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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과 전망

중남미 기타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부 부장 2021/12/02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 현황
2021년 9월 7일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이날부터 기존 법정통화인 미국 달러와 함께 모든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테스트가 세계 최초로 시작된 것이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은행계좌가 없는 상당수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인 치보 지갑(Chivo Wallet)을 만들었다. 그리고 치보 지갑을 설치하면 월 최저 임금의 8%에 해당하는 30달러(한화 약 3만 5,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료로 제공하였다. 치보 지갑을 이용하여 주유를 결제할 경우 갤런당 0.2달러(한화 약 230원)씩 할인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도록 전국에 총 200개의 ATM기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하였다. 현재는 반정부 시위로 ATM기 1개가 불타 없어져 199개가 남아 있다. 미국 애틀랜타, 시카고, 휴스턴 등에도 30대의 ATM기를 설치하여 비트코인 송금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650만 명의 엘살바도르 국민 중 절반가량인 300만 명이 치보 지갑을 개설하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은행계좌를 개설한 국민이 전체의 30% 밖에 되지 않는 취약한 금융시스템 내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은행계좌 수보다 거의 2배나 많은 가상화폐 계좌가 개설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2021년 9월 한 달간 소비자의 12%만이 비트코인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실제 비트코인의 사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낙후된 금융시스템으로 경제활동이 현금 결제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초기 단계에서 비트코인 ​​실험은 결코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현지 금융기관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면서 적응하고 있다. 국립 상업은행인 방코 히포테카리오(Banco Hipotecario)는 4개의 암호화폐 스타트업과 함께 비트코인 관련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엘살바도르 정부는 가격이 하락할 때 구매하여 현재 비트코인을 총 700개 보유(3,100만 달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화산의 지열을 이용하여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고 있다. 나입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에 따르면 이를 통해 0.00599179 비트코인(269달러)을 채굴하였다고 한다. 아직은 테스트 수준이지만 공식적으로 화산 열을 이용하여 비트코인을 채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8월 의회가 승인한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773억 원)를 비트코인 신탁에 예치했고 이를 통해 400만 달러(한화 약 47억 원) 수익을 냈다1).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선(한화 약 5,910만 원)이 붕괴되며 급락했으나 9월 말 이후 다시 상승세를 10월 20일 6만 6,000달러(한화 약 7,761만 원)까지 상승해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법정화폐 채택 이후 비트코인을 보유했다면 10%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림 1> 2021년 9월 7일 엘살바도르 법정화폐 채택 이후 비트코인 가격 추이
* 자료: investing.com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왜 도입하였을까?
첫째는 코로나19 경제난 극복과 기업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7.9% 역(-)성장했고 1인당 GDP도 3,799달러(한화 약 448만 원)로 전년대비 369달러(한화 약 43만 원) 줄어든 상황에서2) 정부 지출확대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데 내전으로 산업 기반이 붕괴되어 달러를 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를 발권할 수도 없으니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통화량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서론에서 얘기했듯이 화산의 지열을 이용하여 이미 0.00599179 비트코인(269달러)을 채굴하였다. 부켈레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이는 달러 발권력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과가 있고 자국 경제에서 비트코인 사용 확대를 통해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일 수도 있다. 또한 엘살바도르 정부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외국인의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 수익에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둘째는 해외 송금 수수료 절약 때문이다. 내전 등으로 250만 명의 국민이 해외로 이주해 본국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규모가 상당하다. 미국 등에 거주하는 엘살바도르 이주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은 59억 1,800만 달러(한화 약 6조 9,950억 원)로 2020년 GDP의 24%를 차지한다3).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수출의 117%로 엄청난 액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10%나 되는 글로벌 송금 업체인 웨스턴유니언(Western Union)을 거쳐야 하지만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이 수수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부켈레 대통령에 의하면 수수료를 연간 4억 달러(한화 약 4,728억 원)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는 통화 주권이 없는 엘살바도르 정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또 다른 하나의 법정통화로 채택하는데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수십 년간의 내전과 고(高)인플레이션 등으로 2001년부터 자국 통화인 콜론(SVC) 사용을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써왔던 것(dollarization)이 배경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실험 성공할까?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앱인 치보 지갑 사용자와 비트코인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실험은 초기 단계에서 어느 정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정통화 도입 첫날부터 불거졌던 기술적인 오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결함은 3개월이라는 준비 기간에 비춰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비트코인을 보다 안정적인 달러 지폐로 바꾸기 위해 많은 ATM기에서 달러 유출(bank run)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비트코인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 이러한 현상은 도입 초기의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어떤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하였느냐다. 최우선 과제가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경제주체들이비트코인 거래를 활성화하고 기존의 달러 의존도 경제를 낮추려는 것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아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바로 고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연 70%로 아주 높아 화폐로서 가치저장 기능이 약하다.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지 않아 가치척도로서의 기능도 부재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소매상과 상인들이 비트코인으로 가격을 매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심해 이들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화폐의 기본 단위는 여전히 달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비트코인에 대한 국민의 정서(sentiment)가 비트코인을 거래하거나 보유 여부를 결정할 텐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달러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전통적으로 현금 중심의 결제를 선호하다 보니 가상화폐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실험에서 가장 바람직한 기대 중 하나는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상화폐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범위 내에서 가치저장 기능으로서 금 대신에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림 2> 비트코인 가격의 고변동성4)
* 자료: Bloomberg

두 번째 이유는 비트코인의 총공급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총채굴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법정통화로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현대적 통화경제 이론에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허용 가능한 인플레이션 압력 하에서 무한대에 가깝다. 따라서 화폐를 공급하면 화폐의 구매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여 화폐로 표시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점차 상승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정상적인 경제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근간으로 하는 통화시스템에서는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어 비트코인의 구매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승하여 비트코인으로 표시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점차 떨어져 디플레이션 경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에서는 비트코인 통화를 소비하거나 유통하기보다 비축하는 수단으로 전략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비트코인 통화시스템의 향방을 금본위제도 붕괴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급성장하자 화폐수요가 급증했지만 금 공급량이 한정되어 경제순환에 필요한 통화량이 제때 늘어나지 못하는 근본 문제가 금본위제도 붕괴의 원인 중 하나다.  
  
세 번째 이유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 리스크에 대한 안전망이 부족하다. 비트코인과 미국 달러의 교환을 보장하기 위해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775억 원)의 비트코인 신탁을 조성했는데 고변동성으로 비트코인 가격 리스크가 정부에 그대로 전가된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달러 전환 수요가 촉발할 경우 신탁 금액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달러 자금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달러 자금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비트코인과 달러의 교환을 보장하기 위해 신탁 자금 확충 등의 조치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문제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네 번째 이유는 탈중앙화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떠한 중앙화된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것인데 지금 엘살바도르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의 화폐 흐름과 정보를 정부가 독점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와 정반대다. 심지어 정부가 이들 정보를 이용하여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데 활용한다면 중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등 효율적인 규제 조치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없다. 또한 비트코인이 자금 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재하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 세탁 등과 같은 위험이 거래 비용 감소보다 크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이유는 기존 금융질서를 이끄는 국제기구의 압박이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기술지원을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세계은행은 비트코인에 환경 문제와 투명성 관련 결함이 있다며 기술적 도움을 거절했고 국제통화기금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이 거시경제 및 금융 등 법적으로 많은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특히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빠진 엘살바도르에 3억 8,900만 달러(한화 약 4,704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승인한 국제통화기금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 이후 추가 지원 요청에 대한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전통적인 자금 출처가 차단되면서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대하여 엘살바도르의 채권가격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후 급락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시사점
위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에 대한 법정통화 실험은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배워야 할 교훈의 측면에서, 그리고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의 정서적 측면에서 비트코인과 결제시스템에 있어 의심할 여지없이 중요한 순간이다. 
  
부켈레 대통령의 주장처럼 비트코인의 법정통화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국가와 국민, 특히 해외 송금에 크게 의존하는 국민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은행 없는 은행을 통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대급부로 개인이나 기업의 화폐 흐름과 정보를 정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여 더 권위주의적으로 통제하는 또 다른 도구로 전략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서 제대로 된 법적 결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통제 도구로 전략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각주
1) https://www.reuters.com/business/finance/el-salvador-use-bitcoin-gains-fund-veterinary-hospital-president-says-2021-10-10/ 
2) Bloomberg Professional
3) World Bank,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BX.TRF.PWKR.DT.GD.ZS?locations=SV
4) 30일과 90일 실현변동성은 각각 30일과 90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의 표준편차로 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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