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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채와 인플레이션: 2001년의 위기 반복될 것인가

아르헨티나 Laura Tedesco Saint Louis University - 2021/10/0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오는 12월이면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 국가부도를 선언하며 경제 위기에 접어든 지 20년이 되며, 이를 기억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감정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 첫째 이유는 20년 전 1,320억 달러(한화 약 156조 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서 짧은 기간 동안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고, 통화가치는 3분의 2나 추락했으며, 실업률은 25%로 치솟고, 전체 인구의 27%가 극도의 빈곤에 빠져드는 등 아르헨티나의 정치 및 경제가 대혼란을 겪은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동 사태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가 높은 물가상승률과 국가부채라는 유사한 상황을 다시금 겪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아르헨티나가 겪게 될 가까운 미래의 상황을 탐구해 보고자 하며,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맥락 하에서 IMF와 어느 정도까지 부채 협의를 이룰 수 있을지, 그리고 물가상승을 통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주요 주제로 삼는다.

현재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특기할 만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내에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521만 5,332명, 그리고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만 2,962명이며, 2021년 9월 19일 기준 백신 접종건수는 4,369만 6,315건이다(WHO, 2021). 또한 9월 12일에 치러진 중간선거 경선에서 여당 후보들이 대거 낙마하면서 이에 따른 권력 투쟁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르헨티나가 과연 또 한번의 부채 위기를 막고 물가상승을 통제할 수 있을지를 아래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아르헨티나 부채 증가와 물가상승
통계·인구조사국(INDEC, 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y Censos)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첫 4개월 기준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2,695억 800만 달러(한화 약 318조원)에 달하고, 물가상승률은 거의 30%에 이른다(INDEC, 2021).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로 본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지난 7월 기준 CPI는 60%에 육박했고, 연구기관 BBVA 리서치(BBVA Research)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해 2021년 물가상승률이 5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BBVA Research, 2021). 이에 더해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계속해서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1년 전 달러당 59페소(한화 약 707원)였던 환율은 현재 달러당 172페소(한화 약 2,06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및 이로 인한 격리조치로 인해 고용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20년 한 해 동안 사라진 일자리만 105만 9,000여 개로(국내 호텔, 음식점 등 서비스 일용직 부문의 고용은 63만 3,000여 명 감소), 실업률은 11%에 이른다. 비록 최근 고용률이 다시 반등하기는 했으나(현재 고용인구는 1,900만 명으로, 2020년 전반기 대비 190만 명 증가), 통계·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임금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43%였지만, 동기간 물가상승률은 50%인 것으로 나타나 소득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표 1> 1990~2020년 아르헨티나의 주요 경제 지표
* 자료: 세계은행(세계개발지표 데이터베이스) 
https://databank.worldbank.org/views/reports/reportwidget.aspx?Report_Name=CountryProfile&Id=b450fd57&tbar=y&dd=y&inf=n&zm=n&country=ARG 


지중해재단(Fundación Mediterrànea) 및 동 기관 소속 싱크탱크인 아르헨티나 및 라틴아메리카 현황 연구소(IERAL, Instituto de Estudios sobre la Realidad Argentina y Latinoamericana)는 2021년 11월 가계 고정소득이 2020년 하반기에 비해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 기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가계 고정소득은 2009년 동기 대비 7%, 2013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수치이다(Vasconcelos, 2021).

한편 정부가 조세회피를 단속하는 데 들인 상당한 노력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마틴 구스만(Martín Guzman) 경제부 장관은 연간 재정적자가 2021년 현재 GDP의 4~4.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Burgueño, 2021).

對IMF 협상 과정에서의 난관
위기 극복에 있어 핵심적 요소는 바로 IMF와의 협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아르헨티나가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면서 물가상승률은 더욱 더 올라가게 된다. 2020년 한 해 동안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돈은 총 12억 페소(한화 약 144억원)에 달했으며, 조폐국의 24시간 가동으로도 필요량을 조달할 수 없어 브라질과 스페인계 회사에 생산량 일부를 위탁해야 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채 조정에 관한 IMF와의 협의는 2021년 11월 의회 선거 이후, 혹은 2022년 초에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경선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협상 과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9월 12일 예비선거 결과의 영향
2021년 9월 12일(일요일), 3,400만 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동시적·의무적 개방형 경선(PASO, Primarias Abiertas Simultaneas y Obligatorias)에 참여해 11월 의회선거에 출마할 상·하원 의원 후보들의 명단을 결정했다.

곧 다가오는 본선거에서는 하원의원의 절반, 그리고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선출하는데,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총 17개 주에서 여당 후보가 패배했고, 이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아 중요한(총인구 4,537만 6,763명 중 약 1,648만 명 거주)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주에서의 패배가 결정적 타격으로 평가된다(Banco Mundial, 2021). 만약 여당 후보의 부진이 11월 본선거에서도 계속된다면 야당 측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려워진다. 민주주의의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약속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심판이 야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예비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예비선거 종료 다음날부터 시작된 정부 내 정쟁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집권세력은 1940년에 생겨난 구 페론계 정당을 잇는 집단들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민주주의파와 권위주의파, 극보수적 가톨릭계와 좌파 해방신학 추종자까지 다양한 계파를 아우르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형태가 없는 페론계 정당들은 1940년대 이래 대부분 다수파의 의사를 관철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이후 ‘알베르토’)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케르치네르(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 이후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에 의해 2019년 10월에 열린 대선 후보로 간택되었는데, 당시 대통령직 3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크리스티나는 대신 부통령에 출마하면서 알베르토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알베르토는 원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Nestor Kirchner) 행정부에서 2003~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2007년 크리스티나의 당선 이후에도 같은 직무를 이어받았으나, 신정부 출범 9개월 만에 새로운 대통령과의 의견차이를 이유로 사직한 바 있다. 이후 알베르토는 크리스티나 정부에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했는데, 이 점에서 2019년 크리스티나의 러닝메이트인 대통령 후보로 선택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알베르토 대통령 집권 99일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었고, 다른 여타 국가들과도 같이 아르헨티나도 팬데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이 부진한 데에는 전염병 관리 부실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문제의 심각성이 큰 역할을 했다.

예비선거 패배 이후, 정부 내 대통령파와 부통령파 간 관계가 파탄에 이르면서 고도의 정치적 불안이 야기되었다. 경제 부문에 대한 정치적인 면이 이번 정쟁의 가장 큰 화두로, 부통령은 현재 IMF와 450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 규모의 외채 조정을 협상하고 있는 마틴 구스만 경제부 장관을 경질하고자 한다. 크리스티나 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경선 패배 이전부터 물가상승률 및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재정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알베르토 대통령에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이러한 요청이 거듭 묵살되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미래 향방
예비선거 패배로 인해 정부 내 계파 간 정쟁의 골이 깊어졌으며, 이에 따라 국가 경제 및 IMF의 협상 과정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실제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본선거도 아닌 고작 예비선거 결과로 인해 정부 전체를 뒤흔드는 공개적 정쟁이 일어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에도 행정부 내 갈등이 일어난 바 있는데, 당시 분쟁은 페르난도 데 라 루아(Fernando de la Rúa)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카를로스 알바레스(Carlos Alvarez) 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 때에도 대통령과 부통령 간 갈등은 이미 세력이 약화된 정부의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하였으며,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친 데 라 루아 대통령마저 사임하면서 2001년의 경제 위기와 국가부도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데 라 루아 행정부의 일원이었던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지데(Graciela Fernandez Meijide)는 지난 며칠간 당시 일화를 회상하며 대통령-부통령 간 갈등이 이미 쇠약해진 정부에 치명타를 날린 최악의 실수였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에서는 개인 의사 및 권력욕에 기반한 충돌이 다시 한번 나타나고 있으며, 페론계 정치집단 내에 존재하는 이념적 다양성(혹은 이념적 혼란)이 이러한 내부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살펴보면 알베르토 대통령이 정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보이며, 내각 인사 교체의 대부분이 크리스티나의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대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 크리스티나 계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공개적 정쟁으로 인해 정부의 위상은 실추되었고, 새로이 임명된 내각 구성원들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례로 새로 임명된 대통령 비서실장은 북부 작은 주의 주지사 직에 있던 당시 강간 피해자인 11세 소녀의 낙태를 불허한 전력이 있어 페미니즘 및 진보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수준이 높아져만 가는 부채, 물가, 재정적자, 빈곤, 그리고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더해 정치인들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민주주의의 고도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양극화와 빈곤문제의 심화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정부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물가를 통제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며, IMF와의 협상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에 더해 국가 내부 분쟁을 해결하고 현재 고도로 불안정해진 국가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극복할 방안도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공개된 사실에 따르면 부통령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약화된 정부 내 분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면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수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가 민주주의 시대 진입 이래 최악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현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예비선거를 통해 유권자들도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을 투표로써 심판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정치인들이 분쟁을 멈추고 각자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가까운 미래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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