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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자립 인도와 메이크 인 인디아의 핵심 축, 반도체 제조 허브를 꿈꾸는 인도

인도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2022/05/15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인도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여 이커머스·전자결제 및 물류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였으며, 향후 성장할 것이 기대되어 각광받는 산업 분야로는 전기전자제품·통신, 전기차·신재생에너지·항공 및 물류·의료산업 등이 떠오르고 있다. 해당 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반도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며, 특히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인도는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 규모의 내수 시장을 보유한 반도체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국내생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사실 인도가 반도체 국내생산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에 국영기업 반도체복합회사(SCL, Semiconductor Complex Ltd.)를 설립하여 반도체 국내 생산에 도전한 바 있으나, 1989년 화재로 큰 손실을 입으면서 좌절을 겪게 된다. 2006년, 인도 정부는 30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 규모의 팹시티(Fab 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고, 2007년에는 인텔(Intel)의 투자도 유치했으나 인텔이 중국 및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실패하게 된다. 두 번째로 2014년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 규모의 2개 컨소시엄의 프로젝트를 유치했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무산되었고, 이후 세 번째 도전으로 인도 정부는 반도체 제조 지원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반도체 팹(Fab) 제조시설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와 안정된 전기 공급, 초순수를 비롯한 반도체 설비용 공업용수의 충분한 공급, 높은 운영비 및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 등이 요구되는데, 이전에 두 차례 팹 구축 시도가 있었던 시기에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들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국내생산 촉진의 필요성을 절감한 인도 정부는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을 골자로 한 세 번째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인도 정부, 12조 원 규모 반도체 제조 지원 정책이라는 비장의 카드 꺼내 
 2021년 12월 15일, 인도 연합내각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통해 7,600억 루피(한화 약 12조 원)의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승인했고, 2022년 1월1일부터 해당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1월 16일에는 인도 기술정보부(MeitY)가 위 프로그램의 일부에 해당하는 디자인연계인센티브(DLI, Design Linked Incentive) 정책에 따라 국내기업과 신생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등 100여 개 기업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차질이 심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낮은 인도가 그나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자동차, 전자제품 및 핸드폰 관련 제품 제조부분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심화된 가운데 나왔다. 제조업 외에 인도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차세대 5G 통신망과 전기자동차 산업,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기전자제품 산업, 사물인터넷(IoT) 및 AI산업, 다양한 정보기술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인도의 제조업 강화 정책은 2014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첫 취임과 더불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시작됐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에 봉쇄령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경험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서 큰 위기를 경험한 인도 정부는 ‘자립 인도(Atmanirbhar Bhara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들의 국산화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 정책 중의 하나가 생산연계인센티브 (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 제도였으며, 이 정책 하에 스마트폰 생산·통신 부품 생산·자동차 생산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재정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연계인센티브(PLI) 및 디자인연계인센티브(DLI) 정책은 실리콘 반도체 팹(Fab), 디스플레이 팹(Fab), 화합물 반도체, 실리콘 포토닉스(SiPh), 센서(MEMS 포함) 팹(Fab), 반도체 조립 및 패키징/테스트 아웃소싱(ATMP/OSAT)을 비롯해 반도체 설계 제조 회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인도전자반도체협회(IESA)에 따르면, 인도의 반도체 소비 규모는 2019년 210억 달러(한화 약 25조 원)로 15.1%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전자 제품 및 임베디드 시스템을 포함하는 R&D 분야에서는 25억 달러(한화 약 3조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인도는 특히 IT 설계 및 R&D 엔지니어와 같은 인적 인프라가 풍부해 지금까지 주로 R&D 및 설계 기술 부분의 역량 강화에 집중해 온 결과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인도의 반도체 설계 시장 규모는 2015년 145억 달러(한화 약 17조 원)에서 2020년 526억 달러(한화 약 63조 원)로 연평균성장률 29.4%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림 1> 인도 반도체 설계 시장 규모 및 성장률
단위: 10억 달러
* 자료: IBEF 보고서(2021.8월 기준)

인도 정부의 반도체 제조 지원 정책
인도 정부의 반도체 제조 지원정책은 크게 반도체 소자 제조(Fab) 부문과 반도체 설계 지원(DLI)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인도는 현재 국내에 없는 반도체 소자 제조라인인 팹 제조 설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팹 부분 지원정책은 다시 실리콘 반도체 팹 시설, 디스플레이 팹 시설, 그리고 센서 팹을 비롯한 기타 부문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정부의 실리콘 반도체 팹 시설 구축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위한 기업의 자격기준은 노드 65/45/28nm(중간 노드 포함) 또는 고급 노드 공정, 웨이퍼 크기 300mm, 월 4만 WSPM 생산 공정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최소 2,000억 루피(한화 3조 2,000억 원)의 자본을 투자해야 하고, 전자시스템 설계 및 제조 부문에서 최근 3년간 최소 750억 루피(한화 1조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어야 한다. 위의 자격 조건을 갖춘 기업에 대하여 노드 28nm 이하 생산 프로젝트에는 최대 50%의 재정지원을, 노드 45nm~65nm 생산 프로젝트에는 최대 30%의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팹의 경우는 TFT 8세대 이상, AMOLED 6세대 이상의 기술을 소유하고, 1,000억 루피(한화 약 1조 6,000억 원)의 최소 자본투자를 할 경우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50%, 금액 기준으로는 1,200억 루피(한화 약 1조 9,300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기타 부문인 화합물 반도체, 실리콘 포토닉스(SiPh), 센서(MEMS 포함) 팹, 반도체 조립, 테스트, 마케팅 및 패키징(ATMP), 조립 및 테스팅 아웃소싱(OSAT) 시설 부문에서는 5~10억 루피의 최소자본이 투자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30%를 지원한다.

다음으로는 반도체 설계 회사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인 디자인연계인센티브(DLI)로, 5년간 150억 루피(한화 약 2,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약 20개의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 역시 세 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번째로, 전자통신산업부(MeiTY) 산하의 C-DAC(고성능 컴퓨팅 개발 센터)는 인도 칩 센터(India Chip Center)를 구축해 칩 설계 인프라를 지원하고, 그 다음으로는 제품 디자인 연계 인센티브(DLI)를 통해 기업당 총한도 1억 5,000만 루피(한화 약 24억 원) 내에서 지출 비용의 50%를 지원하며, 마지막으로 집적회로(IC) 칩셋, 시스템 온 칩(SoC), 시스템 및 IP 코어 기업을 비롯한 전자 제품용 반도체를 디자인 하는 기업 중 5년간 3억 루피(한화 약 48억 원)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에게 연매출의 4~6%를 지원한다.

<표 1> 반도체 지원 정책별 지원 규모
* 자료: 인도 정부 고지 Gazette of India(2021.12.21)

인도 정부가 이렇게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는 이유는 산업의 밸류체인 관점으로 확장해서 바라보면 좀 더 명확하다. 큰 틀에서 인도 정부는 인도를 전기전자 부문의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들고자 하며, 이를 위해 총 300억 달러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기전자부분의 글로벌 제조 허브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두고, IT 하드웨어 제조 부문의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전자부품 및 반도체 제조 초진을 위한 계획(SPECS), 수정된 전자제품 제조 클러스터 계획 EMC 2.0 과 같은 대규모 전자제품 제조 부문에 72억 8,000만 달러(한화 약 8조 7,360억 원)의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연관산업으로 반도체를 필수로 사용하는 고성능 화학 전지 제조, 자동차 부품, 통신 및 네트워킹 제품, 태양광 PV 모듈, 백색가전 등의 제조 부문에는 130억 달러(한화 약 15조 6,000억 원)의 생산연계인센티브(PLI)를 제공한다. 

<표 2> 반도체 산업 및 연관 산업의 PLI 및 지원 규모
* 자료: 인도 국가 투자 진흥원(Invest India)


반도체 수요가 가장 많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제품 제조산업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됐을 때 인도에서 가장 높고 꾸준한 판매를 나타낸 분야가 바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제품 기기 분야였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Deloitte)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인도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12억 명으로 이 중 스마트폰 사용 사용자가 7억 5,000만 명으로 조사되었는데, 2026년까지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약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내수가 급증하는 전기전자 기기 산업이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와 같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중요한 중심축에 해당하는 만큼, 인도 정부는 전자 시스템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2025년까지 1조 달러(한화 약 1,20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의 수출 촉진 기관인 인도브랜드자산재단(IBEF, India Brand Equity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전자제품 제조 산업 규모는 FY19년 215억 달러에서 FY25년 5200억 달러로 연평균 16.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자 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는 FY20년 330억 달러에서 FY25년 4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도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0년 1억 5,000만 대, 5G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400만 대를 넘어섰으며,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3,300만 대로 전년 동기대비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3분기 역시 5,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같은 산업의 성장은 인도 정부가 2020년 11월 전자제품 및 백색가전을 포함한 10개 핵심 부문에 대한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정책을 승인하면서 촉진됐는데, 스마트폰 및 PCB, 마이크로 및 나노 전자부품 등 전자기기 부품 제조 분야의 PLI에 삼성을 비롯해 애플(Apple)의 계약 제조업체인 폭스콘(Foxconn), 위스트론(Wistron)이 신청해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다. 해당 인센티브를 받기기 위해서는 첫 2년 동안 최대 4,000억 루피(한화 약 6조 원)라는 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인도 정부가 생산원가의 6%를 지급하는데, 마지막 연차인 5년차에는 추가로 4% 지원받는 제도이다. 삼성과 애플은 PLI에 신청한 이후 1차 연도에 해당하는 FY22년 동안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규모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되며, 수출은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4,0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 전자시스템 설계 및 제조 산업 규모 및 성장률
* 자료: IBEF 보고서, 인도 국가 투자 진흥원(Invest India)

5G 도입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네트워크 및 통신 산업
 IBEF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통신시장은 11억 9,000만 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세계 2위 규모이다. 인도의 전화 가입자 수는 2020년 9월 11억 4,858명 대비 2021년 11억 8,915만 명으로 4,057만 명이 증가했고 도시 지역의 전화가입 밀도는 137.26%를 나타냈는데, 특히 농촌지역의 전화 가입자 밀도가 2020년 9월 58.96%에서 2021년 9월 59.33%로 점차 늘어나 농촌지역의 잠재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총 무선데이터 사용은 분기별로 16.54% 증가해 FY22 1분기에 3만 239페타바이트(PB, Petabyte)를 나타냈으며, 전체 무선데이터 가운데 4G 비중이 97.74%를 차지했고, 2G데이터 비중은 0.4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저가형 스마트폰 보급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이행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아직 농촌 지역에서 2G 또는 3G를 사용하고 있는 무선통신 가입자를 4G 스마트폰 사용자로 전환시키고자 인도의 릴라이언스(Reliance) 그룹의 통신 자회사인 지오(Jio)는 구글과 손잡고 10만원 이하의 저가형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딜로이트 역시 2026년까지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 중 농촌지역의 사용자 연평균 증가율이 6%에 이르고,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비율은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 3> 인도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 수
단위: 만 명
* 자료: IBEF 보고서

향후 5년 동안 휴대전화 보급률의 증가와 데이터 비용의 감소로 인해 신규 인터넷 사용자가 약 5억 명 정도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2022년부터 5G가 도입되면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5G가 중심이 되는 기술분야의 발전 역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 가운데서는 릴라이언스의 지오가 5G 도입을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여 왔고, 바르띠 에어텔(Bharti Airtel)도 지난 1월28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지분 1.28%를 소유하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를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2021년 9월에는 에어텔 자체적으로 6억 7,300만 달러(한화 약 8,076억 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5G 이외에도 저궤도 위성을 통한 광대역 고속 위성통신 서비스 분야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는데, 이는 주요 대도시와 Tier I, II 외의 농촌 지역 곳곳에 케이블 또는 통신탑을 설치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보다 위성을 활용한 통신 네트워크 확대가 비용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으로, 인도 정부가 관련된 규정 수립과 기존 통신법 재정비 중에 있어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생산 업체인 타타(Tata) 그룹의 자회사 넬코(Nelco)는 캐나다 기업인 텔레셋(Telesat)과 협상 중에 있고, 한화시스템이 지분을 투자하기도 한 원웹(OneWeb)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도 인도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선주문을 받기도 했으나 정식 허가등록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아 현재는 선주문에 대한 환불 조치 후 승인을 대기하고 있다. 

인도는 저궤도위성통신 외에도 광케이블 설치를 통한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 발표된 FY23의 연방 예산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북동부 지역의 광대역을 구축하기 위해 케이블 설치 착수 및 케이블 시공 입찰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최근 릴라이언스의 지오는 뭄바이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을 잇는 5791km의 인도-아시아 익스프레스(IAX) 해저 케이블을 2023년까지 구축하기로 했고, 뭄바이에서 밀라노, 사보나 및 중동,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인도-유럽 익스프레스(IEX)도 2024년까지 준공하기로 했다. 에어텔 역시 싱가포르에서 프랑스까지 연결하는 1만 9,200km의 SEA-ME-WE-6 해저케이블 컨소시엄에 합류해 싱가포르-첸나이-뭄바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되며, 전체 프로젝트 투자액의 20%를 조달하기로 했다.

이렇게 인도 내의 다양한 통신 및 데이터 부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릭슨(Ericsson) 및 노키아(Nokia)와 같은 기업들이 인도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를 원하고 있고, 삼성, 시스코(Cisco), 시에나(Ciena) 및 폭스콘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통신용 제조 기지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통신인프라 발달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이 확장되어야 전자상거래, 금융, 핀테크 등 급속히 성장하는 관련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기에 통신산업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 역시 산업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차량 고급화로 국산 반도체 수요 급증한 자동차 산업  
인도는 자동차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계 5위이며, 2030년까지 세계 3위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20년 회계연도(FY20)까지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부터 연평균 2.36%의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2020년에는 3개월간의 봉쇄령과 공장 가동중지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2,265만 2,108대로 전년도 2,636만 대에 비해 감소했다. 안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던 2021년도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델타 변이로 인한 2차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심한 불균형을 겪으며, 인도 자동차 기업들 역시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공급부족은 전 세계적인 이슈였기에 비단 인도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였으나, 인도가 반도체 제조를 장려하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은 인도 자동차 시장이 처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도 내수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구조적 문제와 장기 성장률 저하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단기 및 중기별로 혁신을 요하는 문제들에서 오는 충격을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주요한 이슈들로는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상승, 수입제한과 같은 글로벌 상황에 따른 것도 있지만, 유로6에 상응하는 배기가스 저감에 대한 인도 자체의 규정인 BS6(VI)와 같은 환경 문제에서 기인한 국내 규제에 따른 문제들도 있다. 인도는 BS6를 2020년 4월 1일부터 적용함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의 부품과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과 연료분사 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전기차 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2026년까지 모든 이륜차, 1500cc 이하의 오토바이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2021년 2월 전기차 보급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1000억 루피(한화 1조 5,000억 원) 규모로 2륜 및 3륜차 150만 대, 승용차 및 전기버스 6만 2,000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산을 발표했으며, 중앙정부와 여러 지방정부에서 관용차량 및 대중교통버스로 전기차를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한 델리시는 2020년 전기버스 1,000대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뉴델리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의 50% 이상을 전기버스로 바꿀 계획이며, 2024년까지 신규 등록하는 차량의 25%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핏 보면, 승용 전기차 수요가 당장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선은 전기 오토바이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까지 집계된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총 32만 9,190대로 2020년의 12만 2,607대 보다 168% 증가했으며 그 중 전기스쿠터를 포함한 전기오토바이(이륜차) 판매량이 15만 7,712대로 47.9%를 차지했고, 전기승용차(4륜차) 판매량은 1만 4,218대로 4.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상업용인 전기오토릭샤가 주를 이루는 3륜차의 판매 비중이 높았으며, 전기오토바이 비중이 24%, 전기승용차 비중이 3.8%였다. 이에 비하면 2021년은 상업용 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운용하는 전기차 비중이 더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2륜차의 높은 판매 비중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기존의 내연기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2륜차 비중이 81.2%로 압도적으로 높고, 그 다음이 SUV를 포함한 승용차 시장이 14.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구매력 측면에서 인도의 많은 중산층에서 출퇴근용으로 오토바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복잡한 교통 체증 때문에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오토바이를 자주 이용하거나, 한 사람이 다수의 오토바이를 보유하는 경우도 있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증한 음식배달 및 택배를 비롯한 배달 서비스 수요 때문에 당분간 인도 내 오토바이 수요 및 비중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인도 중앙정부가 배터리 교체형 충전소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적어도 델리 및 델리 수도권 도시(NCR) 지역에서 10~15년 된 디젤 및 가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튜닝하는 레트로핏을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서, 관련 인프라 및 정책이 뒷받침되어 전기 오토바이를 비롯한 전기차 수요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연도별/ 종류별 인도 자동차 판매량
* 자료: 인도 자동차 생산자 협회 SIAM

<그림 5> 2020~2021년 인도 자동차 종류별 판매 비중 변화 
* 자료: Vahan Website & Telangana Regional Data Portal 

반도체 공장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 
인도 정부의 발표 이후 2022년 2월15일까지 진행된 1차 지원사업에 신청한 기업들은 총 5개 기업으로, 신청된 총 투자 예정 금액은 약 205억 달러(한화 약 24조 6,000억 달러)이다. 그 중 잘 알려진 것은 인도 최대 에너지 기업 베단따(Vedanta) 그룹이 대만의 폭스콘(Foxconn)과 손잡은 합작투자법인, IGSS 벤처스, ISMC 세 곳이 월 12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28nm~ 65nm 반도체 팹 건설에 136억 달러(한화 약 16조 3,2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정부지원금 56억 달러(한화 약 6조 7,200억 원)를 신청했다. 반도체 패키징 부문에는 SPEL 반도체, HCL, 시르마 테크놀로지(Syrma Technology) 및 벨란카니 일렉트로닉스(Velankani Electronics)가 등록했고, 화합물 반도체 부문에는 루톤샤(Ruttonsha Internation Rectifier)이 등록했다. 디스플레이용 팹 부문에는 베단따와 에레스트(Erest)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M OLED 디스플레이 패널용으로 8.6세대 TFT LCD 및 6세대 디스플레이 팹 설립에 67억 달러(한화 약 8조 원)를 투자하고, 정부지원금은 27억 달러(한화 약 3조 2,000억 원)를 신청했다. 또한 설계부문인센티브(DLI) 부문에는 터미너스 서킷(Terminus Circuits), 트리스페이스 테크놀로지(Trispace Technologies) 및 큐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Curie Microelectronics)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도 정부는 인텔과 삼성 등에게도 투자를 제안하였고, 신청 마감기한은 따로 설정해두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 등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준다는 명분이지만, 예전에도 인도 투자를 고려했었으나 이번 지원사업에 아직까지 신청하지 않은 인텔과 삼성, TSMC, UMC 등 글로벌 기업의 인도 진출에 대한 인도 정부의 기대가 무척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인도와 대만은 반도체 제조 허브를 만들고 해당 산업에 필요한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의 교육 및 훈련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데, 실제로 전문가들은 매년 졸업생 30만명 가운데 약 30%가 반도체 산업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도-대만 간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논의 중에 있어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 UMC와 같이 시설 확장을 고민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유력한 후보로는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넥스트 오르빗 벤쳐스(Next Orbit Ventures)가 있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 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자라트 지역의 도레라(Dholera)에 30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 규모의 아날로그 65nm 반도체 팹 시설 건설에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인베카스(INVECAS)가 벵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에 디자인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4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표 3> 인도 반도체 산업 주요 기업 및 투자 발표 기업
* 자료: 저자 정리

인도의 반도체 산업 발전 로드맵
인도 정부가 제시한 지원정책 및 기존에 인도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를 고려해보면 인도가 그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및 발전 로드맵을 대략적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니다. 우선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팹 설비 제조시설 정책을 살펴보면 로우엔드, 미들엔드급 칩 생산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하이엔드 칩에 비해 비용 및 투자 부분의 위험도가 낮고, 인도 내에서 전문 인력 수급이 가능하며, 수요 역시 의료기기부터 저성능 모바일에 주로 사용되는 등 관련 산업과 연계성도 가장 높기 때문이다. 초기에 로우엔드, 미들엔드급 시설에서 생산해 인도 내수 수요를 충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 생산시설을 제조자개발생산(ODM, Original Design Manufacturer) 내지는 밸류체인상에서 대량공급선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는 전략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현재 인도의 반도체 산업분야 생태계를 보면 반도체의 R&D 및 설계 분야와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현존하는 칩 설계 전문가와 관련 기술, 혁신 센터를 기반으로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와 Core IP, 칩 설계(Fabless) 부분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특히 이 분야는 기존에 인도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고도로 숙련된 인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에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분야의 수요를 충족하는 인도의 강점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금액을 기준으로 약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조립,테스트 및 패키징(ATP) 부문을 육성하는 방법이다. 이 분야는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로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나,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말레이시아 또는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인도는 경쟁국가 대비 인건비가 저렴하고 젊은 연령대의 인구 분포 높아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요한 인력은 인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스킬 인디아 미션(Skill India Mission)을 통해 보급할 수 있고, 정부가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 개선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인도가 전략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중의 하나이다. 마침 타타 그룹이 반도체 조립, 테스트 및 패키징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3억 달러 투자 계획을 세우고 정부와 논의 중에 있으며 공장 후보지를 남인도의 텔랑가나 (Telangana), 타밀나두(Tamil Nadu), 카르나타카(Karnataka)에서 물색하고 있는 중인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인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 반도체 산업의 청사진을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인도의 반도체 굴기...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도는 이미 삼성에게 제안을 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전략적 반도체 생태계 및 산업 발전 방향을 고려했을 때, 초순수 제조 기업·반도체 소재 및 약품 기업·반도체 장비 기업 등 관련 전후방 산업 분야의 국내 기업들에게는 인도와 협력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라는 시장을 인도 내수 수요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인도에서 생산해 주변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제조 허브로 바라본다면 국내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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