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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러시아 눈치 보며 대(對)러 제재 동참에 거리두는 유라시아 국가들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EMERiCs - - 2022/04/28

ㅊㅋ


캅카스 3국, 국익이 우선…무시할 수 없는 러시아의 영향력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갈등과 러시아의 영향력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 Karbakh)를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갈등은 소련 붕괴 이전인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88년 2월부터 1994년 5월까지  이어진 전쟁으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약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해당 전쟁의 결과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사실상 독립하였으나 국제법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속하는 지역이 되었으며, 아르메니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여 왔는데,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을 견제하였으며,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아르메니아 동맹에 대응하기 위해 터키와 협력을 강화하였다. 2020년 발발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도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지원을 받아 아르메니아를 압도하였고,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피하면서도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로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를 엿보는 천연자원 강국 아제르바이잔
휴전 협정 중재 이후 러시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러시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3자 합동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코카서스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2년 2월 22일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동맹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전략적 동반자 수준의 협력을 약속하였다. 당시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는 독립과 주권 · 영토적 온전성과 국경을 존중하고, 평화와 안보 분야를 위한 협력,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유럽으로 에너지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온전성과 주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며,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 중이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를 대신하여 유럽 국가들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러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데, 2021년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155bcm을 수입하였으며, EU에 수출된 아제르바이잔 천연가스는 8.2bcm에 그쳤다. 아제르바이잔은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량을 2022년 9bcm, 2023년에는 11bcm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러시아와 에너지 · 교통 분야 협력 강화 계획
아르메니아는 인구의 70%가 아르메니아인으로 구성된 미승인 국가인 아르차흐 공화국(구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을 지원해왔다. 1991년 당시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국민 투표에서 99%의 지지를 받아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였으며, 사실상 독립 이후 아르메니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에서도 아르메니아는 아르차흐 공화국과 함께 아제르바이잔군에 대항하였다.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위치하지만 1992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이후 실질적으로 아르차흐 공화국의 지배를 받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제2 도시 슈샤(Shusha)가 아제르바이잔의 손에 넘어가면서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과 휴전에 합의하였고, 아르차흐 공화국의 실효 지배 영토도 줄어들었다. 이후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나고르노-카라바흐 평화 정착과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하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였다. 지난 4월 20일 아르메니아와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니콜 파시니안(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Mikhail Mishustin) 러시아 총리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Moscow)에서 회담하고 에너지와 운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국익 위해 러시아 제재 불참 선언한 조지아 정부를 비난하는 국민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침공한 이후 조지아 국민은 광장에 운집하여 주권국가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만 약 3만 명이 러시아 규탄 집회에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25일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Irakli Garibashvili)  조지아 총리는 국익과 조지아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여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금융 및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리바슈빌리 총리는 조지아가 대러제재에 참여하게 되면 국가와 국민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가리바슈빌리 총리의 발표 이후 조지아 국민들은 다시 거리에 운집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고 대러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였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여파 피해가지 못한 조지아 외국인 노동자들, 러시아 제재 참여 촉구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내 조지아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러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러제재로 러시아 루블 가치가 하락하자 러시아 내 조지아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의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러시아 은행들이 제재로 SWIFT에서 퇴출되자 러시아에 거주하는 조지아 노동자들은 본국으로의 송금을 할 수 없게 되었다. 2021년 기준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 조지아로 송금되는 금액은 GDP의 13%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조지아의 대러제재 참여를 촉구하였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은 부차(Bucha)를 비롯한 전쟁 피해 지역을 방문하였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조지아에 감사를 표명하는 한편, 대러제재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였다.

아슬아슬 줄타기… 속내 복잡한 중앙아시아
 
러시아의 UN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표결에 불참 또는 반대한 중앙아시아 5개국, 러시아에 대한 복잡미묘한 중앙아시아 입장
4월 7일 UN 총회 투표로 UN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는 안이 채택되었다.  이번 투표에는 총 193개국이 참여했으며, 93개국이 찬성, 24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나머지 58개국은 기권하였다. UN 총회 투표로 UN 회원국이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Al Gaddafi)를 비난하는 집회를 강경하게 탄압하였다는 이유로 리비아가 UN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된 바 있다. 하지만 UN 상임이사국이 인권위원회에서 퇴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표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UN 인권이사회 퇴출을 반대하거나 투표에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의 UN 인권이사회 퇴출에 반대하였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은 기권하였다.  지난 3월 3일  UN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투표에 기권하였으며,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불참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경제적 여파 불가피한 중앙아시아, 중립 유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립 기조를 유지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 대변인은 돈바스(Donbas)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영세 중립국인 투르크메니스탄도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영토 온전성의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래스고 대학(University of Glasgow) 소속 유라시아 전문가인 루카 안체스치(Luca Anceschi)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인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안체스치 교수는 유라시아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며, 모든 종류의 교역이 러시아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러제재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로부터의 해외송금액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기준 키르기스스탄의 해외 송금액 규모는 GDP 대비 31.3%, 타지키스탄의 경우 26.7%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외교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범’ 벨라루스 서방의 또 다른 제재 대상

벨라루스 겨냥하는 EU의 경제 재재
EU는 3월 10일과 4월 12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원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였다. 벨라루스에 취해진 제재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같이 △ 자산 동결, △ 영공 폐쇄, △ 주요 제품의 수출 제한, △ 석유, 고무, 목재, 시멘트 등 선별 품목 수입 제한, △ SWIFT 퇴출, 국영 기업, 은행들과의 거래 금지, 국채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EU의 제재가 가해지자 벨라루스 트럭이 폴란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고 긴 줄을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약품, 서신, 석유 제품을 제외한 트럭의 통과를 제한하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을 통과하지 못한 트럭으로 만들어진 줄이 80km나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캐나다도 벨라루스 제재에 합류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호주도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했다. 호주 정부는 러시아를 포함하여 알렉산더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의 아들인 빅토르 루카셴코(Viktor Lukashenko), 벨라루스 영부인인 갈리나 루카셴코(Galina Lukashenko)에 제재를 가했다. 이외에도 호주의 제재 대상에는 빅토르 흐레닌(Viktor Khrenin) 벨라루스 국방부 장관도 포함되었다. 호주 정부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벨라루스 정부가 여전히 러시아에 전략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어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철도를 활용하여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허용하였으며, 벨라루스 영토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였다며 제재 근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호주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온전성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였다.

4월 4일 캐나다 외교부도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였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특별경제조치를 발표하였다. 캐나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온전성, 독립을 침해하는 데 도움을 준 벨라루스 친정부 인사 9명에게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부차(Bucha)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내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캐나다는 푸틴 대통령의 정당화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하게 비난하였으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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