treasury.gov.lk/api/file/a7a35d1a-556f-49b2-81e0-20294eb5a519
5) Ministry of Finance Annual Report (2021) - https://www.treasury.gov.lk/api/file/a7a35d1a-556f-49b2-81e0-20294eb5a519
6) Temasek Investment Portfolio - https://www.temasek.com.sg/en/our-investments/our-portfolio/
7) Khazanah Investment Portfolio - https://www.khazanah.com.my/our-performance/our-portfolio/
8) Khazanah Investment Portfolio - https://www.khazanah.com.my/our-performance/our-portfolio/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