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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파키스탄 대립 고조가 인도 경제 및 남아시아 경제통합에 미치는 영향

파키스탄 /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 2019/10/07

최근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정치 및 경제적 대립이 전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카슈미르 문제를 계기로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서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무역을 전면적으로 중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인 여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인도와 파키스탄 대립이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대립
양국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 이후 카슈미르 지방의 귀속을 둘러싸고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이 연이어 핵 실험을 실시한 직후로, 양국 관계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은 바 있다. 다음해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선언에 나서고, 이를 계기로 잠시 긴장관계가 완화되었지만, 2001년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이슬람계 무장 조직이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주 의회와 인도 의회를 습격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양국 관계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사태에 빠졌다.

2014년 5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인도 국민당(BJP) 정권이 출범한 이후 카슈미르 지역 관련 양국 간 긴장은 빈번하게 이어지는 형국이다. 2016년 9월에는 파키스탄의 테러리스트 습격에 의해 인도의 치안부대 일부가 사망하고, 인도는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파키스탄 영공에 국지적인 공폭을 실시했다. 양국 간 오랜 대립 속에 2019년 2월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에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으며, 이는 4∼5월 총선에서 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8월 5일 모디 정부는 잠무-카슈미르 주의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하는 헌법 370조를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은 10월말부터 2개의 연방정부 직할령으로 분할될 예정이며, 인도 정부는 군대 파견 등 강경한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러한 인도 측의 조치에 파키스탄은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인도와의 무역을 전면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선언하였다.

 

카슈미르에 대한 실질적 지배 강화가 인도의 목적
이번 잠무-카슈미르 주의 자치권 박탈은 2016년 11월 모디 정부가 실시한 고액권 폐지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내용이 아니었다. 헌법 370조를 폐지한다는 방침은 하원 총선 과정에서 여당인 BJP가 발표한 정강 속에 명백히 표시되었고, 2차 모디 정부 출범을 통해 선거 공약이 예정대로 시행된 것이다. 무엇보다 카슈미르 지역 정책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아미트 샤(Amit 노모)가 각료에 취임하면서, 헌법 370조 폐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높은 상황이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조치에 대해 8월 8일 기자회견에서 잠무-카슈미르 주에 광범위한 자치권 부여 규정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의 지체, 부패의 온상 그리고 해당 지역이 건전한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별 경제개혁 평가 순위에서도 해당 주의 순위는 낮다. 또한 빈곤 축소, 의료·교육의 확충, 양성 평등, 환경비용 부담이 적은 생산·소비 체제 등을 포함하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의 달성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SDGs 지수에서도 해당 주의 점수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카슈미르 주보다 경제와 사회개발이 지체되는 지역 및 연방정부 직할령도 다수 존재하므로, 헌법 370조의 규정이 해당 지역의 발전 지체 원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에 이번 조치의 명분은 해당 지역의 발전이지만, 실제로는 안전보장 강화 의도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시점상으로 해당 조치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다양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4∼5월 총선에서 모디 정부가 대승하는 등 정부 지지의 여론이 지속되고 있고, 2018년 이후 파키스탄의 정치와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져 파키스탄 정부의 카슈미르 문제 대응 여력이 어렵다는 점, 아프가니스탄 분쟁 해결을 위해 파키스탄의 협력을 얻고자 하는 미국이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카슈미르지방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 등 관련 대국에 의한 카슈미르 문제 개입을 견제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해당 지역의 실질적 지배력 강화를 단행한 인도 정부의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기간 내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
향후 인도와 파키스탄 대립이 인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일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결론적으로는 단기 내 직·간접적인 경제의 마이너스 영향은 모두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역 중단의 영향을 보면, 양국의 무역은 인도 전체 무역에서 1% 미만에 지나지 않고, 파키스탄에 있어서도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내수주도형의 경제이기 때문에 수출제품에서 차지하는 경제의 부가가치율이 100%라고 가정하더라도 무역 중단의 GDP 감소효과는 1%대 미만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양국의 무역 규모가 작고, 주요 무역품목이 글로벌 공급망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양국의 무역 중단 효과는 여타국에도 경미하다. 이외에 양국 간 투자나 인적교류도 거의 없어, 직접투자나 관광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가운데 카슈미르 문제가 간접적으로 인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파키스탄 이외 여타국과의 무역대립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여타국에 있어서 수출과 투자대상으로서 잠재력이 높은 인도와의 경제관계를 고려하여, 인도에 대한 투자보류나 무역규제 등은 실제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국가이며, 인도의 주요 원유조달대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인도 대기업의 석유사업에 150억 달러를 출자하는 등 경제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그리고 카슈미르의 일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여 파키스탄과 함께 인도의 조치를 강하게 비난한 중국도 인도와의 무역 분쟁으로 이어지는 조치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새로운 투자 대상을 모색해야 하는 중국에게 인도는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로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을 기초로, 인도 카슈미르 정책에 대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 고조가 인도 경제와 여타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편이다. 이를 반영하여 인도 정부가 헌법 370조의 폐지를 결정한 이후 인도의 주식시장이나 환율 등에서 커다란 변동은 없었다.

 

남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불가피
단기간 내 양국 대립의 경제적 여파가 제한적이더라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립의 장기화는 남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의 지체를 통해 양국은 물론 남아시아 전체의 중장기 잠재성장률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남아시아 역내무역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무역대상국과 비해 경제규모가 작고,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이 주요 수출품이어서 무역 보완성이 낮은 동시에 역내 인프라 미정비 등으로 유럽이나 ASEAN에 비해 역내 무역 비율이 낮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인도의 산업집적의 진전에 따른 주변국과의 수출경합도 저하, 인도와 주변국 물류 인프라 정비 진전, SAARC(South Asian Association for Regional Cooperation, 남아시아 지역 협력 연합) 가입국 간 남아시아 역내 자유무역 촉진 협상 진전 등을 배경으로 지리적으로 수송비용을 대폭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되었다. 이와 함께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역도 파키스탄의 인도에 대한 수입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되어, 2000년대 후반에는 무역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카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이 고조되면, 양국 무역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고, 역내 경제통합을 향한 협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6년에는 카슈미르 문제를 둘러싸고 인도와 파키스탄 간 긴장이 고조되었고, 같은 해 11월에 예정된 정상회담이 중지되었다. 여전히 다음 정상회의 개최 일정은 확정되지 않고 있지만, 남아시아 역내 국가 중 경제·무역 규모가 가장 큰 동시에 SAARC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양국 무역을 중심으로 남아시아의 역내 무역은 잠재력을 밑도는 침체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남아시아의 역내경제통합 지체는 남아시아 역내 사업전개를 모색하는 한국을 비롯한 다국적기업의 인도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한국 등 주요국 기업의 남아시아 사업전개는 경제규모가 큰 인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도 각각 2억 명, 1.5억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소비시장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남아시아 국가 중 인구증가율이 높고, 의식주 등 기초소비에 관계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소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도와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주변국 수출여건 개선 여부는 남아시아 전체 사업 여건을 좌우한다. 하지만 남아시아 역내 경제통합 진전이 미흡할 경우, 다국적 기업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남아시아 역외의 생산거점을 인도 주변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 인도 모디 정부의 주요 과제인 제조업 투자 유치에 역풍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경제협력 약화의 결과, 인도 주변국은 지리적으로 멀고 수송비용이 높은 역외 수입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수송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실질소비와 투자의 감소를 통해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불가피하다.

 

주변국의 중재 필요
10월 2일은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 150주년이며, 인도 각지에서 다양한 기념 이벤트가 예정되고 있다.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융화를 목표로 하고, 끝까지 인도·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으로 반대한 그의 기념일을 기점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인도는 카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문제는 모두 파키스탄과의 협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어, 제3국이나 국제기구에 의한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파키스탄은 칸 수상이 8월 14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인도의 주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의 대립은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반세기 이상에 걸치는 카슈미르 지역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대립의 고조는 양국은 물론 남아시아 전체에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역내 경제통합을 향한 전개가 단행된 2000년대 중반과 같이 남아시아 지역의 중장기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다시 시행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인도와 파키스탄에 화해의 중재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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