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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키르키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충돌이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관계에 주는 함의

키르기스스탄 / 타지키스탄 Akram Umarov, PhD Senior Research Fellow University of World Economy and Diplomacy 2021/08/1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이슈 배경 
2021년 4월 28일,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선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바트켄(Batken) 지역 콕타쉬(Kok-Tash) 마을 근방 골로브나야(Golovnaya) 분수계에서 두 국가 주민들 사이에 일어난 분쟁이 격화되어 양국간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트켄 지역의 바트켄 및 레일렉(Leilek) 지구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4월 30일에서 5월 1일까지 계속되었고, 마지막  총격전이 있었던 5월 1일에 완전한 정전 및 국경지대로부터의 군부대 철수 합의가 이루어졌다. 4일간 이어진 이번 분쟁에서 키르기스스탄은 36명의 사망자와 183명의 부상자를 냈고, 약 5만명이 격전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1). 키르기스스탄 재난관리부(Ministry of Emergency Situations)는 자국 영토 내 220여 개의 민가 및 기물이 파괴되었음을 발표하였고2),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이번 분쟁의 책임을 타지키스탄에 돌리며 5월 1~2일간을 국가적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대응해 타지키스탄 검찰총장실은 키르기스스탄 군부대원과 무장시민에 대한 형사사건조사를 실시하여 약 200여 명의 군인 및 민간인이 돌을 던지며 분쟁의 강도를 격상시킨 까닭에 총격전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라 주장하였다3). 타지키스탄 관계자는 또한 자국에서도 ‘다수의 민가, 국경설비 및 기타 기물과 인프라 시설의 파괴’라는 피해가 발생했음을 역설했다4). 타지키스탄의 수그드(Sughd) 지역 공보실이 추산하는 사망자는 19명, 그리고 부상자는 87명이다5).

양국 대통령과 외무장관은 전화 통화를 통해 이번에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긴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분쟁의 확산을 우려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의 대통령 및 외무장관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의장도 당사국들에 전화를 걸어 분쟁을 중지하고 정전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위와 같은 외교적 노력에 더해 이미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음을 고려하여 양국의 국가안보위원장들은 5월 1일에 정전 및 군부대 철수에 관한 의정서에 조인했다6).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양국이 다수의 국경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았으며,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112km 길이의 국경선에 대한 양 정부간 합의가 5월 9일까지 이루어질 것이라 발표했다7)

하지만 정전문서 조인 이후 수 주가 지나는 동안 협상에는 이렇다 할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5월 21일 타지키스탄 시민들의 자국 영토 진입 및 통과에 대한 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다수의 육상 통로를 폐쇄해 사람과 물자의 통교를 금지했다8). 6월 4일에 이르러서는 국경 분쟁이 다시 격화하기 시작했고, 양 정부는 모두 상대방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9).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재차 실시되어 양국은 전진 배치된 군사력 및 물자를 다시 후방으로 돌려보내고 국경에서의 추가 분쟁을 피한다는 데에 합의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말에는 양국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Dushanbe)에서 국경 문제에 대한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상호 친교를 추구할 것과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국경분쟁을 부추기는 원인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의 총연장은 976km로, 2002년 이래 180여 회의 공동위원회 및 실무협의회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중 504km만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10). 따라서 나머지 분쟁지역에서는 거의 매년 양국의 이웃 지역 주민들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경선 설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별다른 진전이 없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핵심 수원과의 접근성 분쟁지역은 타지역 및 핵심 수원(水源)과의 접근성 면에서 양측 모두에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분쟁지역 중 하나는 타지키스탄의 월경지인 보루크(Vorukh)를 본토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도로를 포함하고 있으며, 또다른 분쟁지역을 지나는 도로는 키르기스스탄의 레일렉 지구를 자국의 기타 지역으로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다11). 이스파라강(Isfara River)에 위치한 골로브나야 분수계도 키르기스인과 타지크인 간 긴장이 자주 발생하는 분쟁지역이다12). 이와 같은 경우 그 어느 나라도 중요한 인프라 설비와 자원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국경선 설정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기준이 되는 지도의 상이성 양측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소련 시절 각각 다른 년도에 작성된 지도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고집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924년 이래 양국의 국경선은 자주 변경되었기에 역사적 국경의 세부 사항까지 검토하려면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국경선 설정 과정에서 타지키스탄은 1924~1939년 기준 지도를,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은 1958~1959년 기준 지도를 사용한다13).


<그림 1>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충돌
* 자료: RFE/RL’s Tajik and Kyrgyz services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또한 분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었다. 물과 토지자원이 부족해지면서 분쟁지역 인근에서 자란 새로운 세대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들 고유의 것이라 여기는 영토를 사수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분쟁 영토 내 이미 부족한 수자원에 대한 수요는 인구 증가와 함께 더욱 증대되었고, 심각한 가뭄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중앙아시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분쟁지역의 타지크인 및 키르기스인 공동체 간에는 생활 및 관개용수 확보를 위해 공정한 수자원 분배를 행하는 과정에서 항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분쟁지역에 거주하는 양측 인구가 늘어나고 방목지의 기후 조건 변화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면서 목축업 자원 또한 날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14).

국경분쟁이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관계에 주는 함의
불안정한 국경 상황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의 무역 및 경제적·정치적·인적 교류가 중단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와 같은 양국관계의 악화는 중앙아시아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2017년 이래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호적 상호관계를 추구하면서 수자원 및 국경 문제와 결부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자 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환경에서는 각국 대통령간 정례 회동을 비롯한 역내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으며, 비록 아직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는 못했지만 미래에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역내 주요 이슈들에 대한 협력 및 정책 조율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폭력적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우즈베키스탄의 신 정권이 주도해 만들어낸 상호 협력적 환경이 악화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서방세력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함에 따라 안보상황의 불확실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 상호 화합 및 신뢰의 부재는 아프간 발(發) 안보 위협에 대한 역내 공동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연합군이 아프간 철수에 속도를 내면서 탈레반은 다수 지역에서의 공세 작전을 통해 아프간 내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에 개시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세력 간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졌으며, 양측의 합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역내 국가간 상호 신뢰의 부재와 국경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은 결국 강력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경 설정, 그리고 물과 토지자원 및 기존 인프라 설비의 분배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합의책을 스스로 찾지 못한다면, 러시아, 중국, 터키를 비롯한 주변 강국들이 중재나 안전보장을 빌미로 중앙아시아에 개입해 역내 국가들의 독자적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내 국가들의 자주성과 중앙아시아 전체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경문제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늘어나는 안보위협에 대한 국가적 정책을 상호 조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전망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서는 아직 고도의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군사적 충돌의 기억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는 분쟁지역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양측간의 대규모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의 정치인들이 분쟁지역을 서로 자국의 역사적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양국의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되고 영토교환을 통한 국경분쟁 해결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 이상 분쟁이 계속될 경우 다양한 경제 문제와 낮은 개발수준에 시달리는 두 국가 모두의 발전이 저해되고 소중한 자원이 의미 없이 소진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분쟁은 안타깝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둘 중 어느 국가도 장기적 시점에서 국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민감한 국경 문제에 대한 상호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이와 같은 정기적 상호 교류가 부재할 경우 분쟁지역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러시아나 터키와 같은 외부 강국이 협상과정에 개입해 중앙아시아로부터 이권을 챙기려 할 수 있다. 만약 양국간 협상에 중재자가 필요하다면, 중앙아시아 외부 보다는 이웃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의 지원을 받는 편이 역내의 자체적 문제해결능력과 상호협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국경분쟁 관련 협상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할 경우 중앙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이에 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각주
1) Catherine Putz. Violent Clashes at the Troublesome Kyrgyzstan-Tajikistan Border. // The Diplomat, 4 May 2021. https://thediplomat.com/2021/05/violent-clashes-at-the-troublesome-kyrgyzstan-tajikistan-border/
2) Kyrgyzstan: Border Conflict.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14 May 2021. https://adore.ifrc.org/Download.aspx?FileId=412556 
3) Tajikistan concedes deaths in border clashes with Kyrgyzstan. // France24, 3 May 2021. https://www.france24.com/en/live-news/20210503-tajikistan-concedes-deaths-in-border-clashes-with-kyrgyzstan-1 
4) Ibid
5) Tajikistan Says 19 Dead in Border Clashes with Kyrgyzstan. // The Defense Post, 6 May 2021. https://www.thedefensepost.com/2021/05/06/tajikistan-19-dead-kyrgyzstan-clashes/ 
6) Kyrgyzstan, Tajikistan agree ceasefire after border clashes. // Reuters, 1 May 2021.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kyrgyzstan-accuses-tajikistan-amassing-troops-near-border-2021-05-01/ 
7) Bahtiyar Abdülkerimov. Death toll rises to 55 from Kyrgyz-Tajik border clashes. // Anadolu Agency, 5 May 2021. https://www.aa.com.tr/en/asia-pacific/death-toll-rises-to-55-from-kyrgyz-tajik-border-clashes/2230340# 
8) Ayzirek Imanaliyeva. Kyrgyzstan turns back Tajik nationals as tensions persist. // Eurasianet, 26 May 2021. https://eurasianet.org/kyrgyzstan-turns-back-tajik-nationals-as-tensions-persist 
9) Fozil Mashrab. Border Conflict Compels Kyrgyzstan and Tajikistan to Look for Foreign Weapons. // The Jamestown Foundation, 21 June 2021. https://jamestown.org/program/border-conflict-compels-kyrgyzstan-and-tajikistan-to-look-for-foreign-weapons/ 
10) Tajikistan and Kyrgyzstan expected to outline 112 kilometers of disputed area by May 9. // Asia-Plus, 3 May 2021. https://asiaplustj.info/en/news/tajikistan/incidents/20210503/tajikistan-and-kyrgyzstan-expected-to-outline-112-kilometers-of-disputed-area
11) Kyrgyzstan, Tajikistan agree ceasefire after border clashes. // Reuters, 1 May 2021.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kyrgyzstan-accuses-tajikistan-amassing-troops-near-border-2021-05-01/
12) Kyrgyzstan says 31 killed in clashes at Tajikistan border. // Al Jazeera, 30 April 2021. https://www.aljazeera.com/news/2021/4/30/kyrgyzstan-says-31-killed-in-clashes-at-tajikistan-border 
13) Gulzana Kurmanalieva. Kyrgyzstan and Tajikistan: Endless Border Conflicts. // EUCACIS Online Paper №4, February 2019. https://www.cife.eu/Ressources/FCK/EUCACIS_Online%20Paper%20No%204%20-%20Kurmanalieva.pdf
14)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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