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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스리랑카 경제위기가 개도국 경제와 남아시아 지정학적 구도에 주는 시사점

스리랑카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 2022/06/14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는 스리랑카는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해상 교통의 중심지로,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구상에서 스리랑카를 주요 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중국의 이같은 남아시아 지역 세력 확장에 대응하여 남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가 미국 등과 함께 스리랑카를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하면서, 국제정치 무대에서 스리랑카의 위상은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리랑카는 경제기초여건 악화로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이후 부채 함정에 빠진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확산 후유증으로 인한 주력산업인 관광업의 수입 저하, 우크라이나 위기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오름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하에서는 스리랑카 경제의 위기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이와 관련 영향,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
스리랑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며, 주력 수출산업이 부재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타 유사한 경제구조를 지닌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스리랑카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폭과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고, 통화가치 하락과 외화보유액의 급격한 감소 등의 문제가 고조되었다. 스리랑카의 주요 국가 수입원은 GDP의 10% 정도에 기여하는 관광업이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입국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의 90% 이상 감소하여 큰 타격을 받았다. 

이처럼 관광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외화보유액 부족으로 에너지 수입이 지체되고, 이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거 스리랑카는 수력발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강우량이 적은 연도에는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하하기도 했다. 이에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화력 발전 비중을 높여 대규모 정전 사태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화보유액이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에 스리랑카 정부는 2022년 2월부터 계획정전으로 에너지 부족에 대처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경제사정이 더 악화되어 정전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처럼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정전은 도시 주민에게 부담이 되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움직임도 스리랑카 경제의 위협요소가 되었다. 스리랑카와 같이 대외여건에 취약한 신흥국은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에 노출되기 쉽고, 이는 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수입물가 상승과 대외부채 부담 증대로 반영된다. 그 결과, 스리랑카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일각에서는 현 스리랑카 경제상황을 1970년대 외환위기와 같다고 평가1)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1948년 독립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라고 지적하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대외채무 문제가 외환위기로 연결
스리랑카 외화부족의 가장 큰 요인은 기존 외채상환을 위해 대규모로 발행한 국채(ISB, International Sovereign Bond) 문제에서 비롯된다. 장기간 내전으로 경제적으로 피폐한 스리랑카는 인프라 개발을 위해 2007년 10월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개발 지원 기관이나 관련 국가가 제공하는 자금으로 인프라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일반적으로 개발 지원 기관과 국가는 해당 사업의 비용 중 70%의 자금만 제공하는 관행 때문에 나머지 30%의 필요 자본을 충당하기 위해 스리랑카 정부는 국채 발행에 나서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스리랑카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항만, 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로 인해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하지만, 실제 중국에 상환해야 할 대외채무는 전체에서 10%에 불과하다. 스리랑카의 대외채무조건을 보면 1997년 이후 금리가 6%이며, 대규모 상환 필요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최근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조건이 완화되어 스리랑카의 대외 차입이 용이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2020년 3월 이후 2년이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스리랑카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으로 타격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외채 상환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였다. 또한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 정부 당시(2005~10년, 2010~15년)에 이루어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직접적으로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 스리랑카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는 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관광업의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스리랑카는 외화보유액 확충과 부채상환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 등 인접국에서 일부 신용을 제공받기는 했지만, 채무위기를 막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외화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치권과 경제계는 채권단의 자국 채무 일정의 재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일정대로 채무상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2).

이와 같은 정부 당국의 태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스리랑카의 신용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스리랑카 정부가 IMF 지원 요청을 꺼린 이유는 IMF의 재정수지 적자 축소 조건 등을 실현하려면 증세 시행과 공무원 연금 개혁 등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국민의 불만 고조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스리랑카 정부는 3월 말에 이르러 IMF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지만, 당시 경제상황에 비추어보면 매우 뒤늦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리랑카 문제는 고물가가 정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현재 스리랑카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인 식료품과 에너지 부족과 이에 기인한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경제위기가 정치 위기로 번지는 분위기로, 경제위기에 책임을 지고 내각의 다수 인사가 사퇴하는 등 정국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다. 국내외에서는 스리랑카 경제 위기를 장기간에 걸친 정부의 정책 실패로 보는 시각이 다수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간 내 사회 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경제여건이 건전한 가운데서도 생활비가 크게 오르고 있는 각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리랑카의 국제수지 문제는 미국 등의 서방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직후부터 더욱 가속화되었다. 또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통화가치의 급격한 저하는 스리랑카의 정부부채 비율을 급속도로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IMF 추산에 의하면, 스리랑카의 공공부채 비율은 GDP 대비 120%에 이르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그룹인 씨티(Citi)는 스리랑카의 부채 수준이 부채의 지속 가능한 비율을 40%p 정도 상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IMF는 스리랑카의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부채를 줄이기 위한 필요 정책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국의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채권자는 원금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4월 기준 스리랑카 정부의 대외부채에서 시장으로부터 차입 비율은 47%를 차지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제위기는 이전 2010년 당시 아랍의 봄과 같이, 고물가와 국민생활의 불만이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아시아 국가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 대에 이른 국가는 거의 없었다. 예외적으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였는데,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최근 총리 불신임안 타결을 회피하기 위해 하원이 해산되는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가난한 개도국의 국민들은 재량적 품목(임의재)보다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에 타격을 받기 쉽다. 다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과 무역의 혼란 등으로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이 신흥국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편이다. 이에 각국은 감세와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대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개도국에서도 물가상승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리랑카 위기 이후 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와 중국의 영향력 변화에 관심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Standard and Poor's)는 4월 25일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스리랑카가 외화표시 국채가 부분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리랑카 정부가 4월 18일 기한이 도래한 대외채무의 이자 지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IMF와 자금지원 등을 요청하여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제신용평가사들은 IMF와의 협의가 초기 단계로, 스리랑카의 채무재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와 자금지원을 협상하고 있는 IMF는 다음과 같은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3). 우선 구조개혁을 따르지 않는 자금지원은 경제위기 문제를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과거 IMF 프로그램을 절반 정도밖에 완료하지 않은 상태이며, 취약한 경제여건에서는 개혁과 증세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스리랑카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채권자, 그 중 비중이 큰 중국과의 효과적인 부채 문제 협의가 변수이다. 

정치와 경제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진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남아시아 내에서는 파키스탄도 비슷한 유형의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남아시아에서 기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판단한 인도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새로운 맹주로 부상하려는 중국이 부채 재융자 등 경제적 지원을 두고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를 저지하려는 인도는 2022년 25억 달러(한화 약 3조 1,687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했으며, 스리랑카 동부의 전력개발과 학교의 소프트웨어 공급을 양국이 합의했다. 스리랑카 경제 위기 이후 인도와 중국의  남아시아 지역 내 세력 다툼이 역내 지정학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 각주
1) Bala, Sumathi, “Sri Lanka’s economic crisis deepens as the country is snowed under its crushing debt.” CNBC, March 3, 2022.
2) Daily Mirror Online, “Central Bank continues to say ‘no’ to IMF prgramme; confident of home-grown fix”, 2022.1.24.
3) Financial Times, Sri Lanka: debt default threat strains the string of pearls, 202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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