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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최근 국제정치 변화 속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쿼드 협력 동향

인도 조원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 2022/07/08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가 2021년 3월, 2021년 9월, 2022년 5월에 연이어 개최되었다. 2017년 쿼드가 재개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와 논객은 쿼드는 실체가 없고 지속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인도의 비동맹주의로 인해 그 결속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견해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인도가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쿼드 내 유일하게 중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을 완전히 적대시 하는 것을 꺼리고 언제든지 쿼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가장 약한 고리(the weakest link)’라는 분석도 등장했다1).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으며 쿼드는 보다 유연해지고 점차 제도화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 중요한 외교안보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도의 적극적이면서도 당당한 전략적 행보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변화하는 국제정치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부상

현재 국제정치는 지난 10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미중 간 전략경쟁과 함께 국제체제 내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구조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다층화(multi-layered)되고 복잡해지며 진영 간 분극화(ideologically polarized)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적 차원의 국제 정치 변화 속에서 국제경제질서 역시 체제 변화와 연동되어 상당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며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국제질서 작동원리가 진행 중이다2)

변화하는 국제체제에서 미국은 패권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상하는 도전국인 중국을 견제하고 현존 규칙 기반 국제질서 유지를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그 기능적 기제 중 하나인 소(小)다자 쿼드 협의체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전략적 구상에 있어 인도라는 국제관계 행위자의 지위와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새로운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미국은 인도의 부상과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 인도의 리더십이 쿼드를 이끄는 중요한 힘(a driving force of the Quad)이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축에 있어 중요하다고 명시하였다3).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회복 문제가 미국과 동맹 및 협력국의 정책 우선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중국에 대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4)

무엇보다도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중심 서방-인도-러시아 간 삼각구도 관계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금 회자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경제 제재를 부과하였다. 그와 동시에 서방 주요국들이 러시아와 오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온 인도에 대(對)러시아 공조에 동참할 것을 독려해 왔다. 인도 정부는 3월과 4월에만 후미오 기시다(Fumio Kishida)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당시 호주 총리, 빅토리아 뉼랜드(Victoria Nuland) 미국 국무부 차관,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 리즈 트러스(Elizabeth Truss) 영국 외무장관, 데일립 싱(Daleep Singh) 미국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 등 주요국 고위 인사들의 외교적 '캠페인’5) 과 같은 연이은 방문으로 바쁜 외교 일정을 보냈다. 이는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인도의 전략적·외교적 입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행보였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규탄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일관되게 대러시아 유엔 결의안과 유엔인권이사회의 러시아 퇴출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러한 인도의 외교적 대응은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협의체인 쿼드 내에서 상당히 이질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동안 인도는 미국 주도의 쿼드 협의체 내에서 약한 고리로 여겨져 왔으나, 2020년 라다크 갈완 지역에서 중국과의 국경 충돌 이후,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연대와 쿼드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일본·호주 등 다른 쿼드 회원국들의 대러시아 강경 기조와 달리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경제 제재에 동참하기는 커녕,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루피-루블화 교환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행보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과 인도의 쿼드 참여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인도태평양에서 인도의 어젠다 설정 역할 강화

2021년 출범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승하고 그 기능적 중심 플랫폼인 쿼드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도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인도는 쿼드 협의체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에서 협력 구도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 쿼드는 미·인·일·호 정상 간 협의체로 격상되었으며 다루는 의제 역시 포괄적으로 발전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 연대에 있어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는 2017년 쿼드 부활 초기에만 하더라도 쿼드를 중심으로 한 협력 강화가 자칫 중국에 대한 과도한 압력으로 비칠 것으로 우려해 참여 강화 및 확대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고 소극적이었다. 특히 지금까지도 여전히 중국 등 특정 국가를 표적하거나 봉쇄하기 위한 군사안보 동맹이 아님을 지적하면서 인도가 추구하는 인도태평양에서 국제협력은 특정 누군가를 배제하는 배타성이 아닌 포용성에 기반을 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일관된 비동맹 기조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실질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쿼드 협력에 있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2020년 6월 라다크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중국과의 유혈 충돌이다. 이 사태 이후로 인도는 중국이 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대해서도 수정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깨달았고 향후 중국 팽창주의의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이러한 전략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면서 자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세 가지 차원의 전략적 행보에 중점을 두어 왔다.
첫째, 인도는 인도태평양에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인식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쿼드 회원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과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쿼드 회원국들과 군사협력 강화에 중요한 여러 군사안보협정을 체결하고 양자 및 소다자 합동군사훈련 실시도 확대해 왔다. 예를 들어, 일본과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과거 군사기밀보호협정 및 국방장비·기술이전 협력에 이어 2020년에 양국 간 군수 물자 수리 및 보충을 위한 기지 및 시설 사용을 허가하는 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ng Agreement)도 체결하였다. 호주와는 외교국방 전략대화를 2+2 장관급 대화로 격상하고 2020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상호군사수지원협정(MLSA, Mutual Logistics Support Agreement)을 체결하고 2020년 말 이후 말라바르(Malabar) 연합 훈련에 호주를 참여시켰다.

둘째, 인도는 쿼드의 정책적 방향성을 단순하게 따르기보다는 방향 설정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인도는 쿼드 협력 범위를 과거 안보 의제 위주에서 팬데믹 및 백신, 기후변화, 한반도 비핵화, 첨단 기술, 글로벌 공급망 등 다양한 글로벌 도전 의제에 대응하는 포괄적이고 유연한 글로벌 협의체로 발전시키는데 역할을 해 왔다. 이를 통해 쿼드는 제도적으로 비공식적(informal)이고 유연(flexible)하고 포괄적(comprehensive)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며 기존 의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러한 쿼드의 유연한 협력의 밑바탕에는 쿼드 회원국 간 방산 협력, 합동군사훈련 확대·강화, 군사상호운용성을 위한 군사협정 체결 등 쿼드 회원국 간 견고해지고 있는 군사안보 협력이 있다.
셋째, 쿼드 결성 초기 국가마다 처한 주변 국제정세와 전략 환경의 차이로 인해 쿼드의 지속 가능성과 결속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었으나 쿼드의 명확한 우선 목표를 중심으로 협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인도가 처한 전략 환경을 미국·일본·호주 등 다른 쿼드 3개국에게 지속적으로 발신하여 이에 대한 이해와 고려를 요구함과 동시에 쿼드의 중심 전장이 인도태평양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인도의 경우 냉전 때부터 러시아와의 외교·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이 다른 쿼드 회원국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5월 쿼드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3월에 발표된 이전 공동성명과 일관되게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6). 대신에 원칙론 차원에서 전체 분쟁의 인도주의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 신정부에 대한 정책적 함의

한국의 윤석열 신정부는 당당한 외교와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외교를 추구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 기회가 갈수록 증가될 전망이다. 따라서 글로벌 차원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하고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에 대한 강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 정부는 우선 미국의 주도하는 쿼드 내 워킹 그룹에 대한 참여방안을 고려하고 있다.최근 쿼드는 12개 분야에 대한 워킹그룹 결성을 구상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면서 한국이 역내 책임 있는 국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들이 다수 있다. 특히  인도적 지원/재난구호(HA/DR), 핵심 및 신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공급망 회복(supply chain resilience), 해양안보(maritime security) 등의 분야에서는 인도와의 협력 기회가 많은 바 인도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난 5월 23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 플랫폼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이 출범하였다. IPEF는 4개의 축으로 구성되고 각 회원국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선택적(pick and choose) 참여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IPEF의 구체적 형식과 내용이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한국은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어젠다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도는 다자주의의 역할을 중시하고 다양한 지역과의 다자협의체를 주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다자주의에 대한 참여 강화와 외교적 외연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도의 경우,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은 물론 중동, 유럽 등 주요국들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환인도양연합체(IORA, Indian Ocean Rim Association), 벵골만 기술경제협력체(BIMSTEC, Bay of Bengal Initiative for Multi-Sectoral Technical and Economic Cooperation) 등 다자협의체도 주도하고 있어 한국에게 중요한 외교적 거점 국가 역할을 할 수 있다7)

끝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제 무기에 대한 인도의 과도한 의존과 관련한 쿼드 내 우려가 확인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무기 수급에 있어 인도의 대러시아 디커플링 필요성이 제기되어 향후 한국과 인도의 방산 협력 확대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각주
1) Derek Grossman, “India Is the Weakest Link in the Quad,” Foreign Policy, July 23, 2018, https://foreignpolicy.com/2018/07/23/india-is-the-weakest-link-in-the-quad/
2)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인터뷰. “KBS 다큐인사이트 퍼펙트 스톰 세계 경제에 초대형 복합 위기가 온다.” 스페셜 타임스, 2022. 06. 15. http://www.speci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557 
3) 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The White House, February 2022),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02/U.S.-Indo-Pacific-Strategy.pdf
4) Matthew P. Goodman, Matthew Reynolds, and Julianne Fittipaldi. “Economic Security in Emerging Markets: A Look at India, Vietnam, and Indonesia.” CSIS Briefs, May 2022, https://www.csis.org/analysis/economic-security-emerging-markets-look-india-vietnam-and-indonesia
5) “At Event With UK Foreign Secy, Jaishankar Alleges ‘Campaign’ Against India on Buying Russian Oil,” The Wire, April 1, 2022, https://thewire.in/diplomacy/at-event-with-uk-foreign-secy-jaishankar-alleges-campaign-against-india-on-buying-russian-oil.
6) Quad Joint Leaders’ Statement, May 24, 2022 (The White House),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2/05/24/quad-joint-leaders-statement/.
7) 조원득. “최근 인도의 외교적 행보와 신정부에 대한 시사점.” IFANS FOCUS. 2022.05.13. https://www.ifans.go.kr/knda/ifans/kor/pblct/PblctView.do?csrfPreventionSalt=null&pblctDtaSn=14001&menuCl=P07&clCode=P07&koreanEngSe=KOR&pclCode=&chcodeId=&searchCondition=searchAll&searchKeyword=&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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