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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러-우크라 전쟁으로 식량 위기 악화 아프리카,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 태도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2/06/30




아프리카 전역 덮친 대(大)기근
러-우크라 전쟁으로 식량난 가중

아프리카에서 약 3억 4,600만 명이 식량 위기 직면
기후변화, 분쟁, 코로나19 등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던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국제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8~2020년 기준 전체 밀 수요량의 44%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아프리카에서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 중단은 평균 밀 가격이 45% 폭등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 등의 국가에서 식품 물가는 2022년 들어 30~50% 가까이 상승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년 만의 최고치인 12.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 가격 상승에 더해 비료 가격 폭등 또한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수입산 비료 가격이 300% 증가하면서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량이 20% 가량 감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 가격 폭등은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기근과 식량 위기로 내몰았다. 한 예로 전체 밀 수요량의 87%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수단은 전쟁으로 인해 2022년 들어 식량 위기에 놓인 사람이 200만 명 증가했고, 국제연합(UN)은 2022년 내로 수단 국민의 3분의1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아프리카의 차드는 6월 식량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원조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UN식량농업기구(FAO)와 아프리카연합(AU)은 아프리카 전체에서 약 3억 4,600만 명이 식량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 가뭄과 전쟁 겹쳐 최악의 식량 위기
동아프리카 지역은 필요 식량의 약 3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며, 특히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는 밀 수요량 중 거의 전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수입까지 막히면서 지역의 식량 안보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소말리아의 경우 현재 상황은 2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2011년의 대기근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부 원조가 없다면 수많은 아동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위기에 놓였다.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도 심각한 영양실조로 치료를 받는 아동의 수가 폭증하는 등 아프리카의 뿔 각지에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FAO는 현재 1,400만 명에 달하는 기근 인구가 2022년에는 2,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기구,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호소
식품 가격 상승은 국제기구의 지원 노력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유니세프(UNICEF)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기근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1,200만 달러(한화 약 156억 원)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3억 달러(한화 약 2조 9,980억 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기로 했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또한 농민들에게 종자와 비료 등을 제공할 15억 달러(한화 약 1조 9,552억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6월 20일 EU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에 6억 3,000만 달러(한화 약 8,102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기구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UN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남수단 지원에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60억 달러(한화 약 7조 8,210억 원) 중 4월까지 모금된 액수는 단 3%에 불과하며,  유니세프 역시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에 대응하여 긴급 구호 자금을 기존 목표치의 두 배인 2억 5,000만 달러(3,258억 원)로 편성했지만 6월까지 모금된 금액은 전체 필요액의 단 18%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유니세프 등은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주목하고 아프리카의 인도적 참상에는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리카연합 식량 위기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밀 수출 재개 및 러시아산 곡물 거래 허용 요구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 의장, 전쟁과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식량 위기 경고 
지난 5월 AU 의장인 마키 살(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은 EU 지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와 식량 수출 중단은 필요한 식량 대부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아프리카에 재앙과도 같은 식량 부족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살 의장은 전쟁으로 인해 봉쇄된 우크라이나에 비축된 식량을 수출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 의장은 또한 2021년보다 세 배 가까이 뛰어오른 비료 가격 인상도 거론하며, 아프리카의 농민들이 비료 가격을 부담하지 못해 2022년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량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 의장은 EU의 대러시아 금융제재가 아프리카가 현재 직면한 식량 수급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산 식량과 곡물은 EU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금융기관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고 외환거래를 차단한 EU의 제재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는 설령 식량이 있더라도 수입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러시아에서 식량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AU 의장,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 재개를, 서방에는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예외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입에 대한 대금 지급 인정해줄 것 요구
EU 제재를 비판한 이후 6월 3일 살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러시아의 협조를 호소했다. 살 의장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밀과 비료 수출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산 곡물도 다시 수출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지역이며, 러시아는 항상 아프리카의 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6월 19일 살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만큼이나 기근으로 인한 아프리카의 불안정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 대금 지급에 적용하는 제재 예외 조치를 러시아산 밀과 비료 대금 지급에도 적용해 아프리카 국가가 러시아에서 식량과 비료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금융기관이 SWIFT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유럽 국가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금 결제는 이루어지듯이, 식량과 비료 역시 같은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U는 7월 내로 밀 약 2,000만 톤을 우크라이나에서 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약 1,000만 톤이 전쟁으로 수출되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량의 밀을 운송할 수단과 경로를 찾는 것이 과제다. 해상 운송에 비해 육상 운송은 효율이 떨어지며, 유럽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평균 16일을 대기해야 한다. 아디나 발리안(Adina Vǎlean) EU 교통국장은 밀 2,000만 톤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바지선 1만 척과 대형 선박 300척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아프리카 식량 위기에 대해 서방의 제재 탓하는 ‘적반하장’ 푸틴, 서방은 “헛소리”
아프리카 측의 호소에 대해 러시아는 식량 위기의 책임이 서구의 경제제재에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살 의장과 만난 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발생한 전 세계적 식량 위기는 영국과 미국이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 수출에 부과한 제재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재로 인해 물류, 금융, 보험 비용이 치솟아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 수출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다.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고 있다는 서방과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일축하며 러시아는 항구를 봉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육로를 통해서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 측의 제재로 막힌 상황임을 지적했다. 

EU와 미국은 아프리카를 포함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식량 위기의 책임은 러시아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독일 정부는 식량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경제제재가 아닌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라고 밝혔으며, 샤를 미셸(Charles Michel)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또한 러시아가 농작물을 파괴하고 식량 수출을 방해하여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EU가 육로 및 해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식량을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6월 21일에는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식량 위기의 책임은 항구와 수출 인프라를 파괴하는 러시아에 있으며,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식량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EU의 대러시아 금융제재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가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모든 러시아 은행이 SWIFT에서 퇴출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제재에 대한
서방과 아프리카의 온도차

케냐 등 식량난 시달리는 아프리카에 미국, “러시아가 훔친 곡물 사지 말라”며 경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1억 달러(한화 약 1,298억 원)에 달하는 밀 50만 톤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6월 6일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우크라이나 인근 항구에서 러시아 화물선이 출항했으며, 화물선의 목적지는 아프리카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5월에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14개 국가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밀을 수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고가 실효성이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케냐, 나이로비의 혼 전략국제연구소(Horn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소장인 하산 칸나예(Hassan Khannenje)는 식량난에 직면한 아프리카 국가가 수입하는 식량의 출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함을 지적했다. 

남아공,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주변국 피해 강조하며 제재 비판
미국과 EU는 대러시아 제재와 러시아 규탄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모으고자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아프리카 17개국은 기권했으며, 러시아를 UN 인권이사회에서 퇴출하는 표결에서도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오직 10개국만 찬성했으며 9개국은 반대, 34개국은 기권했다. AU는 총회에서 연설하겠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의 요청도 두 번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국가는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오데사항 인근의 기뢰 제거와 흑해 항로 재개방 문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오데사항 인근에 설치된 기뢰만 제거한다면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자유롭게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협박이라고 일축해왔으나, 6월 9일 살 의장은 러시아의 제안에 따라 기뢰 제거 작업이 먼저 이루어지고 수출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러시아 편을 들었다.

러시아 문제에서 서방과 다른 입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공은 지난 3월 결의안이 외교적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결의안 표결을 기권했으며,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유를 서방 국가의 행보로 돌렸다. 지난 5월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을 방문한 올라프 슐츠(Olaf Scholz) 독일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이 주도한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주변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하며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6월 15일 라마포사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여 식량난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식량과 비료 공급을 요청했으며, 6월 18일에는 그웨데 만타셰(Gwede Mantashe) 남아공 광물자원·에너지부 장관이 에너지난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경제적 필요에 따라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 유지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짐바브웨 또한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루어진 발렌티나 마트비옌코(Valentina Matvienko) 러시아 상원의장의 짐바브웨 방문은 경제제재와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짐바브웨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밀 수요량의 65%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짐바브웨는 식량 위기 대응을 위해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가 필수적이며, 러시아 역시 짐바브웨 내의 광물 자원에 대한 이권 확보를 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양국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푸틴 비밀병기’ 바그너 용병(Wagner Group)의 활약, 수단 금광 채굴권 장악 및 아프리카 각국 정치권에도 영향력 행사
러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의 긴밀한 관계의 배후에는 러시아의 용병 부대인 바그너 부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 정부와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는 바그너 부대는 아프리카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예로 바그너 부대는 수단에서 금광 채굴권을 확보하고 수단 정치권 고위 인사와 협력하는 등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과거 식민지배국가인 프랑스를 포함해 반서구 감정이 여전히 강하고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위협을 받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부대는 서구를 대체할 새로운 보호자로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식량과 에너지 자원 수급 필요성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와 바그너 용병, 러시아 기업이 아프리카에 구축해온 광범위한 지지 기반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아프리카가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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