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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짙어지는 신냉전 분위기 속 엇갈리는 중남미 각국 입장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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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대한 논조 엇박자 

UN 결의안에 찬성표 던진 브라질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2022년 3월 2일에 뉴욕 국제연합(UN)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두고 회원국 긴급특별총회가 열렸다. 해당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있었으며,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되었다. 결의안은 표결 참가국의 3분의 2(66.7%)이 이상 찬성하면 채택되는데, 181개 참가국의 78%에 이르는 141개국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의안은 UN의 공식 입장이 되었다.

표결에 참가한 브라질은 결의안 채택 찬성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UN 긴급특별총회 후 브라질 정부는 홈페이지에 브라질은 UN의 회원국으로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하여 국제 사회 주류 목소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브라질 정부는 전쟁에 반대하며 이번 사태가 조속한 시일 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의안 찬성 꺼려
UN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브라질 정부와는 달리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은 결의안 찬성을 반대했다. 오히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Oleksandrovych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과거 코미디 배우 이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신의 운명을 코미디언에게 맡겼다고 조소했다.

또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학살 이슈에 대해서도 ‘그러한 소문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러시아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견해를 보였다.

대통령 눈치 보기? 외교부도 애매한 성명 내놓아
한편, 카를로스 프랑카(Carlos Franca) 브라질 외교부(Ministério das Relações Exteriores) 장관도 러시아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먼저, 카를로스 프랑카 장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브라질은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브라질 외교부의 입장은 외교적 평등(impartiality)을 추구하기 때문이며 결코 브라질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카를로스 프랑카 장관 역시 러시아 규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러시아 강력 비난
러시아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나 외교부와는 달리, 아미우통 모우랑(Antônio Hamilton Martins Mourão) 브라질 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즉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행동을 시작한 것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이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즉각 철군해야 하며 브라질은 이번 사태에 대해 중도 노선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 권한 박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이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히자 즉시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의 발언권을 막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브라질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라고 말해 다른 정부 관계자들도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인 언사를 삼가하도록 단속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졌음을 시사했고, 실제로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이 둘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점을 감안 시, 앞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의 의견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 러시아 행보 이유는 ‘경제’…이 틈을 탄 개발 정책 밀어 붙이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러시아를 두둔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2월 중순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며, 앞으로 브라질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두고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현 시점에서 러시아 방문은 적절하지 않으며, 국제 사회의 흐름을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계속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비판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 방문을 강행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브라질이 러시아와 상호 우호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러시아 강력 비난
러시아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나 외교부와는 달리, 아미우통 모우랑(Antônio Hamilton Martins Mourão) 브라질 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즉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행동을 시작한 것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이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즉각 철군해야 하며 브라질은 이번 사태에 대해 중도 노선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 권한 박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이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히자 즉시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의 발언권을 막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브라질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라고 말해 다른 정부 관계자들도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인 언사를 삼가하도록 단속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미우통 모우랑 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졌음을 시사했고, 실제로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이 둘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점을 감안 시, 앞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의 의견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 러시아 행보 이유는 ‘경제’…이 틈을 탄 개발 정책 밀어 붙이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러시아를 두둔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2월 중순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며, 앞으로 브라질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두고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현 시점에서 러시아 방문은 적절하지 않으며, 국제 사회의 흐름을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계속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비판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 방문을 강행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브라질이 러시아와 상호 우호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이를 자신의 개발 정책을 밀어붙이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약 2년 동안 잊혀졌던 새 광업법 통과를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새 광업법은 지난 2020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장한 법으로, 아마존 밀림 원주민 거주 지역에서 자원 채굴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 광업법을 다시 꺼내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비료 수급이 어려워졌고, 이에 농업 국가인 브라질이 비료 자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 광업법 통과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회내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포섭, 긴급 투표로 새 광업법을 강행 통과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가 또다시 브라질 내부의 의견 분열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콜롬비아, 러시아 강력 규탄… 미국과 공조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러시아 침공 즉각 비판
친 러시아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는 반대로 이반 두케(Ivan Duque) 콜롬비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반 두케 대통령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 개시를 발표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콜롬비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것은 명백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과 UN헌장을 모두 위반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러시아는 즉시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이반 두케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국가 정부도 러시아의 철군 요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해 콜롬비아 정부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국제적인 공조를 형성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콜롬비아,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 전개…흔들림 없는 친미 기조 계속 
한편, 콜롬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나흘 후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디에고 모야나(Diego Molano) 콜롬비아 국방부(Ministerio de Defensa Nacional) 장관은 이번 이번 훈련에는 양국 합동 군사 훈련 사상 처음으로 핵잠수함 함대도 참여한다고 밝혀, 예년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될 계획임을 예고했다.

콜롬비아는 전통적으로 중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다. 이반 두케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양국 합동 군사 훈련을 발표한 것은 콜롬비아가 지금까지의 친미〮친서방 정책 노선을 앞으로도 굳건히 유지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를 비(非)나토 핵심 동맹으로 지정…우방 세력 결속 다져
미국은 콜롬비아와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콜롬비아를 미국의 비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핵심 동맹국으로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한 후, ‘미국과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맺었으며, 앞으로도 두 나라의 특별한 친선 관계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콜롬비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외교적으로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덧붙이면서, 앞으로 러시아 압박에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콜롬비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와 마찰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이전부터 콜롬비아 정부는 블라드미르 푸틴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 러시아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에 각종 경제 원조를 비롯하여 무기를 공급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콜롬비아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각각 친미와 반미 정부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무장 세력이 러시아제 무기를 이용하여 국경 지대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이용해 중남미 지역 정세에 간섭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러한 콜롬비아의 주장은 잘못되었으며, 러시아제 무기가 콜롬비아를 향해 사용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남미 미-러 대리전 양상 더욱 짙어져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대통령이 부정 선거 논란 속에 집권하고, 콜롬비아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적법한 베네수엘라 대표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국의 외교 관계가 단절되었다. 그 사이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미국과 대립하는 강대국과 외교 관계를 강화했고, 반대로 콜롬비아와 미국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 지대는 친미-반미 진영이 부딪히는 대리전 전장과 같은 곳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중남미 각국이 각자의 친미 또는 반미 성향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대립각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따라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대치 상태는 단지 두 나라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친러 행보 가속...회유책에 나선 미국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블라드미르 푸틴 정부 지지 의사 밝혀
오랜 기간 미국과 반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마자 미국과 나토를 비난하고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제국주의적 욕심이 동유럽 분쟁의 근본 원인이며, 베네수엘라는 러시아가 서방의 위협에서 자국을 지키기 위해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라는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에 미국과 서방 세계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방적으로 러시아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편에 선 베네수엘라는 곧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친선 관계 강화를 제안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러시아의 최고 우방 국가로 협력과 교류 확대를 통해 베네수엘라와 러시아가 작금에 맞이하고 있는 위기에서 더욱 빨리 벗어날 수 있으며, 이는 양국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러시아와 경제적〮군사적 협력 계속한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와의 관계 확대를 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시작한 이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를 주요 원유 수출국으로 삼았다. 러시아 역시 국제 사회에서 친 러시아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베네수엘라는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친러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한 대표적인 나라였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와 군사 무기 판매 계약을 맺고 레이더 설비를 건설하는 등,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안위를 강화할 수 있는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미국 대표단과 대화…미국과 관계 변화 계기 될까
그러나 지난 3월 초순,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외교 관계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현지 시각으로 2022년 3월 8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특사단과 비밀리에 회담을 가졌으며, 2017년부터 억류 중이던 미국인 2명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향후 미국 측과 추가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임 이후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으로 일관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억류 미국인 석방을 환영하다는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냈다.

스위프트 통합 간접적 압박과 원유 수출 가능성…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할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가 국제 금융 시스템 스위프트(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에서 퇴출되었다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는 전략적인 이유로 러시아에 원유 수출을 확대했다. 실제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심화되자 포르투갈 리스본(Lisbon)에 있던 국영 에너지 기업 PDVSA(Petróleos de Venezuela)의 유럽 본부를 모스크바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제외하면서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에 판매한 원유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기 어려워졌다. 또한 러시아 역시 결제상의 문제로 대베네수엘라 무기 수출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그동안 주로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하던 베네수엘라의 국방력 약화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 결정이 그동안 러시아와 교류를 확대했던 친러 성향 국가에게도 간접적인 제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 입장에서도 대러시아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원유와 천연가스가 핵심 수출품인데, 러시아산 에너지 원자재가 국제 시장에서 유통될 수 없게 되면서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는 미국이 러시아를 대신할 다른 에너지 원자재 수입처를 찾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비밀 회담이 있기 직전,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 월가(Wall Street)에 조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여 대베네수엘라 제재를 완화해 줄 것을 로비했다. 이 때, 베네수엘라 정부는 베네수엘라가 부족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베네수엘라는 대금을 결제 받기 어려운 러시아를 대신할 다른 원유 수출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며, 동시에 미국은 러시아를 대체할 다른 원유 공급처가 필요한 입장이다. 비록 조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에너지 무역에 관해 아직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라는 강대국과의 갈등이 그동안 일방적인 제재 대상이기만 했던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을 검토할 만한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월가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쉐브론(Chevron)도 미 정부가 제재만 완화한다면 베네수엘라에 적극 투자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등,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는 분명히 지난 몇 년 동안 경직과 경색으로 일관되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으며,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모두 상대국에 대해 다소 부드러운 표현을 쓴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와 미국 협상단의 대화가 두 나라의 외교 관계 변화의 시작점이 될지 향후 추이를 지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르헨티나, 규탄은 찬성, 제재는 반대...줄타기 외교

미국과 IMF 의존도 낮추려 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약 1개월전인 지난 2022년 2월 초 러시아를 방문했다. 러시아를 찾은 자리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앞으로 보다 여러 나라와 경제적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과거 여러 차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으며,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8년에도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 달러(한화 약 60조 7,750억 원)의 구제 금융에 합의하고 그 중 450억 달러(한화 약 54조 6,980억 원)를 실제로 인출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19년 대통령 취임 후 여러 차례 경제 교류 다각화를 언급했으며 2월 초 러시아 방문도 그러한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아르헨티나와 러시아가 상호 협력과 무역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중국과의 외교 비중도 높여…미국 반대 진영과의 관계 확대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자주 대립하는 또다른 강대국인 중국과의 접점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특히, 경제적으로 아르헨티나와 중국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중남미 투자의 40%를 차지할 만큼 중국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대외 인프라 장기 프로젝트인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참가 협약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외교 정책에 영향 미치는 경제 관계
아르헨티나는 미국이 지지하는 리마그룹(Lima Group) 탈퇴를 검토하기도 했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중남미 12개 국가가 모인 국제 단체이기에, 외교적으로 친서방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미국은 여전히 아르헨티나를 콜롬비아와 마찬가지로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대우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 사회, 정치 이슈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동맹 결속이 시소를 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는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계속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 개발과 국제 정치로 이슈가 전환되면 그보다는 미국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2022년 2월 초 있었던 러시아 방문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의 중남미 진출 관문이 될 수 있으며, 러시아가 스푸트니크V(Sputnik V) 백신으로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극복을 도운 것처럼 러시아는 아르헨티나에 중요한 국가라고 언급하는 등 외교적으로 비서방 진영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드러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러시아 침공 규탄에는 참여, 제재에는 반대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외교 정책은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2년 3월 초 있었던 UN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뒤이어 서방 진영이 주도한 러시아 경제 제재에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산티아고 카피에로(Santiago Cafiero) 아르헨티나 경제부(Ministerio de Economía) 장관은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며, 그러한 경제 제재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평화롭고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이중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태도를 보인 것은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위상과 현재의 경제적 필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 하나로, UN 창립 멤버이자 G20 회원국이기도 하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와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의 초기 창립부터 함께한 원로 국가이다. 이러한 위상때문에 아르헨티나는 UN 긴급특별총회에서 회원국 절대 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결의안에 반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르헨티나는 경제적으로 미국이나 서방 세계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와 중국과의 접점을 넓히려 하고 있다. 국제적 위상과 다른 이러한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필요가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는 불참하게 만든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칠레, 러시아 규탄 및 제재 참여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유지

러시아의 군사 작전 시작 후 철군 요구 성명 즉각 발표
칠레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즉시 러시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다음날인 2022년 2월 25일, 칠레는 외교부(Ministerio de Relaciones Exteriores)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칠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적대적인 군사 행위를 시작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러시아는 즉각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칠레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UN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청도 무시한 행위이기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의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더불어, 칠레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원하며 러시아군은 제네바 협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그리고 칠레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산티아고 항공우주 전시회에서 러시아 제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 규탄한 칠레 정부는 이어서 2022년 4월 5일부터 칠레 수도 산티아고(Santiago)에서 열릴 ‘국제 항공우주 산업 전시회(FIDAE, Feria Internacional del Aire y del Espacio)’에 러시아의 참가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FIDAE는 지난 1980년에 처음 시작되어 40년 이상 계속된 중남미 최대 항공우주 산업 전시회로, 격년제로 개최되며 세계 여러 항공우주 기업과 방위산업 업체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이다.

칠레 정부가 항공우주 강국인 러시아 기업을 FIDAE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규탄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국제 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교류 확대는 계속…대외 정책 변화는 러시아에만 적용
다만 칠레는 국제적으로 천러 성향을 보이는 중국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제 교류를 확대하고 대외 관계를 지속할 방침이다. 칠레는 그동안 5G 네트워크 구축과 리튬 광산 개발 등 중요 산업에서 중국의 투자를 대거 유치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 수차례 마찰을 빚은 미국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으나, 칠레 정부는 중국이 칠레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거듭 언급하면서 중국 자본의 진출을 적극 유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칠레 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에도 러시아와 중국을 완전히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칠레는 러시아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규탄에도 미온적인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보다는 국제 사회 대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대표적인 친러 성향의 중국과는 관계를 유지하는 노선을 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3월 14일 새로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신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칠레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좌파 성향으로 인권과 여성 지위 향상을 중시하는 성향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평화와 인권을 무시한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강력 규탄한 바 있다.

그간 가브리엘 보리치 신임 대통령이 보인 행보와 발언을 감안 시, 칠레는 앞으로도 러시아 비판에 동참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와 교류는 확대하는 지금의 대외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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